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1위지만 ‘윤심‘ 밖, 출마선언 못하는 나경원 딜레마 [레이더P]
1. 출산정책 충돌
나 전 의원은 최근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뉴스토마토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3~4일 1038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총선 승리를 이끌 당대표’에 대해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나 의원은 30.5%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김기현 의원(18.2%), 안철수 의원(16.5%), 유 전 의원(8.6%) 등이 그 뒤였다.
그러나 나 전 의원은 지난 5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위) 신년간담회에서 신혼부부가 자녀를 출산하면 대출 원금과 이자를 탕감해주는 헝가리식 출산 장려 정책을 언급했다. 대통령실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안상훈 사회수석은 6일 기자회견에서 “해당 정책 방향은 본인의 개인 의견”이라며 “윤석열 정부 기조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나 전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서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돈을 준다고 출산을 결심하지는 않으나, 돈 없이 해결되는 저출산 극복은 없다”고 언급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8일 “국가적 중대사인 인구 정책을 총괄하는 부위원장으로서 지극히 부적절한 언행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심’이 반영된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지도부는 선을 그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9일 비상대책위원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전대를 앞두고 용산에서 개입했다는 주장에 불과하고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10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정무직을 제대로 수행해라는 측면이지 당에 대한 관여라고는 볼 수 없다”고 언급했다.
2. “별의 순간” “지지율은 신기루”
여권 내부에서는 나 전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를 놓고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9일 국민의힘 청년당원 100여명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원들의 큰 지지를 받는 후보가 참여해 컨벤션효과를 일으키고, 당원총의로 당대표를 선출해 총선까지 이어가야만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얻을 수 있다”며 나 전 의원의 당대표 경선 출마를 촉구했다.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9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국민과 당원이 부르면 응답하는 것이 정치인의 사명”이라며 “지금이 나 전 의원의 별의 순간”이라고 언급했다.
반면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인터뷰에서 “(당대표) 출마를 생각했으면 자리를 받지 말았어야 한다”며 “순간의 지지율은 신기루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저출산위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를 맡고 있는 나 전 의원이 당대표 출마가 아닌 직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1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대부분의 의원들이 이미 친윤그룹으로 포섭됐고 지난 당대표 선거에서 함께 했던 참모 그룹도 대부분 나 전 의원과 거리를 두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3. 부위원장 사의표명
나 전 의원은 10일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저출산위 부위원장 사퇴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 출마하는 후보들의 윤곽이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나 전 의원의 결정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10일 퇴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난 나 전 의원은 “대통령께 심려를 끼쳐 드려서 사의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대한민국과 국민의힘, 대통령에게 어떠한 결정이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며 고민하고 있지만 설 전까지는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나 전 의원의 사의 표명에 조수진 의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번 선거는 제2의 이준석, 제3의 이준석을 막기 위해서라도 100% 당원투표다”며 “나 전 의원이 무리수를 감안하고 나온다면 잃는 것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인터뷰에서 “나 전 의원이 유승민 전 의원, 이준석 전 대표처럼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노선을 정리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반면 안철수 의원은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민심을 없애고 당심으로만 사람을 뽑으면 관심으로부터 멀어진다”며 다양한 변수를 위해 “나 전 의원이 출마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10일 KBS 인터뷰에서 “학교폭력 사태에서 보는 그런 비민주적인 모습을 보며 당이 이렇게 거꾸로 가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며 “출마 여부는 본인의 자유이고 결심”이라고 했다.
4. 텃밭 동작구 찾아 “내가 포퓰리즘이겠냐”
나 전 의원은 ‘사의 파동’ 이튿날인 11일 지역구인 동작구의 신년인사회에 참석했다.
나 전 의원은 논란의 시발점이 된 ‘출산 빚탕감’ 발언에 대해 “이거 가지고 포퓰리즘이라 하는데 나경원이 포퓰리즘이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실의 비판은 정면 반박한 거다. 또 당대표 출마에 관해서는 “대한민국을 위해서 무엇을 선택할지, 우리 국민의힘의 미래에 무엇이 좋은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출마, 불출마에 대해 고심 중이란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린다”고 밝혔다.
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의 수리 여부에 대해선 “(대통령실로부터) 아직 공식적인 통보는 못 받았다”면서 “저는 어떤 자리에도 연연해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날 다시 발언 수위가 올라가면서 나 전 의원이 결국 출마하는 쪽으로 기울어진 것이란 해석을 낳고 있다.
한편 나 전 의원의 제주도당 당원 특강을 취소시켰던 허용진 국민의힘 제주도당 위원장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개인적인 정치를 위해서 공직을 맡아서 3개월 동안 이용했다”며 나 부위원장을 직격했다. 또 나 부위원장이 저출산고령사회위 직만 내려놓고 기후대사는 그대로 하겠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굳이 하나만 사의를 표명하고 하나는 남겨두고 이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잘 안 간다”며 “기후대사도당연히 내려놔야 한다”고 했다.
[김성우 인턴기자/이상훈 정치전문기자/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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