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도녀2' 女들의 영원한 우정은 결국 판타지일까?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2023. 1. 1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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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술도녀2', 사진제공=티빙

술으로 진하게 뭉쳤던 여성들의 이야기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술꾼도시여자들2'(극본 위소영, 연출 박수원, 이하 '술도녀2')가 어느덧 마지막 두 회차 공개를 앞두고 있다. 5주 연속 주간 티빙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 시청 UV 역시 1위를 기록하며 시즌1에 이어 시즌2도 진한 인기를 자랑했다.

시즌2에서 세 여자의 우정은 과도기를 지나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영원할 것 같던 우정도 실금 하나에 무너지기 마련이다. '술도녀2' 속 세 여자의 우정도 세차게 흔들리고 있다. 작은 싸움이건 연락이 소원해져서건 학창시절 죽고 못살던 친구와 어느덧 어색해져버린 우리네 관계에는 변하지 않는 건 없다. 우정이 영원하길 바라는 건 어찌 보면 안정적인 관계의 바람이 실린 판타지일지도 모른다.

지연(한선화)의 암 선고로 산속으로 함께 향했던 소희(이선빈)와 지구(정은지). 타고난 활력가 지연은 친구들의 보살핌으로 무사히 건강한 몸을 되찾았지만, 좁아진 거리가 예상치 못한 균열을 내고 말았다. 그 이유가 남자 때문이라는 것은 꽤나 씁쓸하지만 지극히도 현실적이다. 사랑과 우정 사이의 그 지독한 딜레마가 '술도녀2' 그녀들에게도 봉착한 것이다.

'술도녀2', 사진제공=티빙

두 친구의 갈등에 결국 등이 터저버린 소희가 "죽을 고비까지 넘겨 가면서 쌓은 우정이 겨우 이거냐고!"라며 서럽게 외치던 모습은 산골짜기든 도시든 서로를 아끼는 마음만큼은 변함없던 이들의 지난날이 스쳐 더욱 마음 쓰렸다. 우정에 실금을 낸 건 지연 쪽이다. 아니, 지연의 불안한 마음이다. 세상에 혼자 남은 지연에게는 소희와 지구만이 자신을 진정으로 안아주는 유일한 존재다. 지연은 불안했다. 누구를 만나건 언제든 제들 품으로 돌아오던 소희와 달리, 마음 품이 일정한 지구가 진정한 사랑을 만나면 자신들을 떠날까 초조했다. 

자신의 미소 한번, 손짓 하나면 언제고 넘어왔던 지구의 다른 남자들과는 달리, 눈길이 오직 지구에게만 향하는 우주(윤시윤)의 존재는 지연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지연은 그래서 지구 앞에서 우주를 노골적으로 꼬시는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었고, 지구의 입에선 결국 "X발"이라는 나지막한 욕설과 함께 분노가 일었다. 무시무시한 욕설을 서로에게 뱉으며 둘은 서로를 향해 생채기 가득한 말을 퍼부었다. 사정을 들은 소희마저 지연에게 등을 돌리고 말았다. 우정을 가장 깨고 싶지 않았던 지연의 간절함이 결국 그 우정을 깨트린 셈이다. 

'술도녀2', 사진제공=티빙

지연의 행동은 본심이 어찌 됐건 지켜보는 시청자 입장에서 곱게 보이지 않는다. "주변에 저런 친구가 있어 마음 고생한 적이 있다. 실제라면 가장 멀리해야 할 스타일"이라는 댓글에 열렬한 '좋아요'가 붙은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아쉽다. '극호'였던 지연이라는 인물이 한 순간 '비호감'이 됐다. '술도녀'의 러블리를 담당하던 지연이라는 캐릭터에게서 제작진은 하루아침에 이해받을 여지를 거둬갔다. 당연히 여자들의 진한 우정기가 최대 매력이었던 '술도녀'에 대한 견인력도 반감됐다. '술도녀'는 여전히 티빙의 우량주이지만, 살결에 맞닿는 인기 체감이 시즌1만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남은 2회가 중요하다. 실타래처럼 꼬여버린 이들의 관계를 어떻게 다시 극호로 풀어낼지가 관건이다. 지연의 서사에 보다 촘촘한 이해가 붙어야 한다. 지구가 분노하던 모습이 진짜 악감정만 남겨서는 곤란하다. 영원한 우정이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만, 적어도 드라마에서만큼은 그것을 바라는 시청자들의 판타지를 살필 필요가 있다. '술도녀'가 사랑받은 이유는 하이퍼리얼리즘이 아니다. 유니콘 같은, 내게도 저런 친구가 있었으면 하는 그 작은 바람들의 응원이었다. 그 응원에 부디 응답하는 결말을 안겨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많은 시청자들이 금요일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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