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지수 활용한 인버스 ETN 연내 출시된다
기사내용 요약
S&P500 변동성 커지면 급등하는 'VIX'지수
'0.5배율' 첫 적용…안정성 제고
1배수 VIX ETN 지난해 거래 13위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한국거래소가 S&P500 변동성지수(VIX·Volatility Index)를 활용한 인버스 상장지수채권(ETN)을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변동성이 확대될 때 가격이 뛰는 VIX를 역방향으로 추종하는 ETN이다. VIX 인버스는 증시 변동성이 급격히 커지면 지표 가치가 0까지 내려갈 수 있는 만큼 그간 높은 리스크를 이유로 상품화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수 변동을 절반만 추종하는 0.5배율 ETN이 지난해 허용되면서 거래소는 리스크를 줄인 소수점 배율 VIX ETN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거래소는 11일 연내 VIX 지수를 0.5배 역방향으로 추종하는 ETN 출시를 목표로 관심 있는 증권사 서너곳과 협의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S&P500 VIX 인버스 0.5X ETN(가칭)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소수점 배율 ETN이 될 예정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특색있는 테마형 ETN들이 다양하게 출시됐다면 올해 포커스는 3배수와 0.5배수 ETN"이라며 "증권사들의 관심도 크다"고 설명했다.
국내 첫 0.5배 ETN의 기초자산으로 활용될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VIX는 S&P500 지수 옵션의 향후 30일 간의 변동성에 대한 시장 기대를 나타내는 지수다. 시장이 안정적이고 좋을 때는 지수가 오르내려도 큰 변화가 없지만 시장에 이상 징후가 생기면 급격히 치솟아 '공포지수'라고도 부른다. 지난해 12월 중 VIX가 3% 이상 급등락한 날은 21거래일 중 14거래일에 달하며, 5% 이상 오르내린 날도 9일이나 된다.
VIX지수는 ETN 사업 초기 때부터 핵심 개발 상품으로 꼽혔지만 상품 구조 상의 리스크 등으로 인버스 형태까진 도입되지 못하고 있었다. 평상시 평온하다가도 시장에 이상이 생기면 급격히 튀는 특성 때문에 조기 청산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정방향 ETN은 하락 폭이 제한적인 반면 역방향 상품은 지수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만큼 그대로 손실에 반영돼 대개 리스크가 더 크다. 변동성이 심한 날에 VIX지수가 20% 이상 급등하는 경우가 흔치 않게 나타나고 있으며 지난 2021년 11월에도 하루 54.04% 급등한 적도 있다.
실제로 해외에선 조기 청산 사례들이 발생했다. 거래소가 VIX 활용 ETN을 한창 준비하던 지난 2018년 크레디트스위스(CS)와 노무라증권의 VIX 인버스 ETN들이 글로벌 증시 변동성에 90% 이상 폭락하면서 조기 청산된 것이다. 미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VIX 지수가 치솟자 지수를 역방향으로 추종하는 인버스 ETN 가격은 급락했다. 거래소의 VIX ETN 개발에도 제동이 걸렸다.
거래소는 소수점 배율을 VIX 인버스에 첫 적용해 상품의 접근성과 안정성을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업무규정 시행세칙 개정을 통해 ±3배 및 소수점 배율 ETN이 허용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사실상 ±0.5배 소수점 배율 ETN의 허용도 VIX 인버스 ETN 출시를 위한 밑작업이라는 게 거래소와 증권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VIX 인버스 ETN 개수가 10개 넘으며 지수 움직임의 약 4분의1 정도만 역으로 추종하는 0.25배 인버스 상품도 있다. 국내에서도 인버스는 아니지만 VIX 정방향 1배수 ETN이 인기리에 거래되고 있다. 특히 '신한 S&P500 VIX S/T 선물 ETN'은 지난해 전체 ETN 가운데 연간 거래대금 상위 13위를 기록했다. 신한 외에도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대신증권 등이 VIX 관련 ETN을 발행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미 인버스와 0.5배수 인버스 VIX ETN들이 해외에 상장돼있어 상품성에 대한 논란은 없다"며 "소수점 배율을 활용해 리스크를 낮춘 형태의 상품을 연내 출시해 투자자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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