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빠른 차보다 똑똑한 차"…'반도체 큰손' 떠오른 車업계
BMW·소니혼다, 운전석에 '디지털' 입힌 미래차
부품사들, 센서·시스템온칩·라이다 고도화
퀄컴, 자동차용 통합 반도체로 사업구조 바꿔
GM 반도체 직접 개발, 현대차는 스타트업 투자
"현재 차량 한 대당 200~300개의 반도체 칩이 들어간다면 자율주행차에는 2000개가 들어갑니다. 어떻게 보면 전자회사보다 더 치밀해지고 꼼꼼해져야 하는 게 자동차 회사의 현실입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 3일 발표한 그룹 신년사를 통해 '똑똑한 차(車)' 만들기를 올해 화두로 던졌다. 올해 전략을 크게 △전동화 △자율주행 △로보틱스 △도심항공교통(UAM)으로 나눴는데 이 모두에 '지능형 반도체' 탑재가 필수라서다. 그는 "어떤 전자회사나 ICT(정보통신기술) 회사보다 더 치밀하게 종합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올 들어 완성차 업체들은 '자동차 지능'을 올리는 데 힘 쏟고 있다. 과거 차량 제조사들이 파워트레인의 '고성능·고효율' 등을 목표로 제시한 것과는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다.
BMW는 지난 8일 폐막한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23)에서 '디지털 영혼을 가진 친구 같은 차'를 콘셉트로 한 전기차 'i 비전 Dee'를 공개했다. 인공지능 친구(비서)를 탑재했으며 감정을 표현하듯 외관 색상이 다양하게 변해 눈길을 끌었다.
고정된 상태였던 전면 그릴도 LED로 바꿔 울고 웃는 표정을 짓게 만들 계획. 특수 안료가 포함된 캡슐 수백만 개가 전기장에 의해 한쪽으로 쏠리는 원리다. 올리버 집세 BMW 회장은 "미래 차는 사람과 감성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수준의 지능을 갖게 될 것"이라며 "2025년부터 새 전기차 플랫폼 '노이에 클라세'를 기반으로 이 차의 양산을 시작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소니는 완성차 업체 혼다와 함께 전기차 '아필라'를 공개하며, 소니의 게임·영화·음악·가상현실을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카'를 오는 2025년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소프트웨어(SW) 구축을 위해 고성능 반도체 기술을 가진 퀄컴과 협업하고 있다. 소니는 앞서 "연산 능력이 최소 초당 800조회 이상인 반도체를 탑재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차 부품업체들은 이를 위해 과거보다 훨씬 고도화된 부품 생산에 치중하고 있다.
세계 최대 부품사인 보쉬는 CES 2023에서 퀀텀 센서(양자 센서)를 개발하기 위해 IBM과 협업한다고 발표했다. 양자 센서는 기존 센서보다 정밀성이 1000배 높아 완전자율주행 등 스마트카를 만드는 데 필수 부품으로 꼽힌다.
콘티넨탈도 전력 효율이 좋고 대량생산 가능한 '시스템온칩'(고성능 반도체)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니콜라이 세처 콘티넨탈 CEO는 "자동차에 있어 SW는 게임체인저"라며 "미래 차에 필요한 차세대 아키텍처를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라이다·정밀 지도 스타트업 루미나 테크놀로지의 오스틴 러셀 CEO 역시 "과거에는 엔진의 힘인 마력이 중요했지만, 이제 자동차는 '브레인 파워'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전문 업체들은 PC나 스마트폰 대신 자동차에 탑재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최적화)' 반도체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스마트폰용 반도체(AP) 세계 1위 기업 퀄컴은 이번 CES에서 '스냅드래곤 라이드 플렉스'라는 자동차용 통합 반도체를 공개했다. 이 반도체 하나로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을 비롯해 운전자 모니터링, 인포테인먼트, 자율 주차 등의 기능을 한꺼번에 지원한다. 퀄컴은 내년 이 제품을 본격 양산할 계획이다.
퀄컴은 지난해 자동차산업 투자설명회를 열고 향후 자동차 분야에서 연간 300억달러(한화 약 42조원) 수준의 매출을 거둘 수 있는 사업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시대로 급격하게 시장이 바뀌면서 향후 미래 먹거리로 삼겠다는 의미다.
퀄컴은 당장 내년부터 푸조, 지프 등 14개 스텔란티스 브랜드에 이를 탑재할 계획이다.
그래픽 반도체 분야 대표 기업인 엔비디아는 전기차 개발에 나선 대만 폭스콘과의 협업을 발표한 데 이어 현대차그룹, 중국 BYD, 스웨덴 폴스타와도 손잡고 차량 게임용 고성능 반도체를 개발하기로 했다.
차량용 반도체는 시장 수요가 증명하듯 미래 성장동력으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2021년 500억달러(한화 약 60조원)에서 2025년 840억달러(한화 약 100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때문에 완성차 업체들은 반도체를 직접 개발하거나 반도체 설계회사에 투자해 고성능 반도체 확보에도 나서는 모양새다.
제너럴모터스(GM)는 현재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를 설립하고 자율주행차에 사용될 반도체 4종을 직접 개발하고 있다. 크루즈는 자율주행 개발 스타트업으로 2016년 GM에 인수됐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8월 차량용 반도체 스타트업인 보스 반도체에 투자했다. 보스 반도체는 차량용 소프트웨어에 최적화된 시스템 반도체를 설계·개발하는 팹리스 스타트업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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