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으로 치료를...디지털치료제, 확산 위한 새 규제 필요성 제시

강미화 2023. 1. 1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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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을 유발하는 물질'이라는 패러다임에 갇힌 게임이 '질병 치료에 효능 있는 물질'인 디지털치료제로 부각되고 있다. 

디지털치료제는 1세대 알약 및 캡슐, 2세대 주사, 3세대 세포치료제를 이어 4세대 신약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017년 약물 치료를 위한 디지털치료제 1호를 승인한 데 이어 2020년 6월, 게임에 기반한 어린이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이하 ADHD) 디지털 치료제를 승인했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디지털치료제 1호가 나오지 않은 상황.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국내 디지털치료제 산업의 정책·제도화 촉진 방향을 모색하고자 '디지털치료제(DTx) 정책·제도화 촉진을 위한 토론회'를 11일 국회의원회관 1소회의실에서 열었다.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백종헌 의원은 디지털치료제 산업 규모가 2022년 38.8억 달러에서 2030년 173억 달러까지 연평균 성장률 20.5%에 이를 것(프레시던스 리서치 자료)이라며 국내 산업 발전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이병훈 의원은 "여야가 함께 정책 토론을 한다는 것에 의미가 크다"며 "게임산업 경쟁력을 갖고 있어 디지털치료제 산업에서도 커져 나갈 수 있다고 보고, 시장 확대되도록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발제와 토론회에서는 '디지털치료제'에 맞는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가 나왔다. 이미 미국, 영국, 독일 등 해외에서는 디지털치료제가 약물 대비 낮은 위험도에 제도적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먼저 발제를 맡은 박명철 경운대학교 교수는 '디지털치료제'가 보조적인 의료기기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치료, 관리, 예방이 가능한 독립적 치료제라며 산업적 가치보다는 미래 지향적 사회적 가치를 우선해야 규제 기관에서도 제도적 내용이 도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존 치료제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이에 맞는 규제 정책이 보완되거나 신설돼야 한다"며 "규제에 의료행위, 재료, 의약품이 있는데, 국내에서는 치료 재료인 의료기기로 분류된다. 절차적 내용에 규제와 맞지 않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이와 함께 게임처럼 디지털치료제 역시 사용자가 없다면 가치가 없다며 사용자의 참여를 증대시키기 위해 기존 게임에 치료적 요소를 더하는 게 필요하다고 봤다. 아울러 '디지털치료제'는 만성질환 예방적 치료에서 충분히 가능성을 가지고 있어 보험사에서 손실에 매몰되지 말고 가치 투자를 해야한다"고 밝혔다. 
한덕현 중앙대학교병원 교수는 디지털치료제의 변천과 개념을 설명하면서 "디지털치료제 디자인 단계부터 의사나 약사가 함께 개발해야 하며 2년 안에 사용해야만 골동품이 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디지털치료제가 되기 위해서는 10명 중 7.5명 이상의 증세가 호전되는 임상시험과 함께 호전된 이유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일례로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약과 디지털 치료제를 비교했을 때 우측 전두엽의 활성화가 25% 이상 증가한 '기전'과 과학적 방법의 '기전검증', 기전의 반복성이 높은 부분에서 모두 동일하나 '기전 신뢰도'가 모호하고, 비즈니스 모델이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았다. 

이와 함께 한국 의료형태를 고려한 허가 및 관리 제도가 필요하고, 제약 바이오 회사의 생각 전환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성지 웰트 대표는 '디지털치료제 제도화로 만들어질 미래를 위한 제언'으로 진화하는 치료제를 관리하기 위한 규제 및 수가 정책 마련, 혁신기금 조성으로 사용 확산 및 근거 확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게임은 해보니 재미있어서 하는 대표적인 경험재다. 약은 맛있어서 먹는게 아니라 믿고 먹는 신용재"라며 경험재가 신용재로 가기 위해서는 끊기지 않는 신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와 의사의 처방, 수가 인정을 거쳐 신뢰를 만들어갈 수 있는데, 국내에선 통합심사에만 80일이 소요되고 3~5년간 본인부담금 90%의 현장활용을 거쳐야 정식급여를 받을 수 있다. 독일에서 통합심사 이후 1년간 혁신급여로 100% 국가가 제공하고, 정식급여 절차를 밟는다. 

강 대표는 "좋은 제품에 수가 비율 조정하는 등의 탄력적 보상체계를 마련하고, 독일처럼 혁신의료기기 활용에 디지털 헬스 바우처를 지원했으면 한다. 시간이 돈"이라고 밝혔다.
이어지는 토론에서는 김치용 동의대학교 교수의 진행으로 이동규 동아대학교 교수, 이영민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 과장, 정준화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차윤선 한국조지메이슨대학교 실장, 채규한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정책과 과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이동규 교수는 "'디지털치료제'를 의료기기 내 '디지털 치료기기'로 보고 규제해 식약처 인허가부터 지연되고 있다"며 "시기를 놓치면 경쟁력이 없어진다. 미국도 디지털 치료기기로 있지만, 위험도로 접근해 사전 승인으로 사용자 자료를 확보할 수 있게 하고 있고, 독일은 보험급여를 신속하게 내준다. 규제 완화라기 보다는 신속한 제도적 노력을 벤치마킹할 필요 있다"고 밝혔다. 

차유선 실장은 디지털치료제는 접근성이 높으면서 비용은 낮아 미국에서 이용자가 2020년 810만 명에서 2022년 2590만 명, 2025년에 1억 7100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시장 현황을 밝혔다. 이어 의료진에 대한 교육 필요성, 이용에 대한 보험 보장 범위 및 명확하지 않은 승인기준, 환자들의 지속 이용 보장을 해결돼야 할 문제로 꼽았다.

그는 "환자들이 몰입할 수 있도록 게임 요소와 접목해야 한다"며 "게임제작사와 ADHD 임상 실험결과 주의력이 3배 높아졌다. 게임연구자와 해당부분 발전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기관 관계자는 '디지털치료제'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영민 문체부 과장은 "디지털치료제 기초연구에서 엔지니어링이 아니라 콘텐츠 부분이 게임분야 기회이자 가능성이라고 전망했다"며 "지식재산권, 건강보험, 의료보험, 수익성문제를 고민할 수 있는 정부, 학계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규한 식약처 과장은 "디지털 기술이 삶을 변화하고 접목하는 세상이다보니 혁신 기술을 수용하는게 식약처 숙제다"며 "규제 완화라는 단어보다는 국민의 건강과 삶을 바꾸는데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준화 입법조사관은 "디지털 치료제에 규제 완화보다는 적절한 규제를 찾는게 필요한 일이 아닌가 싶다"며 "디지털 치료제를 확산해가는 방향에서 정부 R&D가 필요하고 부처 내부에서 제도 개선까지 패키지로 가는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주도보다 의료 저변을 확대하고자 하는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도 제안했다.
강미화 redigo@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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