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인기 사태’ 되풀이 막는다… 드론 잡는 新무기 개발하는 K-방산
최근 북한 무인기(드론)가 서울 상공을 침투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우리 군의 무인기 대비 태세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국군이 가진 무기체계로는 대공 미사일·벌컨포 등으로 무인기를 직접 타격해 격추하는 방법이 사실상 전부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낙탄 등으로 민가 등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국내 방산 업체들은 군의 무인기 대응 능력을 키우기 위해 레이저 대공무기, 전파방해 무기, 소형 무인기 등을 개발하고 있다.
11일 군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북한 무인기 5대가 남하해 우리 영공을 침범했고, 그 중 1대는 서울로 진입해 약 3시간가량 비행한 뒤 북으로 돌아갔다. 우리 군은 KA-1 경공격기, 공격헬기 등 다수 군용기를 투입했고 강화 교동도 서쪽 해안에선 20㎜ 기관포 100여발을 쐈지만 격추하지 못했다.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는 2m급의 소형으로, 레이더상에서 풍선이나 새 떼 등 다른 물체와 구별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우리 군이 활용 중인 무인기 대응 무기로는 ‘비호(飛虎) 복합’이 있다. 비호 복합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디펜스)가 개발한 30㎜ 자주대공포 K-30 ‘비호’에 지대공 유도미사일 ‘신궁’을 결합한 무기체계다. 약 20km 바깥의 비행체를 탐지해 3∼5㎞ 영역 내에선 신궁으로, 3㎞ 이내에선 30㎜ 대공포로 격추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북한 무인기 도발 사태 때는 그간 비호 복합의 운용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격추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또 이번처럼 무인기가 아파트 등 민가 지역을 저공 비행하는 경우는 낙탄 등으로 인한 민간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만큼 비호 복합을 적극적으로 운용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방산업계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對)드론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한화 방산부문(한화방산)이 지난 2019년부터 개발하고 있는 레이저 대공무기가 대표적이다. ‘한국형 스타워즈 기술’로도 불리는 레이저 대공무기는 광섬유에서 생성된 고밀도 레이저 광원으로 비행체를 타격해 무력화시킨다.
레이저빔은 눈에 보이지 않고 소음이 없으며, 별도의 탄약 없이 전기만 공급되면 낮은 비용으로 운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레이저 대공무기는 2단계에 걸쳐 개발되는데, 우선 내년까지 지상 진지에 고정형으로 배치하는 형태(블록-Ⅰ·출력 20kW급 추정)를 개발한다. 이어서 2026년까지 차량에 탑재해 운용할 수 있는 이동형 무기(블록-Ⅱ·출력 30kW급 추정)도 개발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LIG넥스원과 방위사업청이 개발 중인 ‘한국형 재머(K-Jammer)’ 역시 북한 무인기의 영공 진입을 막기 위한 전자전 장비다. 재머는 재밍(전파방해 및 교란) 전파를 발사해 원거리에서 비행해오는 소형무인기의 경로를 이탈시키거나 추락시키는 장비다. 재머를 이용하면 발사체를 통해 무인기를 직접 파괴하는 하드 킬(hard kill) 방식이 아닌 전파 방해 등으로 임무를 저지하는 소프트 킬(soft kill) 방식의 격추가 가능해 민간 피해를 줄일 수 있고, 적 드론을 포획·탈취할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방사청은 지난 2021년 12월 재머에 대한 긴급소요를 결정한 뒤 지난해 3~5월 선행연구를 진행했다. 그러나 유효거리와 재밍 방식 등 군 요구 성능을 충족하는 국내외 장비가 없는 것으로 파악돼 관련 기술을 국내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방사청과 LIG넥스원은 오는 2026년 1월까지 244억원을 들여 한국형 재머 체계개발을 마무리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북한 무인기 사태로 개발 시기를 앞당기기로 했다. 향후 한국형 재머는 자체 탐지레이더, 영상식별장치 등을 추가해 단계적으로 기능을 확장할 예정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도 지난달부터 국방기술진흥연구소와 함께 소형 다목적 무인기 개발에 착수했다. 정찰‧통신‧공격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투입되는 임무에 따라 장비를 교체할 수 있도록 모듈화한 날개접이식 무인기를 만든다는 목표다.
KAI의 소형 다목적 무인기 개발에는 분야별 기술력을 가진 LIG넥스원·풍산·새론에스앤아이·디브레인 등 4개 업체도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며, 협약 기간은 2026년 12월까지다. KAI 관계자는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맹활약 중인 미국의 ‘킬러 드론’ 스위치블레이드(swithblade)처럼 정찰·공격 기능을 모두 갖춘 저가형 다목적 무인기를 개발하는 것”이라며 “향후 인공지능 기반 상황인식, 군집 무인기 운용제어 등 미래 기술도 접목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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