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익산 황등기독학원 ‘사학 조직 장악 기획인가’…‘교육 개혁인가’

일선 교사가 관선 이사장 해임 공개 요구 사태 빚은 ‘황등기독학원'

-전북도교육청, 일부 현직 교사 감사청구서 받고 해결 고민
-김승환 전 전북도교육감의 전교조 출신 관선 이사장 및 이사 파견 배경 도마 위로

익산 황등기독학원에서 운영하는 황등중학교와 성일고등학교 정문 앞 모습. /익산시 블로그 갈무리

새해 벽두(2022년 1월 2일). 전북도교육청에 ‘서류봉투’ 하나가 접수됐다. ‘사립학교법 등 교육 관련법을 위반한 임시 이사를 해임해야 한다’는 긴 제목의 감사청구서다. 서거석 전북도교육감이 수신자다. 제목에 명시된 사립학교란 익산지역 사학으로 ‘황등기독학원’ 재단 산하 성일고등학교와 황등중학교 등 2곳이다. 형식은 감사청구지만 내용은 김승환 전 전북도교육감 체제에서 임명된 관선 이사장과 이사들의 해임 요구다.

16페이지에 이르는 감사청구서 내용을 보면 특정 주인이 없어 보이는 ‘기독 사학’의 내부 암투와 학교 내 주도권 싸움, 여기에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교조)까지 가세해 있다. 사실 익산 외곽 황등지역 사립학교 내에서 일어나는 이 사안은 비리와 부정이 드러나는 일부 사학에 비교할 때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내부 깊은 곳에 전 도교육감과 전교조의 사학 운영 개입, 조직 장악의 의도, 신앙을 앞세운 자리다툼의 그늘이 엿보인다. <더팩트>가 이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편집자 주>

[더팩트 | 전주=이경민 기자] 전북도교육청에 접수된 감사청구서의 청구인은 3명. 현직 내부 교사들이 2명, 전직 교사 1명 등으로 알려졌다. 모두 실명 접수로 알려졌다. 사립 중고등학교 현직 교사가 재단의 이사장에 대해 교육청의 감사와 해임을 요구는 형식이다. 재단 내부 간부(이사들)들 간 싸움이나 설립자와 이사들 간 싸움이 사학의 전형인데 내부 교사가 이사장 해임을 요구하는 것은 이례적 사건이다.

◇ 사건의 시작…그러나 사학 문제치고는 너무 단순한 문제

전북 교육계는 물론 전북 지역 사회 전반에서 황등기독학원과 산하 학교의 운영의 문제는 표면상 드러난 것이 거의 없다. 적어도 지난해 말 황등중학교 교무실에서 발생한 교사 간 성추행 문제가 불거질 때 까지는. 이 사건은 교사가 이사장을 상대로 감사와 해임을 요구하는 사건으로 이어진 것이다.

내용을 보면 사학 문제의 전형인 재단의 임원 인사-시설 사업 등 재정-신규 교사 임용 등의 사안은 거의 없다. 실제 황등기독학원은 각종 비리 문제로 사법적 문제는커녕 구설조차 없었다.

◇ 교무실 내 교사 간 스침… 실소 자아내는 성추행 사건화

‘20대 여교사가 50대 남교사를 성추행했다.’

통상 성추행의 사회적 개념으로 보면 남녀가 바뀌어 있다. 조직의 위계도 반대다. 여교사는 평교사 남교사는 학생부장이다. 이런 점에서 실제 사건이면 매우 큰 사건이고 아니면 아귀가 맞지 않은 치졸한 사건이다.

‘교무실 작은 통로에서 학생부장 남교사가 정수기 물을 내리고 있었다. 이곳을 여교사가 지나가면서 남교사 뒷면(엉덩이로 표현)에 옷깃(몸)이 스쳤다.’

<더팩트>가 교차 취재한 사건 전모다. 이 사안이 갑자기 성추행이란 꼬리표를 달기 시작했다. 학교 성고충심의위원회가 꾸려져 이를 ‘성추행’이라 결정했다. 정작 학교 이사회는 성고충위는 감사를 청구한 교사 중심으로 이뤄진 것(6인-3인 내부교사 3인 외부인사)이라며 남교사를 ‘폭언과 위압 행위’ 문제로 징계위에 회부(오는 13일 개최)하는 한편 다른 학교(중→고)로 인사 발령냈다. 이에 남교사 측은 뒤바뀐 ‘징계형 인사’라며 반발하고 전교조가 이에 대응해 시위에 나서는 등 얽히고설킨 제2차 사건이 발생했고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 제2차 사건…신-구 세력 대결 속 전교조의 장악

제2차 사건은 학교 내 ‘세력 대 세력’의 싸움 양상이다.일단 신-구 이사진 세력 간 다툼이 내부 깊이 숨어 있고 표면적으론 학교 교장-교감 인사 등을 둘러싼 교사 간 갈등으로 표출된다. 전교조(여교사 측)와 한교총(한국교원총연합회-남교사측) 세력의 대결로 프레임이 짜였다. 세력 구도로 보면 전북교육청에 지난 2일 접수된 ‘감사요청서’는 신 세력에 밀린 구 세력들의 대응이다.

◇ 갈등의 표면화…김승환 전 도교육감의 관선 이사장 파견

전북도교육청은 지난 2021말 황등기독학원에 이사장을 포함 관선 이사 6명을 파견한다. 김승환 도교육감 임기가 7개월여 남은 상태였다. 당시 일반적인 공개가 없었다.

교육부가 보통 사립학교 법인에 ‘관선 이사장’을 파견하는 경우는 특단이자 마지막 조처다. 기업으로 보면 구조조정이나 파산 상태에서 이행하는 조처다. 대학의 대표적 사례는 남원 ‘서남대’다. 전주 ‘완산학원’과 완주 한국과학게임고등학교 등 학교 간부가 줄줄이 비리로 구속되는 곳에 관선 이사진이 파견됐었다.

황등기독학원의 경우 표면적 문제가 도출되지 않았다. <더팩트>가 취재한 결과 전북도교육청이 내건 관선 이사 파견 사유는 ‘이사결원’이다. 황등기독학원의 법정 이사는 총 9명(이사장 포함). 임기는 2년. 그런데 2021년 말 당시 임기가 다해 결원된 이사진이 6명 정도 있었는데 충원을 못했다는 것이 사유다. 당시 이사장은 재임 중이었다.

보통 황등기독학원의 경우 이사진은 황등교회 소속의 장로-집사들이 맡아왔다는 것. 당시 재단 이사진 사이 즉 교회 집사-장로 사이에서 알력이 생겨 이사진 충원이 좀 늦어졌다는 것이 당시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전북교육청이 이것을 빌미로 관선 이사장과 이사진을 파견했다는 것.

◇ 김 전 도교육감 전교조 출신 관선 이사 파견 사학 장악

김 전 도교육감은 2020년 전주 완산학원 관선 이사장으로 차상철 참교육희망포럼 대표 선임했다. 차 대표는 전북 내 전교조를 대표하는 인물로 김 전 도교육감의 승계자를 자청하면 지난해 교육감 선거에 도전장을 냈으나 진보이념을 내세운 후보들 간 단일화 경쟁에서 밀려 최종 출마를 포기했던 인물이다. 그는 김 전 도교육감 시절 전북교육연구정보원장-전북도 학생인권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아오며 사실상 전북 교육계 2인 자로 12년을 풍미했던 인물로 평가받는다. 차 대표는 지난해 7월 완산학원 관선 이사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최측근 인사를 교장으로 심었다.

차 대표와 전교조를 대표하는 인물로 손인범 전 교사(체육과)가 있다. 손 전 교사는 익산지역에서 활동했다, 차 대표(1955년생)와 동 연배로 전교조 활동을 같이했던 손 전 교사는 퇴직 후 정의당에서 활동(2020년 4-15총선 전북도당 선거대책위원장)하는 등 익산지역 진보세력을 대표했다. 김 전 전북도교육감은 이런 손 전 교사를 황등기독학원 관선 이사장으로 선임한 것이다.

손 전 교사(이하 이사장)는 이사장이 되자마자 황등중과 성일고 등 산하 학교 학교장 공모에 나섰다. 김 전 도교육감이 혁신 교육행정으로 내건 ‘교장 공모제’ 모형을 딴 ‘내부 교장 공모제’ 방식을 취했다. 그런데 문제는 양 학교에 교장과 교감이 이미 내정돼, 교육부 교장 연수(교육)까지 마친 상태였다. 취임(사령장 수령)만 하면 되는 형태였다.

손 이사장은 "내부의 여론을 수렴한 결과다"며 "연수를 받은 사람들도 공모에 음모하도록 기회를 주었으나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평교사들이 교장이 됐다. 그러나 법적 자격을 갖추지 못해 최종 승인을 받지 못하자 손 이사장은 공모제로 선택된 교장 대상자를 교감으로 임명하고 ‘교장 대행’이라는 직함을 줬다.

이에 대해 기만과 편법이라면 교장 연수를 교사들이 법적 대응까지 나섰으나 ‘이사장과 이사’들의 도장이 찍힌 서류에 황등교회 재단 납입금(1000만 원 상당)으로 법정 비용(변호사비)을 충당하는 이사진을 이길 수 없었다. 이들의 최후 수순이 이번 ‘감사청구’였다는 것이다. 사실 감사청구 내용은 이 소송을 둘러싼 크고 작은 절차의 법적 문제와 관련된 ‘하소연’에 가깝다. 문제가 터지고 불과 7개월여 만에 전북도교육감이 김승환에서 서거석으로 바뀌었다.

◇ 사건 전개…성추행 사건이 관선 이사장 해임 문제로

일부 교사들의 전언에 따르면 교사 간 성추행 사건도 여기서 비롯된다.

20대 후반 여교사는 전교조 소속으로 교무실 내부에서 이사장 측근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것. 50대 학생부장 교사는 비전교조. 교무실 내에서 20대 여교사의 말과 행동이 ‘예의 범주’를 벗어난다는 선배 교사들이 속내들이 수면 아래 있었다는 전언이 제법이다. 당시 성추행의 빌미가 된 스침(접촉)은 평소 20대 여교사의 행동에 무례라는 꼬리표를 달았던 학생부장 교사 입장에선 괘씸했고 급기야 고성과 함께 ‘손목시계’를 푸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 목격담이다.

‘손목시계’의 해제는 결투와 폭력의 시그널. 여교사는 위압에 의한 교사 간 학폭으로 규정하고 본격적인 공식 대응(법적 대응 유무는 확인 안 됨)에 나섰다. 정작 정서적으로 몰린 것은 학생부장 남교사. 남교사는 결국 대응키 위해 ‘성추행’ 문제를 제기했다는 것이다.

◇ ‘기획’이냐 ‘우연’이냐…관선 이사장 파견 배경 도마 위로

이 성추행 사건은 김 전 도교육감이 퇴임 직전 단행한 관선 이사장 파견의 배경을 도마 위에 올리는 결정적 사건이 됐다. ‘전교조’의 즉각적인 가세가 한몫했다.

일단 교육계 일부에선 황등기독학원의 경우 ‘기획된 관선 이사 선임’이라는 견해가 상당히 두텁게 형성돼 있다. 손인범 관선 이사장의 경우 익산 황등 출신으로 황등중학교 졸업생이었다. 10여 년의 교사활동도 익산 중심이었고 전교조 익산지부장을 지내기도 했다. 따라서 황등교회 장로-집사뿐만 아니라 이 지역 내 비교적 많은 지인과 인지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손 이사장은 5~6년 전 퇴임했다. 이후 정치활동(정의당)을 하면서 김 전 도교육감 주변에서 차상철 대표와 함께 공적 활동의 길을 모색했다는 후문이다. 차 대표가 완산학원 관선 이사장으로 간 뒤 곧이어 ‘황등기독학원’ 이사장으로 가는 모양새와 ‘이사결원’ 이라는 이례적 사유가 기획이라는 시각에 힘을 싣는다.

손 이사장은 이에 대해 "그런 이야기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당시 학교 상황을 알지도 못했고 황등교회를 둘러싼 당시 자리싸움 양상으로 보면 관선 이사를 파견해야 할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도교육감이 사학의 부정과 부패를 끊는 개혁 차원에서 복수로 지명했고 교육부가 (나를)승인한 사안"이라고 답했다.

사학의 이사 결원의 문제는 교육청 담당자도 잘 모르는 사안으로 퇴임을 앞둔 교육감이 어떤 정보 라인을 통해 보고를 받았고 관선 이사를 파견할 정도로 심각한 사안으로 보게 됐는지 의문이 짙다. 김 전 도교육감이 대답을 해야 할 판이다.

◇ 공 넘겨받은 서거석 전북도교육감, 난감 속 이사장 학사 개입 여부 조사 필요성 제기

이 문제의 공은 결국 서거석 도교육감 손으로 넘어왔다. 관선 이사장의 임기는 2년. 손 이사장의 경우 아직 8~9개월 정도 남았다. 그런데 일부 교사들이 감사와 함께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 감사 권한은 있지만 해임은 교육부 소관이다.

서 도교육감은 지난 7월 취임 이후 이 사안을 처음 보고받고 난감해 했다는 후문이다. 간접적으로 원만한 내부 합의를 요청했고 손 이사장은 이를 거절했다. 이 와중에 성추행 문제가 터진 것이다.

서 도교육감 측은 두 가지 측면에서 고민하고 있다. 김 전 도교육감 시절 이 행정을 추진한 인사들이 그대로 자리에 있다는 점과 전교조의 대응이다. 전면 감사에 돌입할 경우 자칫 과거 정권에 대한 심판적 성향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과 전교조가 이를 새로운 대응 이슈로 만들어갈 가능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오는 13일 황등기독학원 이사회는 성추행의 상대인 남교사의 폭언과 폭행 등 위압의 행위 문제로 징계위원회를 연다. 서 도교육감 측은 일단 이 결과를 지켜보고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생각이다.

scoop@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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