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국대 사령탑 선임 키를 쥔 '독일 사람' 뮐러 위원장, "국적? 사단? 백지 상태에서 전면 재검토"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대한축구협회(KFA) 신임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으로 선임된 독일 출신 마이클 뮐러 위원장(58)이 차기 국가대표팀 사령탑 선임 기준을 공개했다.

뮐러 위원장은 11일 오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진행한 취임 기자회견에서 먼저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저는 마이클 뮐러라고 합니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따라 앞으로 마이클로 불러주세요"라고 준비한 한국말로 또박또박 자신을 소개한 뒤, 당면 과제인 파울루 벤투 전 대표팀 감독 후임 선임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전력강화위원회를 열어 차기 사령탑 선임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문을 뗀 뮐러 위원장은 "전임 전력강화위원회로부터 후보자 리스트를 받았다. 그 점에 감사드리지만, 다시 백지상태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할 것이다. 개인적인 네트워크까지 활용할 것"이라고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뮐러 위원장은 이어 "저희는 이미 대략적인 선임 기준을 만들었다. 그 가이드라인에 따라 선임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일단은 리스트를 만들 거고, 인터뷰를 진행할 거다. 인터뷰에 따라 평가를 할 거고, 리스트를 추리는 작업이 있을 거다. 협회 보고를 하는 과정이 있을 것이다. 그다음 직접 만나서 협상하고 계약서에 사인까지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말로 '빨리, 빨리'라고 말하고는 "논리적으로 절차에 따라서 확실한 감독 선임이 될 수 있게 하겠다"며 충분한 시간을 들여 감독을 선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뮐러 위원장이 밝힌 차기 사령탑 선임 기준은 크게 다섯 가지다. 전문성, 경험, 동기부여, 팀워크 그리고 환경적 요인. '환경적 요인'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감독의 조건을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지, 축구 외 이슈, 예를 들면 한국에서 생활할 수 있는지를 감안할 예정"이라고 했다.

국내파 감독이면 한국 생활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 예시에서 외국인 감독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뮐러 위원장은 차기 감독의 국적과 관련 "특별한 기준은 없다"면서 "나는 독일 사람이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모든 방향을 다 열어두고 생각하고 있다"며 '해외파 우선'이라는 일각의 주장을 반박했다. 계약기간에 관해선 "협상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긴 텀으로 계약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4년간 팀을 이끈 벤투 감독의 케이스를 따를 가능성을 열어뒀다.

뮐러 위원장은 2022년 카타르월드컵을 끝으로 사의를 표한 이용수 전 위원장 후임으로 지난 4일 키를 잡았다. 대표팀 육성과 관리를 책임지는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에 외국인이 선임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독일축구협회 지도자 강사로 10년 동안 활동한 뮐러 위원장은 지난 2018년 4월 협회 지도자 교육 강사로 부임하며 축구협회와 연을 맺었다. 그해 가을부터 협회 기술발전위원장을 두 차례 역임했다. 그리고 이제 국가대표팀을 이끄는 '키맨'이 됐다.

뮐러 위원장이 이 자리에서 남긴 또 다른 힌트는 '철학'이다. 그는 "국가대표팀 감독은 대한축구협회의 철학과 연계된 지도자여야 한다. 항상 우리가 뭘 원하고, 어떻게 해왔는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 대한민국 축구가 추구하는 가치는 강한 정신, 파이팅, 투혼이다"라고 말했다. 이 색깔에 부합하는 지도자를 찾겠다는 것이다.

앞서 미드필더 이재성(마인츠)은 개인 블로그에 축구협회가 차기 사령탑을 선임할 때 선수의 의견을 반영해주길 바란다는 취지의 글을 썼다. 자신을 '커뮤니케이터'이자 '코디네이터'라고 소개하며 소통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 뮐러 위원장은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한 적은 없다"며 "선수뿐 아니라 협회 스태프와도 충분히 소통할 것"이라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끝으로 뮐러 위원장은 "임기 동안 한국 축구 선수와 지도자 개개인의 성장을 이끌겠다. 지도자와 팀들이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