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프리미엄’ 노리고 불법 해외송금한 前은행 지점장 등 5명 징역형
시세 차익을 노리고 국내에서 가상화폐를 팔아 1조원대 외화를 해외로 불법 송금한 5명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대구지법 형사8단독 이영숙 부장판사는 외국환거래법·은행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우리은행 전 지점장 A(53)씨에게 징역 3년에 벌금과 추징금 각 2500만원을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또 특정금융정보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B씨에게 징역 4년에 추징금 14억 4200만원을, C씨에게 징역 3년에 추징금 8억 1701만원을 각각 선고하고 나머지 2명에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21년 10월부터 작년 6월까지 B씨 등과 함께 중국 내 공범들이 보내준 가상화폐를 국내에서 판매한 뒤, 대금을 해외로 보내는 작업을 도운 혐의를 받는다. 국내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해외보다 더 비싼 가격에 팔리는 소위 ‘김치 프리미엄’을 불법적으로 이용한 범행이다. 이들이 해외로 불법 송금한 판매 대금은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허위 서류를 이용해 외환을 불법으로 송금할 수 있도록 돕고, 불법 송금이 은행 자체 감시 시스템인 ‘의심거래 경고(STR Alert)’에 걸렸음에도 본점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이 사실을 공범에게 알리는 등 범행을 도운 대가로 A씨는 C씨 등으로부터 25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
B씨 등은 유령회사를 세워놓고 가상화폐를 국내에서 팔아 현금화한 뒤 차명 계좌를 거쳐 다시 해외로 송금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해외 송금 시엔 금괴나 반도체칩 등에 대한 수입 대금을 지불하는 것처럼 허위로 서류를 써냈다.
이 부장판사는 “막대한 외화를 실물 거래없이 국외로 유출하는 등 사안이 중대하다”면서 “A씨는 은행 지점장으로서 의무를 저버렸고, B씨 등은 은행 관계자를 금품으로 매수하는 등 죄질이 불량해 엄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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