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 대통령의 '입술'... 희귀병 '비밀' 담아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미국 역사에서 가장 사랑받은 지도자 중 한 명이다. 그의 컬러 사진이나 영상을 볼 때 이상하다고 느낀 적이 없는가? 그의 입술과 얼굴은 어딘가 거뭇거뭇한 느낌이다.
케네디 대통령을 평생을 괴롭혀온 희귀 질환인 '애디슨병' 탓이다. 1963년 사후 케네디 대통령은 성홍열, 홍역, 황달, 원시, 허리통증 등 다양한 병을 앓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 질병은 대부분 비밀에 부쳐졌다. 1960년 대선 과정에서 애디슨병 투병 의혹은 케네디 대통령을 위기에 몰아 넣었다.
케네디가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을 만큼 건강한지 의문이 제기됐다. 그는 '거짓말 아닌 거짓말'로 위기를 넘겨 당선됐다. 애디슨병에서 시작한 그의 건강은 재임 기간 백악관의 비상 문제 중 하나였다. 수행비서는 부신피질 호르몬제가 든 가방을 항상 가지고 다녔다.
애디슨병이 암살 당시 총을 피하지 못한 원인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그는 합병증인 골다공증으로 허리 통증을 달고 살았다. 암살 당일 쇠가 든 허리 지지대 착용을 고집해 평상시라면 피할 수 있었는데도 몸을 숙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피부 검어지고 짠 음식이 당긴다면?... 애디슨병, 의심해봐야
뉴욕타임스(NYT)와 질병관리청의 희귀질환 관리사업 포털인 '헬프라인' 등에 따르면, 애디슨병은 신장 위에 위치한 부신의 기능 이상으로 각종 호르몬 분비가 부족해지는 만성질환이다. 영국의 의사인 T. 애디슨이 처음으로 보고했다. 국내에선 2020년을 기준으로 총 5명(남성 4명, 여성 1명)의 환자가 보고됐다.
초기에는 피로나 식욕 저하 같은 미미한 증상을 보이지만, 점차 호르몬 분비 이상으로 신체 기능이 제대로 조정되지 않는 탓에 케네디 대통령과 같이 다양한 합병증이 나타난다. 현대 의학이 여전히 근본적인 치료법을 찾지 못한 난치병이라 평생 관리가 필요한 병이다.
의학적으론 '21-OH 효소 특이 항체'의 자가 면역 반응으로 부신이 손상을 입어 나타난다. 다만 이런 자가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명확한 요인은 여전히 미지수다. 흔히 어린 시절 결핵 등을 앓은 후유증으로 애디슨병에 걸린다고도 본다.
미미한 증상이 서서히 진행하는 탓에 초기에 발병 사실을 알아채기가 어렵다. 가장 눈에 띄는 증상은 쉽게 피로해지고 식욕과 체중이 감소하면서 피부가 군데군데 검어지는 것이다.
입술과 혀, 잇몸을 비롯해 주변 얼굴에도 주근깨와 같은 반점이 생기면서 거뭇해지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햇볕에 자주 노출되는 부위와 흉터가 남아있는 부위, 팔꿈치, 무릎, 손가락, 발가락과 같이 마찰이 많은 부위 등에서 먼저 착색이 나타나고 장기적으론 전신이 갈색 또는 검은색으로 변한다.
다른 큰 특징은 소금이나 짠 음식을 먹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호르몬 불균형으로 구토, 설사가 잦아지며 수분 배출이 증가하면서 체내 염분과 무기질이 빠져나간 탓이다. 이 탓에 복통과 소화불량도 잦고 저혈당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호르몬 조절이 안 되어 추위를 잘 견디지 못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후기 증상까지 들어선 상태다. 이때는 정신건강적인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일상생활에 무관심해지면서 발열에 따른 실신이나 정신 착란, 우울증, 과민반응 등이 대표적이다. 여성의 경우 생리가 불규칙해지거나 중단하기도 한다.
병이 진행할수록 부신의 기능 부전이 심각해져 부신피질 호르몬 분비가 거의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칼슘 침착 등으로 부신 형태 자체의 변형이 생기기도 하는데, 실제 케네디 대통령의 부검에 참여했던 한 병리학자는 그의 몸에 부신 조직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부신피질자극호르몬 자극검사나 코르티솔의 측정만으로도 애디슨병을 간단하게 진단할 수 있고 호르몬 대체 요법을 통해 적절히 관리할 수 있다. 따라서 적기에 치료와 관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에선 희귀병으로 지정됐기에 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질환 발견이 늦거나 감염이나 외상, 외과 수술, 분만, 심각한 스트레스 상황에선 '애디슨 위기(부신성 위기)'가 발생하기에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이 경우 전문 의료진의 고용량 코르티솔 정맥 주사 조치 후 수액, 전해질을 보충하고 혈압을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응급상황에 자신이 애디슨병 환자임을 알릴 수 있도록 항상 질환카드나 팔찌 등을 착용·소지할 필요가 있다.
최지현 기자 (jh@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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