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효진 CP "'쇼미11', 드릴 등 힙합 하위장르 소개 시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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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음악 채널 엠넷의 간판인 '쇼미더머니'(쇼미). 2012년 출발한 이 시리즈는 국내 최장수 힙합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힙합이라는 특정 장르를 소재로 함과 동시에 '방송 프로그램'이라는 틀에서 진행이 돼야 한다는 정체성 때문에 일어나는 간극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힙합이라는 장르의 특성을 보여줘야 하지만 동시에 방송 프로그램인 이상 힙합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은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불가피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다만 시즌을 시작할 때 각 팀 프로듀서님들과 미팅을 하면서, 이번 시즌에 힙합신의 다양한 모습들이 방송 안에서 그려졌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눴었습니다. 그리고 프로그램 내에서 각 팀의 프로듀서 님들이 경연곡 안에 다양한 힙합 장르를 대중적으로 소개하고자 많이 노력하신 부분들이 있습니다. 특히, 릴보이 X 그루비룸 팀 같은 경우는 팀 음원 미션, 본선, 세미파이널까지 이어지는 경연 안에서 '위하여'(드릴), '네임 태그(Name Tag)'(UK 개러지), '브룸(Vroom)'(레이지 비트) 등의 곡으로 다양한 힙합 안의 하위 장르들을 선보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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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대중·마니아 취향 균형감 있게 만족시켰다"
"성별보다 '인간'·'아티스트' 이영지에 더 주목한다면 좋겠다"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케이블 음악 채널 엠넷의 간판인 '쇼미더머니'(쇼미). 2012년 출발한 이 시리즈는 국내 최장수 힙합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최근 종영한 시즌 11의 마지막회 시청률이 0.8%(닐슨코리아 집계 전국 기준)에 그치는 등 지표 측면에선 높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쇼미더머니' 시리즈가 거둬온 성과를 평가절하하는 건 부당하다. 화제형 프로그램이 아닌 발판형 프로그램으로 진화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수치 등의 측면에서 성장 곡선을 그리지 못하더라도, 서사의 역사에서 또 하나의 변곡점을 만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대중이 어떤 힙합이 좋은 지 몰라 갈팡질팡하던 시절에 이제 힙합을 좀 더 담담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안겨준 건 부인할 수 없다.
이영지가 시리즈 역사상 첫 여성 래퍼 우승자가 됐고 그녀와 결승에서 경합한 허성혁·블라세·던말릭은 이영지 못지 않은 성장서사를 썼다. '쇼미 11'를 총괄하는 최효진 엠넷 CP는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대중과 마니아들의 취향을 균형감 있게 만족시키고 힙합 음악의 건재함을 알릴 수 있지 않았나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최 CP, 이형진 PD와 나눈 일문일답.
-최 CP님은 시즌4(2015년)부터 벌써 시즌 7을 함께 해왔습니다. 이번 시즌의 특별한 점은 무엇이었나요?
"'쇼미더머니'는 장기간 명맥을 유지해 온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당해의 다양한 사회적 분위기, 힙합 신(scene)의 트렌드 등과 맞물려 매 시즌 새로운 분위기를 만듭니다. 이번 시즌은 '쇼미' 최초로 월드컵에 맞물린 시즌이었는데요. 아무래도 전세계가 열광하는 이벤트이다 보니 이전 시즌들에 비해 시청률 면에서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화제성이나 조회수 등이 꾸준히 1위를 유지하는 걸 보며 여전한 영향력에 대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음악적 측면에서도 힙합의 정통성을 이을 수 있는 무게감 강한 음원들이 프로그램 후반을 받쳐주며 대중과 마니아들의 취향을 균형감 있게 만족시키고 힙합 음악의 건재함을 알릴 수 있지 않았나 합니다."(최 CP)
-이번 시즌은 젊은 래퍼들이 많이 출연해 영지 씨뿐만 아니라 특히 톱4를 중심으로 성장 서사를 잘 보여준 시즌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제작진이 이런 부분에 초점을 맞춘 게 있나요?
"톱 4 뿐만 아니라 이번 시즌에 참가하는 래퍼들이 무엇을 얻기 위해 이 서바이벌에 참가했는지 다양한 욕망과 계기들을 보여주고 그것을 얻어가는 과정들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참가자들의 숫자가 많다 보니 개개인들의 이야기를 모두 하나하나 짚어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톱 4 래퍼들은 상대적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조명해줄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그들의 성장 서사가 더 잘 보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최 CP)
-소셜 미디어나 힙합 팬들 사이에선 상당히 화제였던 것으로 아는데 시청률을 높지 않았어요. 물론 티빙 등 플랫폼이 다양화된 부분도 있겠지만 지난 10년 간 플랫폼이 다양화되고 힙합을 소비하는 창구가 다양해지면서 '쇼미' 제작진도 고민이 많아졌을 거 같습니다. 이번 시즌을 거치면서 프로그램의 정체성, 힙합 문화를 알리는 창구 등과 관련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무엇이었습니까? 이번 시즌이 제작발표회 때 말씀하셨던 것처럼 '새로운 챕터의 시작을 알리는 전환점'이 됐다고 평가하십니까?
"플랫폼이 다양화되고 시청자들의 니즈가 다각화되고 파편화됨에 따라 방송 프로그램 하나가 힙합을 소비하는 팬들의 모든 니즈를 충족시키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시즌은 현재 한국 힙합신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루키들과 대중들에게 소개되지 않은 힙합의 다양한 하위 장르들이 대중들에게도 소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시즌은 드릴 장르를 필두로 UK개러지, 레이지 비트 등 대중들에게 생소했던 힙합신의 다양한 하위 장르의 음원들이 소개될 수 있었던 시즌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디어와 음악을 소비하는 시대의 흐름을 잘 읽어내는 것이 11년 간 '쇼미더머니'를 지탱해 온 힘이었던 만큼 역할과 책임감 역시 가중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최 CP)
-드디어 여성 래퍼 우승자가 나왔습니다. 이런 부분은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시나요? 이제 여성 프로듀서도 나올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 부분 역시 고민이 많으시겠죠?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시즌이 거듭되면서 11명의 우승자가 배출됐고 그 면면을 보면 각자 개개인의 캐릭터와 서사, 스타일 등이 다양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그동안 남성 래퍼들의 활약이 두드러졌었기에 여성인 이영지의 우승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저는 성별에 큰 의미를 두기보다는 '인간 이영지'가 프로그램 안에서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와 앞으로 '아티스트 이영지'가 해나갈 일들에 더 주목한다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성 프로듀서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성별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프로듀서로서 시즌의 방향성에 적합하신 분이 있다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최 CP)
-'쇼미'는 준결승, 결승으로 가면 음악들이 참 대중적이 된다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준결승, 결승으로 가는 과정에서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곡들이 많이 나오는 거 같은데요. 저 역시 어쩔 수 없는 방향성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런 결정을 하기까지 어떤 고민들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힙합이라는 특정 장르를 소재로 함과 동시에 '방송 프로그램'이라는 틀에서 진행이 돼야 한다는 정체성 때문에 일어나는 간극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힙합이라는 장르의 특성을 보여줘야 하지만 동시에 방송 프로그램인 이상 힙합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은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불가피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다만 시즌을 시작할 때 각 팀 프로듀서님들과 미팅을 하면서, 이번 시즌에 힙합신의 다양한 모습들이 방송 안에서 그려졌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눴었습니다. 그리고 프로그램 내에서 각 팀의 프로듀서 님들이 경연곡 안에 다양한 힙합 장르를 대중적으로 소개하고자 많이 노력하신 부분들이 있습니다. 특히, 릴보이 X 그루비룸 팀 같은 경우는 팀 음원 미션, 본선, 세미파이널까지 이어지는 경연 안에서 '위하여'(드릴), '네임 태그(Name Tag)'(UK 개러지), '브룸(Vroom)'(레이지 비트) 등의 곡으로 다양한 힙합 안의 하위 장르들을 선보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번 시즌을 거치면서 힙합에 대한, 래퍼에 대한 CP님과 PD님의 생각이 바뀐 부분이 있나요?
"원래부터 자유로우신 분들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을 뛰어넘는 자유로움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아서 신선한 경험이었고 많이 배웠습니다. 자신의 세계에 대한 확신과 고집으로 본인의 영역을 구축해 나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고, 개인적으로도 자극이 됐습니다."(이 PD)
"래퍼들과 프로듀서들 모두 음악적 트렌드에 유연하게 변화하고 있다고 봅니다. 더불어 미디어 뿐 아니라 대중음악도 경계가 많이 허물어지고 있는 만큼 다양한 음악적 신념을 바탕으로 한 시도들이 크게 늘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최 CP)
-지금 한국 대중음악 신에서 힙합이란 무엇일까요. 이 음악이 차지하고 있는 위상 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힙합이 도대체 뭘까?'에 대한 생각은 시즌 처음 시작할 때부터 시즌이 끝난 지금까지 계속 하고 있는데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힙합은 단순히 랩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패션, 음악, 미술, 춤과 라이프 스타일을 포괄하는 하나의 큰 문화라는 점에서 한국 대중음악 신에서 큰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중들이 미처 '힙합'이라고 느끼지 못 하는 K팝 아이돌의 음악과 패션 안에도 힙합의 다양한 요소들이 녹아있는 것처럼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인식은 하고 있지 않더라도 힙합에 뿌리를 둔 많은 요소들이 우리 대중음악에 많은 영향을 줬다고 생각합니다."(최 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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