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고, 깊어지고’ 한반도 지진 양상이 바뀌었다…“대형지진 전조 가능성 대비”
규모 9를 기록했던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반도의 지각에 구조적인 문제가 생겼다는 진단이 나왔다. 특히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전체 지진 중 지하 깊은 곳에서 발생하는 지진 비율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런 한반도 땅 속의 이상 동향이 조선시대 기록됐던 대형 지진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매립지 등 취약 지역의 내진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11일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가 최근 공개한 관측 자료를 보면 2011년 3월 11일에 규모 9의 위력으로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뒤 한반도의 지진 발생 양상에 중요한 변화가 나타났다.
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기까지인 11년 동안 한반도에서 일어난 규모 2.5를 넘은 지진 중 ‘진원’ 깊이가 12㎞ 이상인 비율은 전체(328회)의 22%(72회)에 머물렀다. 진원은 지진이 시작된 땅 속 지점을 말한다. 대부분의 지진이 지표면과 가까운 얕은 곳에서 났다는 뜻이다.
그러나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이후 11년 동안인 2022년까지 측정한 관측 자료에선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진원 깊이가 12㎞ 이상인 지진이 전체(418회)의 66%(277회)로 급증했다. 지난 9일 발생한 인천 강화도 지진의 진원도 지하 19㎞였다.
홍 교수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뒤 한반도에서 지진 횟수가 늘긴 했지만, 이는 지난해부터 평상시 수준으로 돌아갔다”며 “특히 주목할 건 한반도 지진이 발생하는 진원이 지하 깊은 곳으로 확대됐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이런 상황을 한반도 지각에 구조적인 문제가 생겼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뒤 한반도 지각이 손상됐고, 이 때문에 예전에는 일어나지 않았던 지하 깊숙한 곳에서까지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창환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도 “충청도나 경상도 등에서 최근 수집된 자료를 보면 한반도에서 요즘 발생하는 큰 지진은 지하 깊은 곳에서 나고 있다”며 “지금은 향후 지진 상황에 대해 걱정을 할 단계로 보인다”고 말했다.
과학계에선 한반도 지진의 이 같은 변화 양상이 대형 지진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하 깊숙한 곳에서 생기기 시작한 새로운 지진들이 조선시대에 났던 것으로 추정되는 규모 7 수준의 지진을 재현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진을 유발하는 지하 단층을 찾는 작업이 중요하다. 현재 이 조사는 기상청 등이 시행 중이다. 하지만 속도가 문제다. 야외 작업 등이 동반되는 단층 조사가 전국에 걸쳐 완전히 끝나려면 길게는 수십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과학계는 본다.
동일본 대지진이 한반도 지각에 가시적인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신중하게 보는 시각도 있다. 이윤수 전 포스텍 환경공학부 교수는 “지진의 변화 주기는 수만년, 수십만년 이상일 정도로 길기 때문에 10여년 전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한반도 지각에 변화가 일어났는지를 알기 위해선 여러 조사가 필요하다”며 “일본 주변 등 다양한 지역에서 지질 분석을 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전 교수는 “동일본 대지진 전에도 한반도 지각에는 한 해에 2조J(줄), 즉 규모 5의 지진이 한번 일어나야 풀리는 지각의 스트레스, 즉 ‘응력’이 있었다”며 “이 때문에 건물의 내진 설계를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내진 대책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속도를 높여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매립지처럼 지진이 특히 취약한 지역에 집중적으로 내진 보강 공사를 하는 게 필요하다”며 “내진에는 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지진에 약한 곳부터 대책을 세워 꾸준히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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