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오픈랜’ 시장 열린다…통신 3사도 본격 참전
통신 인프라 구축 비용 줄일 수 있어
중소 장비업체도 해외 진출 기회
통신 3사와 글로벌 기업 간 오픈랜(개방형 무선 접속망) 개발 성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오픈랜은 각각 다른 제조사가 만든 통신장비를 연동해서 쓸 수 있도록 한 기술이다. 통신사들은 그동안 특정 제조사에서 만든 장비를 가져다 사용해야 했는데 오픈랜을 도입하면 제조사 상관없이 장비를 쓸 수 있게 된다. 오픈랜은 5G(5세대 이동통신)와 6G(6세대 이동통신) 효율화에 필요한 차세대 통신 기술로, 업계에서는 글로벌 오픈랜 시장이 연평균 42% 성장해 2030년에는 320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11일 SK텔레콤은 노키아와 함께 국내 최초로 클라우드 기반의 오픈랜 가상화 기지국을 상용망에 설치하고 필드 시험을 통해 안정적인 5G 서비스 속도 및 커버리지 성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노키아와 함께 작년 초 5G 64TRx(내장 안테나) 장비와 연동된 클라우드 기반 가상화 기지국을 개발하는 등 지속적으로 오픈랜 연구를 해왔다.
지난달에는 오픈랜 기술 표준화단체인 ‘오픈랜 얼라이언스(O-RAN Alliance)’가 주최한 플러그페스트(PlugFest) 행사에 참여해 오픈랜 실증 결과를 공유했다. 플러그페스트는 오픈랜 얼라이언스 규격을 준수한 기지국 장치들과 회원사들의 테스트 결과를 공유하는 글로벌 행사다. SK텔레콤은 이 자리에서 오픈랜 CU(Centralized Unit·중앙 장치), DU(Distributed Unit·분산 장치) 및 RU(Radio Unit·무선신호처리부)에 대한 표준 적합성 시험(Conformance test) 결과와 필드 시험 결과를 공개했다. SK텔레콤은 “연구실 환경뿐만 아니라 필드 테스트에서도 오픈랜 장비들로 기존 장비 수준의 성능을 달성했다”며 “국내 오픈랜 기술력을 한 단계 높였다”고 전했다.
지난달 플러그페스트에는 LG유플러스도 참석했다. LG유플러스는 행사에서 국내 계측장비 제조사인 이노 와이어리스, 미국 키사이트테크놀로지스, 베트남 통신장비제조사 비에텔 등과 다양한 오픈랜 작동 시나리오를 검증한 결과를 소개했다. 이달 초에는 글로벌 통신장비 제조사 노키아, 국내 통신장비 제조사 삼지전자와 협력해 5G 오픈랜 글로벌 표준 시험망 구성에도 성공했다. LG유플러스 상용 코어망을 활용해 노키아의 오픈랜 분산장치(O-DU)와 삼지전자의 오픈랜 무선장치(O-RU) 장비를 연동하는 시험을 한 것이다. LG유플러스는 “글로벌 제조사 및 국내 기업 간의 협업을 통해 오픈랜 토탈 솔루션을 확보하게 됐다”며 “이번 연동 성공으로 오픈랜 장비를 상용망에 활용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KT는 작년 8월 오픈랜 연동 규격을 제안해 오픈랜 얼라이언스의 표준 승인을 받았다. 국내 5G 무선망 설정값과 구성 방식 등을 오픈랜 국제 규격에 반영하도록 한 것이다. 또 융합기술원에 오픈랜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일본 통신사 NTT도코모, 정보통신기술 장비·서비스 기업 후지쯔 등과 함께 기지국 장비 연동 시험에도 성공했다.
오픈랜이 적용되면 통신사들의 장비 선택지가 넓어지고 통신 인프라 구축에 드는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여러 회사의 통신 장비를 함께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기지국 구축 속도도 빨라진다. 특히 오픈랜은 기지국을 촘촘하게 설치해야 하는 6G 이동통신 서비스 운용에 필수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오픈랜 기술의 원리는 통신사와 장비 제조사가 무선 기지국에 들어가는 각종 하드웨어·소프트웨어에 대해 개방형 표준을 마련하고, 무선 기지국 운영체계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장비를 서로 분리하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기업이 만든 장비를 쓰든 소프트웨어만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면 된다. 고객 수요에 맞춘 전용 소프트웨어를 선택하거나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를 망에 적용하는 것도 적합하다.
또 국내 중소 통신장비 사업자들의 경우 통신사들이 대기업의 장비를 먼저 도입해 쓰고 있으면 자사 장비를 팔기 힘들었는데, 오픈랜 기술이 확산되면 이들에게도 판로가 넓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픈랜 생태계가 커지면 국내 통신장비 사업자에게 해외 진출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픈랜 시장은 앞으로 급격하게 커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킷에 따르면, 글로벌 오픈랜 시장은 2022년~2030년 동안 연평균 42% 성장률을 기록하며 2030년 320억달러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만 보면 2030년까지 연평균 34%, 약 115억달러 규모로 성장하며, 전체 시장의 35%를 차지할 전망이다. 특히 오픈랜 장비 이외에 구축·운영 등 서비스 시장은 전체 오픈랜 시장의 40% 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STL파트너스도 오픈랜 설비투자(CAPEX) 규모가 2026년 120억달러로 성장해 전체 RAN 시장 설비투자의 21%, 2030년에는 430억달러 규모로 성장해 전체 중 76%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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