삼성 "TV 판매 대신 TV에 얹는 서비스에 집중" [정지은의 산업노트]

정지은 2023. 1. 11.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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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제품·서비스 선행연구
삼성리서치아메리카, 新 TV 사업전략 공개
TV 기반 미디어·디지털 광고 사업
김상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북미서비스비즈니스담당 부사장이 지난 7일 미국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 있는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 연구소에서 스마트 TV 서비스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TV 제품을 더 많이, 자주 판매하는 전략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TV에 얹어서 서비스하는 기업으로 탈바꿈할 겁니다."

김상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북미서비스 비즈니스담당 부사장은 7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에서 이 같은 전략을 밝혔다. 삼성전자 TV로 제공하는 채널형 비디오 서비스를 기반으로 미디어·디지털 광고 사업에 드는 게 핵심이다.

 ○확 바뀐 TV 생태계…사업도 바꾼다

김 부사장은 "지난해 미국에서 TV 생방송을 보는 시간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청 시간보다 적어졌다"며 "시장이 완전히 바뀌었고, 이는 곧 생태계가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집에서 케이블이나 위성을 통해 TV를 보는 미국 성인은 2015년 76%에서 2021년 56%로 급감했다.

SRA는 올해부터 비디오 소비 환경 변화를 반영해 채널형 비디오 서비스 '삼성 TV 플러스' 관련 사업을 강화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삼성 TV 플러스는 영화·드라마·예능·뉴스·스포츠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콘텐츠를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서비스다. 미국에선 CBS뉴스와 블룸버그TV를 비롯해 스포츠, 예능 드라마 등 약 200개 채널을 서비스 중이다.

특히 ‘무료로 보는 대신, 소비자는 일정 시간 동안 광고를 시청해야 한다’는 점에서 사업 기회를 엿봤다고 했다. 김 부사장은 "삼성 TV 플러스를 기반으로 한 미디어·디지털 광고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새로운 수익원으로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 TV 플러스 총시청 시간은 30억 시간에 달한다. 2021년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늘었다.

그는 "지역별 연령대별 맞춤형 광고도 가능하다"며 "그동안 판매해놓은 삼성전자 TV가 새로운 사업 플랫폼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TV 플러스는 현재 미국·독일·프랑스·영국·한국 등 24개국 4억6500만대 이상의 삼성 TV와 모바일 등에서 서비스 중이다. 김 부사장은 "인기가 많은 미국을 중심으로 관련 사업 확대 기회를 노려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서비스는 TV 외에도 삼성 계정을 연동해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여러 기기를 넘나들며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2021년 모바일, 스마트모니터로 적용 기기를 확대했고, 지난해부터는 패밀리 허브 냉장고에서도 지원한다. 김 부사장은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삼성전자 기기 위에 삼성 TV 플러스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게이밍·아트 소비도 '새 기회'

SRA에선 게이밍 시장 확대와 아트 소비 증가를 삼성 TV사업의 또 다른 기회로 삼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9개 국가에만 선보이고 있는 게이밍 허브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도 이곳에서 세운 전략이다. 삼성 게이밍 허브는 TV에서 스트리밍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로, 지난해 출시했다. 별도의 콘솔 게임기를 구입할 필요 없이 게임 컨트롤러만 TV와 연결해 게임을 할 수 있다.

김 부사장은 “게임 시장에서 게임기 판매 분야는 앞으로 사라질 것”이라며 “미디어, 음악, 엔터테인먼트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큰 게임 산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노원일 삼성리서치아메리카연구소장(부사장)이 인공지능(AI), 로봇 등 연구 확대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2017년 출시한 아트 스토어에선 오스트리아 벨베데레 미술관, 영국 테이트 모던 미술관 등 세계 50여개 미술관과 박물관, 갤러리의 작품 2000여점을 제공한다. 현재 117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날 방문한 SRA에선 TV 사업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제품 및 서비스 핵심 기술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었다. SRA는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부문의 선행 연구개발 조직이다. 연구원 총 650명이 근무하면서 차세대 통신, 인공지능(AI), 로봇, 디지털 헬스,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 플랫폼 등을 연구 중이다.

노원일 SRA연구소장(부사장)은 “혁신적이고 우수한 제품 및 서비스의 기반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최근 빅테크의 대규모 감원으로 우수 인재를 뽑을 수 있는 유리한 상황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SRA는 급여 외에 제한조건부주식(RSU)을 지급하는 대신 현금 보상을 하고 있고 인위적 감원이 없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실리콘밸리=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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