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40분 등산면접 오라네요”…'초봉 3500만원’ 포기한 사연
한 중견기업에서 신입 직원 채용에 등산 면접을 실시해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시대 착오적’이라는 비판이 나온 한편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을 추리는 과정일 것’이라는 의견이 맞섰다.
10일 한 취업준비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중견기업 서류 붙었는데 등산면접 있는 거 보고 안 가기로 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무슨 면접을 7시간 동안 보나. 절대 안 간다”며 면접 세부 일정을 공유했다.
일정을 보면 면접은 오전 10시10분 채용설명회를 시작으로 조별 아이스브레이크와 토론 주제 선정 등을 한 뒤 한 대학교 교내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이후 오후 12시40분부터 2시간40분동안 등산 면접이 이어진다. 장소는 수원 광교산으로 안내됐다. 광교산은 해발 448m로, 등산에 소요되는 시간은 약 2시간 가량으로 알려졌다.
등산 면접 이후로도 일정이 이어진다. 조별 토론 면접과 후속 절차가 진행되고 오후 5시40분부로 1차 면접이 종료된다. 총 7시간이 넘는 일정이다.
해당 기업은 업력 52년된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로 알려졌다. 기업 정보에 따르면 약 370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며 평균 연봉은 5500만원, 신입사원 초봉은 3500만원 수준이다.
네티즌들 사이에선 엇갈린 의견이 나왔다. 일부 네티즌들은 “시대가 어느때인데 이런 면접을 보나. 못 믿겠다” “등산도 힘든데 그 뒤에 또 면접을 보네” “면접관 눈치 보면서 등산까지 하고 떨어질 수도 있다는 상황이 싫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면접 방식을 비판했다.
반면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이 뚜렷하게 있는 것 같다” “체력이나 충성심 테스트를 이렇게 보는 걸 수도” “채용 방식은 회사 마음이다. 예전부터 등산 면접하는 회사들 종종 있었다” 등의 반응도 잇따랐다.
해당 기업은 2013년 상반기 공채부터 등산 면접을 시행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로 인해 2019년 하반기부터 잠시 멈췄던 등산면접을 2023년 상반기부터 재개했다는 게 기업 측 설명이다.
실제로 취업 관련 사이트에는 과거 해당 기업에서 등산 면접을 경험한 지원자의 후기가 올라와 있다.
2014년 하반기 채용 공고에 지원해 등산 면접을 봤다는 A씨는 “점심시간 이후 아이스브레이킹 시간을 갖고 광교산으로 등산을 시작하는데 등산 시간은 왕복 2시간 정도 걸렸다”며 “면접 본 느낌으로는 협력적이고 조직에 융화가 잘 되는 사람을 선호하는 듯했다”고 했다. 같은 해의 또 다른 지원자 B씨는 “면접은 등산으로 시작해 산에서 키워드를 획득한 뒤 조별로 발표한다”며 “면접 분위기는 대체로 좋고 직무 강점보다는 인성에 대해 강조해서 인재를 중요시하는 기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후기를 남겼다.
기업 관계자는 등산 면접 취지에 대해 “보통 대면 면접의 경우 15~20분 진행하는데 이 시간만으로는 인성 평가를 하기 쉽지 않다”며 “면접관들이 함께 산행을 하며 지원자의 태도나 인성을 평가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원자들에게 거주지 거리에 따라 최대 10만원의 면접비를 지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이색면접 사례는 해당 기업 뿐만이 아니다. 해태·크라운제과에서도 약 2시간에 걸쳐 등산면접을 진행해왔고, 식품회사 샘표는 요리면접과 젓가락질 면접을 진행해왔다. 또 하이트진로는 1차면접이 끝난 뒤 선배들과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형식의 음주면접을 진행한 바 있다.
다만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선 채점 기준이 모호하다는 불만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사람인이 제시한 통계에 따르면 취업준비생들은 압박감을 가장 많이 느끼는 면접 순위 5위로 ‘술자리 면접 등 이색면접(5.4%)’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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