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지금 집 사지 마세요…매수 타이밍 드립니다"

매맷값 낙폭 줄었지만…강남 중개업소들 "금리부담 크니 매매거래 대신 전세계약 추천"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지금 무리해서 강남서 집 살 필요 없어요. 8~9%에 달하는 대출금리를 감당해야 한다면 말이죠. 우리와 전세 계약 맺고 기다리면 적절한 매수 타이밍 알려드립니다. 2년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중도 매수 시 중개 비용을 비롯해 수반되는 비용도 일부 지원합니다."

서울 강남 일선 중개업소들이 주택시장 활성화에 대한 자신감을 아직 충분히 갖지 못 한 채 매매보다는 전세계약을 추천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매가 낙폭이 줄어들고 문의가 늘어나는 등 분위기 전환 움직임이 있기는 하지만 매매를 선뜻 권유하지 못하는 것이다.

시장 전반의 분위기는 다소 나아진 것이 사실이다. 11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값 동향'에 따르면 지난주(2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맷값은 전주에 견줘 0.67% 하락했다. 전주 -0.74%에 비해 낙폭이 0.07%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지난해 5월 첫 주 조사 이후 8개월(35주) 만에 하락 폭이 둔화했다.

강북 지역의 하락폭이 여전히 컸지만, 낙폭이 일제히 소폭 둔화했다. 규제지역으로 남게 된 강남권도 강남구가 -0.44%에서 -0.41%로, 서초구는 -0.55%에서 -0.38%로, 송파구는 -0.49%에서 -0.37%로 낙폭이 각각 줄었다.

전국 아파트값 하락 폭이 줄어든 것은 정부가 2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중과 폐지, 양도세 중과 1년 추가 유예 등 세 부담을 크게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하는 등 전방위 규제 완화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5일부터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하고 모든 지역이 규제에서 풀림에 따라 이번 주 아파트값 조사에서도 낙폭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강남권에서도 매맷값 낙폭이 줄어들면서 매수심리가 꿈틀대고 있는데, 규제지역으로 묶인 강남 내 일선 부동산들은 매수 적기가 아직 아니라는 판단과 함께 매수보단 전세 매물을 선 추천하며 적극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서울 서초구 일원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김성진 기자]

이에 부동산 업계에선 한파가 몰아친 아파트 매매시장이 이번 규제 완화를 기점으로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기대감은 확산되고 있다. 그렇지만 강남권 중개업소들은 아직 매수는 이르다는 의견을 다수 내놓는다. 현재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전세로 들어가 살면서 지금보다 더 나은 조건이 나왔을 때 매수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라는 추천을 하고 있다.

강남구 도곡동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강남이 규제 해제 지역은 아니지만, 집값이 자꾸 내려가면서 매수 의사를 내비친 실수요자들이 제법 있다"며 "그러나 당장 매수를 추천하진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가격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고 본다"며 "수십억원에 달하는 아파트를 현금으로 풀매수하지 않는 이상, 수억원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한 고금리를 감당해야 하는데 이보단 전세로 들어가는 것이 당장엔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초구 신원동 H부동산 대표 역시 "정부가 규제 완화 기조를 확고히 하자 무리해서라도 강남에 입성하겠다는 고객들의 최근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영끌로 8~9%에 달하는 금리를 안고 가야 하는 수요자라면 추가 금리 인상도 예고돼 있기 때문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 매수에서 전세로 돌아서는 경우 전세 기간이 끝나는 2년 뒤에 집을 매수하면 되겠느냐는 문의가 있는데, 전세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2년이 아닌 2년 내에서 매수 타이밍을 잡는 것이 좋다고 조언하고 있다"며 "전세 계약을 맺은 부동산에 매수 의사를 밝히면, 주변 시세와 시장 전망에 밝은 중개사들이 매수 적기를 파악해 갈아타기를 지원하는 컨설팅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수요층도 이런 의견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최근 강남권 아파트 매수를 고려했던 A씨는 "3억원을 대출받아 예전부터 눈여겨봤던 아파트 매물을 구하려고 했는데, 방문한 부동산에서 매수보다 전세를 추천해 왔다"며 "저점 매수를 도와주겠다는 제안에 전세로 마음이 기울었다"고 전했다. 이에 부동산시장은 공급자와 수요자간 치열한 눈치작전 속에 당분간 침체 기조가 크게 변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재밌는 아이뉴스TV 영상보기▶아이뉴스24 바로가기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