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간 3만배 급증한 수입 전기차, 보조금 개편에 증가세 꺾일까
최근 9년간 한국에서도 전기차 등록 대수가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전히 국산차가 수입차보다 많지만 증가 속도는 수입차가 국산차보다 170배 정도 더 빨랐다. 환경부가 수입차에 불리한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기차 보조금 개편이 국내 전기차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진성준 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친환경차 누적·신규등록 대수 및 수입 및 국산 현황 자료’를 보면 2022년 12월말 기준 국내에 등록된 전기차는 총 38만9855대다. 이중 국산차가 28만8918로 74.1%를 차지했고 수입차는 10만937(25.9%)로 집계됐다.
전기차 비중에서 국산, 수입차의 누적 대수 비율은 9년전인 2013년에는 국산 99.8%(1461대), 수입 0.2%(3대)였다.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던 수입차의 비중이 10년도 되지 않아 4분의 1로 늘어났다.
국산 전기차 등록대수가 197.8배로 늘어나는 동안 수입 전기차는 3만3645배로 증가했다. 9년간 증가율을 비교하면 수입 전기차는 국산보다 170.1배 더 빨리 늘어났다.
2014~2017년 6~11%대에 머물던 누적 전기차 등록대수 중 수입차 비중은 2018년부터 많이 증가했다. 2017년 11.2%에서 2018년 18.3%, 2019년 21.5%, 2020년 26.5%로 늘어났다. 이후에는 26%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연도별 신규 등록 대수에서도 2014~2017년 수입 전기차의 비중은 9~16% 정도였지만 2018년 이후에는 20% 이상으로 증가했다. 특히 2020년에는 수입차의 비중이 35.9%까지 치솟기도 했다. 지난해 신규 등록 전기차 중 국산은 75.0%, 수입은 25.0%로 집계됐다. 지난해 기준 내연기관 차량을 포함한 전체 신규등록 차량 가운데 국산차 비율 82.0%였다. 하이브리드차의 국산-수입 비중 역시 2013년 79.8%와 20.2%에서 2022년 12월 현재 69.4%와 30.6%로 달라졌다.
수입 전기차의 수요 증가세는 환경부의 보조금 개편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지난달 15일 각 업체와 유관 협회 등에 전기차 전체의 국고보조금 상한선을 700만원에서 680만원으로 내리고, 직영서비스센터 존재와 전산시스템 운영 여부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직영 서비스센터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업체는 국내 완성차 회사뿐이다. 개편안을 두고 업계에서는 북미 지역에서 최종조립하는 등의 요건을 충족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도록 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한 대응이라거나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중국산 수입 전기차에 대한 견제 조치가 아니냐는 등의 해석이 나온다.
환경부는 11일 오후 예정했던 ‘올해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의 비상경제장관회의 상정’에 관한 브리핑을 이해관계자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연기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아직 개편안 내용은 확정된 것이 없는 상황”이라며 “이해관계자 등 협의를 최대한 빨리 마무리 지은 뒤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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