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위축증·수면병 치료제…올해 주목할 임상시험 11개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은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카네맙을 비롯해 올해 주목해야 할 11개 치료제의 임상시험 결과를 지난해 말 집중 조명했다. 당뇨병 치료제 파킨슨병 효과 임상시험과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활용한 근위축증 치료 효과 임상시험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먼저 당뇨병 치료제 ‘엑세나타이드’의 파킨슨병에 대한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 3상 결과가 주목된다. 엑세나타이드는 GLP-1 수용체 기반의 치료제다. 이 연구를 진행 중인 로저 알빈 미국 미시간대 신경학과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2상에서 효과를 입증할 만한 결과가 상당 부분 확보됐다.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다면 임상 현장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난소암 항체약물접합체(ADC)와 관련한 임상시험도 이름을 올렸다. 미국 제약사 이뮤노젠의 ADC 후보물질 ‘엘라히어’는 난소암 치료제로 지난해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속승인을 받았다.
당시 FDA는 엽산수용체알파(FRα) 양성 백금 내성 상피성 난소암, 나팔관암 및 원발성 복막암 환자에게 엘라히어를 투약하는 것을 승인했다. FDA는 이뮤노젠이 백금 저항성 난소암 환자 1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3상을 근거로 엘라히어를 승인했다. 의약품이 신속승인에서 정규승인으로 넘어가려면 의약품의 전반적인 안전성과 효능을 확인하는 확인시험이 추가로 필요하다. 엘라히어의 확인시험 초기 결과는 2023년 초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CRISPR-Cas9)를 사용한 근위축증 치료법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시험도 눈길을 끈다. 시몬 스풀러 독일 막스델브뤼크센터 연구원 연구팀은 근육을 재생하는 유일한 세포인 근육줄기세포를 교정하는 치료법을 검증하고 있다. 연구팀은 새로운 단백질 세포를 환자에게 주입하고 몇 달 동안 새로운 근육이 생성되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백신 접종자의 자궁경부암 검진과 관련한 임상시험도 진행된다.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을 많이 접종한 인구에서 1차 HPV 선별 검사를 평가하는 최초의 대규모 무작위 대조 연구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HPV 양성 여성을 관리하기 위한 건강검진 선별 프로그램을 평가할 계획이다.
체중 감량을 위한 지중해 식단의 중요성을 평가하는 임상시험도 진행 중이다. 건강한 식단과 신체활동을 이용한 체중 감량 또는 유지가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사람의 심혈관 질환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는 아직 없다. 이 실험은 전통적인 지중해 식단을 기반으로 하는 집중적인 생활 프로그램이 과체중과 비만 성인의 체중 감소를 달성하기 위한 지속 가능한 장기 접근법이며 이 같은 생활 방식 변화가 심혈관 질환과 사망률에 유익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가정한다.
수면병에 대한 안전한 치료법을 확인하는 임상시험도 있다. 수면병을 치료하기 위한 다국적제약사 사노피의 신약 ‘펙시니다졸’의 임상시험의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체체파리에게 물려 전염되는 수면병은 심각한 정신건강 질환을 일으키고 있어 아프리카에서 안전한 약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인 레카네맙 임상시험 결과는 이미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레카네맙은 일본 에자이와 미국 바이오젠이 공동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다. 알츠하이머 발병에 관련된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바이오젠은 지난해 9월 치매 초기 단계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3상 결과를 발표하며 인지 및 기능 저하를 27% 지연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초기주를 겨냥한 모더나 백신의 예방 효능을 평가하는 임상시험도 꼽혔다. 남아프리카 8개국의 1만45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에이즈 혹은 중증 코로나19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기타 동반 질환이 있는 성인에 대해 백신의 코로나19 예방효과를 확인한다. 글렌다 그래이 남아프리카 의료연구위원회장은 "모더나 초기 코로나19 백신 'mRNA-1273'이 새로운 2가백신보다 열등한지 알아내는 것도 연구 목표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암 전이의 새로운 기전을 밝히는 1상 시험도 주목된다. 스위스 바젤대 연구팀은 암 전이가 혈류에 존재하는 순환종양세포(CTC)에 의해 이뤄진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연구팀은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혈액에서 CTC가 발견되면 3주에 걸쳐 치료제를 투여하고 CTC의 변화양상을 관찰할 계획이다.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시 새로운 암 치료법의 가능성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유전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빈혈질환에 대한 유전자치료법의 효과도 관심거리다. 이탈리아 산라파엘대 연구팀은 겸상적혈구빈혈증과 지중해빈혈(탈라세미아)에 대한 유전자가위 치료법의 안정성과 효과를 검증한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겸상적혈구빈혈증은 적혈구의 모양이 낫(겸상) 모양으로 되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일으키며 지중해 빈혈도 헤모글로빈의 유전자 돌연변이로 유발되는 질환이다. 연구팀은 염기서열 편집을 통해 이들 돌연변이를 교정하고 예후를 살피고 있다.
전립선암의 과잉진단을 방지하기 위한 전립선특이항원(PSA) 검사에 대한 검증도 관심을 받는다. 전립선특이항원은 전립선 상피세포에서 효소로 전립선 이외의 조직에서는 거의 생성되지 않는다. 전립선암을 선별하는 표지로 사용되지만 종종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저위험 암까지 감지한다는 단점이 있다. 핀란드 탐페레대 연구팀이 2018년부터 진행 중인 임상시험은 공격적인 전립선 암만을 탐지하는 진단법의 기준 마련이 목표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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