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인기 없어도 긴축" vs 건들락 "시장을 더 믿어야"

김정남 2023. 1. 1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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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과 시장의 힘겨루기에 불확실성 급증
파월 "물가 안정, 인기 없는 결정 필요로 해"
추가 긴축 시사…보우먼 "연준 할일 더 많아"
시장은 불신…건들락 "채권시장 더 믿어야"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금융시장의 힘겨루기가 심화하고 있다. 연준 인사들이 연일 초강경 긴축 발언을 이어가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연준을 못 믿겠다”는 볼멘소리가 적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통화정책 파급의 주요한 경로인 금융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중앙은행 릭스방크에서 개최한 행사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AFP 제공)

파월 “인기 없어도 물가 안정”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중앙은행 릭스방크에서 열린 행사의 연설과 질의응답을 통해 “인플레이션이 높을 때 물가 안정을 회복하려면 경기를 둔화시키고자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단기적으로는 인기가 없는 정책이 필요할 수 있다”며 “물가 안정은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는 어려운 결정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물가 안정은 건강한 경제의 기반”이라며 “시간이 지나면서 대중에게 엄청난 혜택을 준다”고 했다. 이어 “우리의 결정을 두고 정치적으로 직접적인 통제가 없는 것은 단기적인 정치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설명했다.

이는 당장 눈앞의 표심만 생각하면서 통화를 완화하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더 큰 고통이 따른다는 점을 강조한 언급이다. 또 올해 물가가 계속 높은 상태를 유지한다면 긴축을 이어갈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이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때 제시했던 올해 최종금리는 5.1%다. 일부 연준 인사들은 공개석상에서 이보다 높은 5% 중반대까지 공언한 상태다.

CNBC는 “통상 연준의 행보에 대한 선출직 정치인들의 비판은 조용한 어조로 이뤄졌지만, 파월 의장은 (정치적인 의견이 다른) 두 진영에서 모두 높은 반대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

파월 의장뿐만 아니다. 미셸 보우먼 연준 이사는 이날 플로리다 은행연합회 주최 행사에서 “최근 몇 달간 일부 인플레이션 지표가 내려갔지만 우리는 할 일이 훨씬 더 많다”며 “통화 긴축을 위해 금리를 계속 올릴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아울러 “금리가 충분히 제약적인 수준에 도달하면 물가 안정성을 회복하기 위해 상당 기간 그 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채권앙’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회장이 10일(현지시간) 자사의 투자자 대상 화상 대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화상 대담 캡처)

건들락 “연준보다 시장 믿어야”

그러나 시장은 이를 그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다. ‘신채권왕’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회장은 이날 이데일리 등이 참석한 자사의 투자자 화상 대담에서 “40년이 넘는 나의 경험상 지금은 연준이 말하는 것보다 채권시장이 말하는 것을 더 주시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5% 이상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연준의 언급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건들락 회장은 미국 10년물-2년물 장단기 국채금리 역전 장기화 등을 거론하면서 “금리 역전은 줄곧 경기 침체를 불러왔다”고 했다. 올해 연준의 피봇(pivot·통화 긴축에서 완화로 선회)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그는 또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 추이 등 여러 금리 지표를 내보이면서 “5%가 넘는 금리 인상을 얘기한 연준과 거리가 멀다”며 “심지어 2년물 금리는 연준의 현재 기준금리(4.25~4.50%)보다 낮다”고 말했다. 이날 뉴욕채권시장에서 2년물 금리는 연준 인사들의 매파 언급에도 4.247%를 나타냈다. 그는 “연준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는 과정에서 시장이 완전히 무너졌다”며 불신을 재차 드러냈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인 폴 튜더 존스 역시 CNBC에 나와 “연준이 경제를 무너뜨리기 전에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CME 페드워치를 보면 시장은 연준이 오는 3월 금리를 4.75~5.00%로 유지한 이후 계속 유지하다가 11월 들어 4.50~4.75%로 인하하기 시작할 것이라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최종금리 수준 금리 인하 시기 모두 연준과 생각이 다르다.

문제는 연준과 시장의 괴리가 커질수록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통화정책이 금융시장의 가격 변수에 영향을 주면서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는데 요즘처럼 금융시장이 연준과 따로 움직이면 통화정책 자체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월가 한 뮤추얼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시장 인사들이 연준의 발언을 유심히 챙겨보면서도 그 반응은 각기 다른 이례적인 상황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며 “당분간 시장 변동성은 커질 수밖에 없어 최대한 보수적으로 움직이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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