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태원 참사 수사 특수본의 ‘쇼탐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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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압사 참사 사고 관련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출범 약 2개월 만에 수사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특수본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실무진들을 구속 송치했고 11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송치하겠다고 밝혔다.
수사 초반부터 특수본은 행정안전부, 경찰청, 서울시 관계자를 조사했으며 고위급 소환도 고려하고 있음을 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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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압사 참사 사고 관련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출범 약 2개월 만에 수사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특수본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실무진들을 구속 송치했고 11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송치하겠다고 밝혔다.
출범 당시 특수본은 ‘성역 없는 수사’를 공언했다. 독립적인 특별기구를 설치해 신속한 수사와 고강도 내부 감찰을 벌이고, 사안의 진상을 투명하고 엄정하게 밝히겠다는 취지였다. 수사 초반부터 특수본은 행정안전부, 경찰청, 서울시 관계자를 조사했으며 고위급 소환도 고려하고 있음을 암시했다.
그러나 윤희근 경찰청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이른바 윗선으로 지목된 인물들은 단 한 번도 특수본에 부르지 않았다. 특수본의 첫 압수수색 당시에도 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장 집무실은 대상에서 빠졌다. 이후 논란이 일자 2차 압수수색 때 청장실을 포함했지만, 장관실과 서울시장실 등은 제외됐다.
특수본은 법리를 검토한 결과라고 해명했다. 재난안전법상 사고의 1차적 책임이 지자체에 있고, 경찰 또한 일정 지역의 안전 관리는 ‘자치경찰’의 일이라 ‘국가경찰’ 수장인 윤 청장에게는 형사 책임이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윗선 중 그 누구도 정무적·도의적 책임을 지지 않은 채 특수본의 ‘셀프 수사’는 지나갔다.
윤 청장은 특수본 출범 당시 ‘읍참마속’의 각오라고 밝혔다. 읍참마속은 공정한 업무 처리를 위해 사사로운 정을 버리고 자신이 아끼는 사람을 버린다는 뜻이다. 부하의 목을 친 제갈량처럼 특수본은 아랫선 실무진들에게 수갑을 채웠다. 수사 결과만 놓고 본다면 대국민 쇼를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이태원 참사 관련 수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최대 규모의 수사였다. 경찰이 검찰로부터 넘겨 받은 수사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기회였으나 자신들의 능력을 증명하지 못했다. 특수본의 수사 결과와 관련된 기사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폐해’ ‘경찰의 무능 입증’이라는 댓글이 많은 공감을 얻었다.
이태원 참사 수사를 지켜본 한 경찰관은 “사고 이후에 바쁘게 뛰어다녔는데 결국 실무진들만 구속됐다”며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책임을 지는 것이 과연 선배들이 말한 ‘정의’인가 싶어 씁쓸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찰의 수사를 이어받은 검찰이 윗선 수사에 사활을 걸 것이라고 예상한다. 경찰이 실무진들을 구속했기 때문에 이제 남은 것은 윗선 수사라는 이유다. 검찰은 전력으로 수사에 임할 것이고, 경찰은 그들이 추구했던 ‘경찰 만능주의 극복’ 과제를 달성하지 못한 채 뒤로 물러나야 하는 처지다. 쇼를 탐하고 많은 것을 잃게 된 특수본의 수사에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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