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 열리자… 항체 CDMO·방사성 진단 회사 뜬다
올해 알츠하이머 치료제 출시와 추가 승인이 예정된 가운데 항체 CDMO(위탁개발생산) 회사와 방사성 진단 의약품 기업이 주목된다.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한 글로벌 제약사의 인하우스 항체 생산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규모 CDMO 아웃소싱이 불가피하다. 4공장 확장으로 대규모 캐파(생산 능력)를 보유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향후 상업화 물량을 수주할 것으로 기대된다. 알츠하이머 양전자 단층 촬영(Positron Emission Tomography·PET) 진단 제품을 보유한 듀켐바이오와 퓨쳐켐에도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알츠하이머 치료제 상업화 시 아밀로이드베타 단일 항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032년까지 약 2000㎘(킬로리터) 항체 의약품 캐파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70㎏ 환자 기준 레카네맙의 1년 투여량은 18.2g, 도나네맙은 14.7g이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출시 10년 차, 시장 침투율 15%를 가정했을 때 2023년 기준 처방 환자 수는 450만명"이라며 "레카네맙과 도나네맙 생산에서 필요한 캐파는 각각 1073㎘, 867㎘이다"고 설명했다.
레카네맙은 뇌에 쌓인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 플라크를 제거해 알츠하이머 치매 진행을 늦추는 신약이다. 초기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에서 질병 진행 속도를 위약군 대비 27% 낮췄다. 이달 6일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신속 승인을 받았다. 같은 치료 기전의 도나네맙도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며 내달 중 FDA가 신속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레카네맙 개발사 바이오젠의 1년 항체 의약품 생산 캐파는 263㎘다. 도나네맙 개발사 일라이릴리 캐파는 137㎘다. 초기 물량은 이들 회사의 자체 생산으로 감당할 수 있지만 처방 환자 수가 크게 늘어나는 출시 4~5년 차부터는 대규모 아웃소싱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일라이릴리는 당뇨·비만 치료제 생산에 많은 캐파를 할당하고 있어 CDMO가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앞서 일라이릴리와 코로나19(COVID-19) 항체 치료제 공급 계약을 체결한 적이 있어 알츠하이머 상업화 물량도 수주받을 가능성이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항체 생산 캐파는 부분 가동 중인 4공장을 제외하고 364㎘로 알려졌다. 4공장이 완전히 가동하면 604㎘로 늘어난다. 항체 의약품 생산 능력에서 로슈에 이어 2위, CDMO 업체 중에서는 1위를 차지할 예정이다. 향후 5, 6공장이 건설돼 생산 능력을 추가한다면 CDMO 업체로서의 1위 위치는 더욱 견고해질 전망이다.
방사성 의약품 사업을 영유하는 퓨쳐켐과 듀켐바이오도 알츠하이머 치료제 상업화로 수혜가 예상된다. 치매 환자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방사성 진단 의약품으로 PET CT를 찍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밀로이드베타를 측정하는 방법은 △혈액 검사 △뇌척수 검사 △PET CT 검사 세 가지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임상 성공으로 국내 혈액 진단 기업 피플바이오가 잠시 주목받았지만, 진짜 수혜는 PET CT 진단 의약품을 보유한 기업에 돌아갈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혈액 검사만으로는 의사가 알츠하이머 진단을 내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뇌 속의 아밀로이드베타가 얼마나 줄었는지 변화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PET CT 촬영으로 정확한 이미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레카네맙과 도나네맙 임상 시험에서도 환자 상태를 PET CT로 촬영했다. 듀켐바이오는 레카네맙 국내 임상 과정에서 5년간 약 200명분 이상의 방사성 의약품을 공급했다고 밝혔다. 듀켐바이오는 방사성 의약품 '비자밀' 등을 중심으로 국내 치매 이미지 진단 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하고 있다.
퓨쳐켐은 지난해 4월 일라이릴리의 자회사 'AVID'와 15억원 규모의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용 방사성 의약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일라이릴리가 개발하는 도나네맙의 국내 임상 시험용 의약품 공급 계약으로 추정된다.
진박(Park Jean) FS리서치 연구원은 "국내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는 70만명 정도로 보고, 치료제 처방 대상이 되는 초기 환자를 20%로 가정하면 대략 14만명"이라며 "동사(퓨쳐켐)의 진단 제품 판매가를 40만원, 연 2회 검사한다고 가정하고 시장 점유율 10%로 잡으면 연간 112억원의 매출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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