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벌과 분열로 쇠락, 대한민국 연상시켰죠"···피렌체 잔혹사 첫 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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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히도 피렌체의 분열은 늘 파벌을 동반했고, 그 결과 항상 피렌체에 해로웠다.' 우연히 읽은 피렌체사(史)의 이 문장에서 대한민국을 떠올렸죠. 더 많은 이에게 책을 소개하고 싶은 무모한 생각이 들었어요."
마키아벨리에 '권모술수의 대가'라는 오명을 준 '군주론' 번역본이 수십 종에 이르는 데 비해 피렌체사는 이번이 최초다.
'자유와 분열의 이탈리아 잔혹사'라는 부제를 달고 '마키아벨리의 피렌체사'(무블출판사 발행)라는 제목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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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갈망했지만 분열로 쇠락한 피렌체 날카롭게 고발
“‘불행히도 피렌체의 분열은 늘 파벌을 동반했고, 그 결과 항상 피렌체에 해로웠다.’ 우연히 읽은 피렌체사(史)의 이 문장에서 대한민국을 떠올렸죠. 더 많은 이에게 책을 소개하고 싶은 무모한 생각이 들었어요."
니콜로 마키아벨리(1469~1527)의 저술 ‘피렌체사’가 국내에 처음 완역돼 출간됐다. 이번 책으로 번역가로 데뷔한 하인후(52) 소설가가 번역을 매조지었다. 마키아벨리의 마지막 대표작을 기다리던 이들에게는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마키아벨리에 '권모술수의 대가'라는 오명을 준 '군주론' 번역본이 수십 종에 이르는 데 비해 피렌체사는 이번이 최초다. 생애 마지막 시기 완숙한 지혜와 경험을 쏟아부은 역작이 피렌체사인데도.
최근 한국일보에서 만난 하 번역가는 “대학입시 치르듯 번역을 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난 것도 3년 만”이라고 홀가분하게 웃었다. 설 연휴에도 쉬지 않고,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번역에 매달렸다고. 과연 사회생활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압도적인 분량이긴 하다. 원래 8권짜리를 780쪽 ‘벽돌책’ 한 권에 눌러 담았다. '자유와 분열의 이탈리아 잔혹사'라는 부제를 달고 '마키아벨리의 피렌체사'(무블출판사 발행)라는 제목으로 나왔다.
책은 피렌체 귀족이 어떻게 권력을 잃고 사라졌는지, 피렌체 시민이 어떤 방식으로 공화정부를 수립했는지, 평민과 하층민이 갈라진 이유는 무엇인지, 왜 공화주의를 지향한 피렌체가 메디치 일가의 지배를 받았는지를 집요하게 기술한다.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정치체제를 시도하고도 자립, 자강, 자유에 실패한 잔혹한 역사가 펼쳐진다.
마키아벨리는 14년간 피렌체 외교와 군사 업무를 담당하는 최고위 공무원(서기관)으로 일했다. 시민정부와 메디치 가문이 찢어지고 갈라지는 과정을 생생히 목격했다. 파벌 싸움은 조국 피렌체를 쇠락시켰고 외세 침략에 시달리게 했으며 대중은 고통받았다. 정치적 통합에 실패한 사회가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 통렬히 고발한 책이 피렌체사다.
뼛속까지 공화주의자였던 마키아벨리가 논증하려던 것은 결국 '통합된 공동체의 힘'이다. 하 번역가는 “다른 사회 계층, 구성원의 정치 참여를 배제하는 독선과 아집을 피하라는 게 핵심 메시지”라며 “우리 정치인들도 ‘내부 총질’이라는 말 대신 ‘양약은 입에 쓰고 간언은 귀에 거슬린다’는 말을 되새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소설가 이문열씨는 추천사에서 “페이지를 넘길수록 우리 사회와 겹쳐지고 역사의 반복에 침울해지지만, 그것이 귀감이든 반면교사든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고 했다.
마키아벨리는 메디치가의 주문을 받아 책을 썼다. “교황 클레멘스 7세(줄리오 메디치)께 미천한 종 마키아벨리가 엎드려 바칩니다”라는 헌사까지 냈다. 사실 마키아벨리는 권력자 메디치가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 속내를 책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메디치 가문을 피렌체의 군주 위치에 올렸던 코시모 메디치를 묘사하며 “권력을 얻는 데 공적 방식과 사적 방식(파벌)을 모두 이용했다. 그 권력을 우아하게 행사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얻었다”고 은근히 조롱하는 식이다.
책의 출간에는 사연이 있다. 하 번역가가 피렌체사를 어렵게 완역했지만 어느 출판사도 원고를 받아 주지 않았다. 2020년 일면식도 없는 김상근 연세대 신학과 교수에게 출간을 도와달라는 메일을 보냈다. 인문학의 대중화에 힘쓴 김 교수가 대중서 ‘붉은 백합의 도시, 피렌체’에서 피렌체사를 소개했고, 이에 힘입어 피렌체사 출간까지 이어졌다. 하 번역가는 “마키아벨리의 4대 저작인 군주론, 로마사논고, 전쟁의 기술을 모두 번역하고 싶다”고 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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