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릴수록 커지는 나경원…굳어지는 ‘비윤’ 이미지 어쩌나

조문희 기자 2023. 1. 1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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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체인저’ 나경원 보는 두 시선…비윤 “나와라” vs 친윤 “멈춰라”
나경원 등판 초읽기 관측 속 ‘전략적 모호함’ 태도 유지할 듯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태풍이 불기 시작했다.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나경원 전 의원의 등판이 가시화하면서다. 나 전 의원 본인은 아직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여의도 정치권에선 이미 그의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나 전 의원의 움직임 하나하나엔 강렬한 스포트라이트가 쏠리고 있다.

나 전 의원이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이유는 여당 당권 구도를 뒤바꿀 수 있는 존재감을 가진 인물이기 때문이다. 나 전 의원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심과 당심 면에서 두루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역 기반도 수도권이기에 확장력을 갖춘 것으로도 평가받는다. 나 전 의원이 등판 결심을 굳힌다면 국민의힘 당권 레이스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까.

나경원 전 의원이 11일 서울 동작구청에서 열리는 신년인사회에 참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통령실과 공개 설전에 몸값 커진 나경원 

나 전 의원은 11일 자신의 당 대표 선거 출마 여부와 관련해 "아직 고민 중"이라고 했다. 전당대회 규칙이 '당심 100%'로 확정된 지난해 연말부터 나 전 의원의 등판에 세간의 관심이 쏠렸으나, 한 달 가까이 고심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측근 사이에선 "설 연휴 전 출마 선언을 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나 전 의원 본인 측의 확답은 없는 상황이다. 

나 전 의원이 자신의 출마 여부에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배경으로는 '몸값 올리기'가 거론된다. 자신의 출마를 두고 설왕설래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존재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당분간 공식 입장 표명을 자제할 것이란 분석이다. 당 사정에 밝은 국민의힘 관계자는 "스포트라이트는 출마를 저울질할 때 가장 쏠리는 법이다. 설 밥상머리 민심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려면 나 전 의원은 계속 고민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나 전 의원의 대중적 존재감은 타 당권주자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온라인상 키워드 언급량을 비교할 수 있는 구글트렌드를 살펴보면, 지난 7일 동안 '나경원' 평균 언급량은 경쟁 후보인 '안철수'의 3.7배, '김기현'의 2.6배이다. 나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의를 표명한 이후인 지난 10일부터는 그 차이가 최대 14배에 달했다. 결과적으로 나 전 의원이 출마를 저울질할수록 이슈가 쏠린 셈이다.

나 전 의원의 몸값이 커진 계기로는 대통령실과의 공개 '불협화음'이 꼽힌다. 나 전 의원은 앞서 저출산 대책으로 자녀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하거나 면제하는 안을 언급했다가 대통령실로부터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들었다. 이후 대통령실 내부에서 나 전 의원을 저출산위 부위원장직에서 해촉해야 한다는 반응이 나왔고, 이에 나 전 의원 측은 사의를 표명했다. 대통령실이 나 전 의원의 전당대회 등판을 부추긴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기현 의원(오른쪽 )이 5일 오후 서울 송파구민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송파을 신년인사회에서 나경원 전 의원과 악수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친윤에 각 세우고 비윤 멀리하고…나경원의 '줄다리기' 전략

다만 나 전 의원이 대통령실과 각을 세우는 모습을 연출할수록 당선 가능성은 줄어든다는 전망도 나온다. 나 전 의원이 비윤(비윤석열계)의 선봉장에 선 것과 같은 모습으로 비쳐지면서다. 현재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사실상 친윤(친윤석열계) 단일대오로 짜였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좌장 격인 권성동 의원이 자진 사퇴하면서 친윤 김기현 의원으로 당권 교통정리가 완성된 상태다. 이런 국면에 나 전 의원에 비윤 이미지가 씌워진다면 주류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비윤계는 이미 나 전 의원을 한껏 당기는 분위기다. 대표적 비윤계로 꼽히는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 측은 나 전 의원의 당권 출마를 독려하고 있다. 유 전 의원은 "나 전 의원 한 마디에 대통령실이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윤핵관은 집단 린치를 가했다"며 옹호했고, 친이준석계 김용태 전 최고위원은 "윤핵관의 횡포에 꺾이지 말고 용기를 내라"며 노골적 출마를 권유했다. 나 전 의원의 의도와는 별개로 비윤계 전반의 지원사격을 받는 모습이다. 여기에 유 전 의원의 불출마 가능성까지 들려오는 터라, 갈 곳 잃은 비윤계 표심이 나 전 의원으로 쏠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 상태로 나 전 의원이 출사표를 던진다면, 당선된다 할지라도 원내 장악력은 떨어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나 전 의원은 벌써 친윤계로부터 견제를 받고 있다. 친윤으로 꼽히는 김정재 의원은 "지금 출마하고 싶은 유혹은 순간의 지지율 때문에 그렇다. 지지율은 신기루 같은 것"이라며 나 전 의원에 불출마를 권유했다. 유상범 의원도 "나 전 의원에게 조언하고 함께 했던 참모 그룹은 거의 거리를 두고 있다"고 평가 절하했다.

이를 의식한 듯 나 전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수차례 강조하고 있다. 대통령실과의 각을 유지하는 동시에 비윤 진영에는 거리를 둔 것이다. 이 같은 나 전 의원의 '줄다리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 교수는 "국민의힘은 친윤계 중심으로 점차 우경화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한 플랜B가 필요하다"면서 "합리적 보수 스탠스를 취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 나 전 의원이 플랜B로서 입지를 굳힐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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