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병 항문 손가락으로 찌른 선임병…法 "강제추행"

피해자와 합의로 징역형 집유…전과자 전락
법원 "성적 불쾌감 줬고 군기 확립도 저해"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군복무 시절 후임병 항문을 수차례 손가락으로 찌른 선임병이 전역 후 군인강제추행 혐의 유죄 판결을 받고 전과자가 됐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기도 파주의 한 부대에서 군복무를 한 A씨는 지난해 3월 후임병 B씨의 옷 위로 항문 부위를 3회 찌르고 항문 부위에 손가락을 돌렸다.

평소 후임병들에게 폭언·폭행, 괴롭힘 등을 행했던 A씨는 수차례 윗선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행태를 반복했다. A씨는 이 사건 이전인 2021년 12월과 2022년 3월 B씨의 옆구리와 허벅지를 꼬집거나 주먹으로 허벅지를 폭행하기도 했다.

A씨의 범행은 참다못한 B씨가 부대에 보고하면서 드러났다. A씨는 군 조사에서 “피해자를 때리거나 추행한 적이 없고, 오히려 잘 챙겨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른 동료 부대원들의 증언과 CCTV 영상을 통해 A씨의 범행은 들통났다. A씨는 군사경찰 조사를 받던 중 전역해 민간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A씨를 군인등강제추행, 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혐의를 부인하던 A씨는 판결 선고 며칠 전 피해자와 합의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을 경우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인 폭행죄와 달리 성폭력 범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다.

이에 따라 폭행죄는 공소기각이 내려졌고, 법원은 군인등강제추행 혐의에 대해서만 판결을 선고했다. 군인 등 강제추행 혐의의 경우 벌금형 선고가 불가능하고 징역 1년 이상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합의1부(재판장 최종원)는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선임병인 A씨가 지위를 이용해 후임병인 피해자를 추행해 피해자에겐 상당한 성적 불쾌감을 줬고 군의 군기 확립도 저해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범행 일체를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지만, 추행 정도가 비교적 중하지 않고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한 점을 고려했다”고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한광범 (totoro@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