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희의 매크로 VIEW] "우리 파월이 달라졌어요"
안녕하세요? 디지털타임스 이윤희 기자입니다. 저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자본시장을 취재해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윤희의 매크로 VIEW]는 자본시장에 영향을 주는 매크로(Macro, 거시경제) 상황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코너입니다. [이윤희의 매크로 VIEW] 연재를 시작하고 벌써 두번째 시간이 되었네요. 많이들 기다리셨을 거라 믿습니다. 오라는 데는 없지만 갈 데는 많은 것이 기자의 숙명인 만큼(?) 오늘도 패기있게 시작해보겠습니다.
지난해 경제 뉴스에서 가장 많이 본 사람 중 한 명은 아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회 의장 제롬 파월일 겁니다. 연준 의장은 '세계의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요인(要人)이기도 하지만, 특히 지난해 가파른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전세계적 주목을 한 몸에 받은 인물이지요.
파월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명으로 중앙은행 수장의 자리에 오르게 된 뒤 바이든 행정부에 들어와서도 의장직을 연임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에 대한 정보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파월이 연준 의장이 되기 전까지는 그가 매파인지 비둘기파인지조차 알려지지 않은 정도였습니다.
전임이었던 재닛 옐런이나 벤 버냉키, 앨런 그린스펀, 또 파월과 자주 비교되는 선배 의장 폴 볼커 등과는 달리 파월은 경제학자도 아니었습니다. 심지어 그의 원래 직업은 변호사입니다. 그는 1997년부터 2005년까지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의 파트너로 재직하며 금융전문 변호사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부시 행정부에선 재무부 경제관료로 일하기도 했죠. 공화당원인 그가 연준 이사가 된 건 이런 실무 경력을 높이 평가한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전격적 발탁 덕분이었습니다. 이후 트럼프의 지명으로 연준 의장으로 승진했고, 바이든도 지난해 2월 임기가 끝날 예정이던 그를 연임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처음에 시장은 그가 트럼프에 휘둘릴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전임자들에 비해 거시경제에 대한 식견도 짧아 보였고, 정치권의 개입을 막고 연준을 독립적으로 운영해갈 수 있을지, 코로나19와 이후의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을 연착륙으로 이끌 수 있을지 걱정 뿐이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연준을 욕하고 통화정책에 간섭하곤 했습니다. 나중엔 시진핑보다 파월을 더 큰 적이라고 하는 막말도 서슴치 않았죠.
파월 의장은 2019년 7월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기준금리를 25bp(0.25%포인트) 전격 인하했습니다. 트럼프의 금리 인하 압박에 백기를 들고 만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2021년 내내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며 연준을 믿어달라고 했습니다. 네 틀렸죠. 40년만에 찾아온 인플레이션은 지난해 내내 이어진 금리 인상에도 잡히지 않고 전 세계를 괴롭혔습니다.
파월 의장은 더는 실수나 판단 착오를 저질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지난해 그는 강력한 매파적 통화정책을 이어갔고, 이제 좀 쉬어갈 만 한가 하면 또 매파적 발언을 해 시장을 경직시켰습니다. 연준은 2021년 11월부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로 사실상 긴축(시중 유동성 회수)에 돌입했으며, 지난해 3월부터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했습니다. 4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 등을 이어가며 미국의 기준금리는 작년 초 연 0.25%에서 4.25~4.5%로 가파르게 뛰었습니다. 2000년대 중반부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처럼 말이죠.
그래도 올해는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고 시장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올해 첫 FOMC에서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죠. 금리 인상 결정을 앞두고 지난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중앙은행 심포지엄에 참석한 파월은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단상에 선 그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고강도 긴축을 "인기 없는 조치"라고 인정했습니다. 대출 이자가 늘고 증시와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고 경기침체까지 예고될 정도니까요. 하지만 "높은 인플레이션 수준에서 물가 안정을 회복하려면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둔화처럼 단기적으로 인기 없는 조치가 요구될 수 있고, 정치적 통제가 없으면 그런 조치를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죠. 정치권 일각의 긴축 완화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결의겠지요. 또 "연준은 통화 정책의 독립성을 가진 기관으로,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후에 역사는 그를 '21세기의 볼커' 또는 '수퍼 매'라고 기억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그의 말을 믿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날 뉴욕 3대 증시가 다 올랐거든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던 말을 엎은 것처럼 연준의 정책은 향후 경제지표에 따라 엎어질 수 있다고 본 것이지요. 먼저 고용이 여전히 강한 모습을 보였지만, 12월 임금상승률은 전망치를 하회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를 줄였고 1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전월보다 낮아질 전망입니다. 파월은 과연 시장과의 눈치게임을 어떻게 이어가고 싶은 걸까요.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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