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홍준표, 대구서 충돌···“수없이 말 바꿔” VS “연탄가스”
국민의힘 소속인 유승민 전 의원과 홍준표 대구시장이 11일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탄핵과 대구 지역경제 침체 문제를 두고 맞붙었다. 유 전 의원은 홍 시장을 향해 “언제든지 싸움을 걸어오면 싸워줄 자신은 있다”고 했고, 홍 시장은 유 전 의원에게 “연탄가스처럼 틈새만 있으면 올라온다”고 비난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대구 아트파크에서 열린 대구·경북 언론인 모임 ‘아시아포럼21’ 초청토론회에서 박근혜씨 탄핵과 관련해 “홍준표 시장은 지난 오랜 기간 동안 박근혜 대통령 탄핵 문제에 대해 수도 없이 말을 바꿨던 사람”이라며 “자기한테 유리하면 ‘친박’하고 (불리하면) ‘반박’하고 그때그때 입장을 수도 없이 바꿨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춘향이인 줄 알았는데 향단이’라고 하고, ‘탄핵당해도 싸다’고 했던 게 홍 시장”이라고 밝혔다. 홍 시장이 자신을 향해 박씨 탄핵 책임론을 제기해온 데 대해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 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45년 구형한 사람이고 구속을 시키고 수사를 했던 책임자”라며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해 별로 할 말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홍 시장이 최근 나경원 전 의원의 ‘출산시 부채 탕감 검토’ 발언을 “좌파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서도 홍 시장이 과거 입장을 번복했다고 지적했다. 홍 시장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21년 10월22일 YTN·JTBC·연합뉴스TV 공동 주관 국민의힘 대선후보 2차 맞수토론에서 “지금 헝가리 같은 경우에는 2019년도 2월에 실시한 정책을 보면 결혼 시에 4000만원 대출을 하고 아이 낳으면 이자 면제하고 그 다음에 둘 낳으면 원금 3분의 1 탕감을 하고, 셋 낳으면 전액 탕감을 해 준다고 한다”며 “이렇게 하니까 헝가리에서 결혼 건수가 20% 증가하고 1년 만에 대폭 출산율이 높아졌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파격적인 조치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유 전 의원은 “그런 분이 자기가 말했던 건 다 잊어버리고 지금 와서 나 전 의원을 좌파 포퓰리즘이라고 그러니, 정치인이 이래서 되겠느냐”고 했다. 또 “지금 대구시장 하면서 걸핏하면 남 비난하는 글이나 쓰고 있다”며 “대구시장이 그렇게 할 일 없는 데냐. 그 분이 대구시정에 대해서 진짜 고민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유 전 의원은 “대구가 제일 어려우니까, 어떻게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30년째 꼴찌에서 벗어날지 그것만 고민해야지”라며 “저는 대구시장이 그렇게 할 일 없는 자리인지 몰랐다”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그 분은 강한 사람한테 약하고 약한 사람한테 강하다”며 “그동안 저한테 여러 가지 말도 안 되는 비난을 해도 참고 있었는데 언제든지 싸움을 걸어오면 제가 싸워줄 자신은 있다”고 강조했다.
홍 시장은 유 전 의원 발언이 나온 지 얼마되지 않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써 유 전 의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홍 시장은 “대구 GRDP 꼴찌를 만든 장본인이 적반하장으로 대구를 팔고 다니니 가관”이라며 “내가 중앙정치에 관여하는 것은 당 상임고문이기 때문이고 관여하는 시간은 하루 30분도 되지 않는다. 그 외 시간은 대구 시정만 한다”고 해명했다.
홍 시장은 “나는 그대와 같이 그간 대구 구태들이 몰락시킨 대구를 재건하고 있다”며 “또다시 박근혜 탄핵과 같은 보수집단의 붕괴를 막기 위해 그때와 같이 준동하는 잡동사니들을 제거하려는 것이지 내가 당권을 쥐려고 이러는 게 아니라는 것은 국민들이 다 안다”고 밝혔다. 홍 시장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다는 지적에 해명하려는 듯 “윤석열 정권이 무너지면 우리나라는 이제 희망이 없기 때문에,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의 존망 문제이기 때문에 중앙정치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라며 “연탄가스처럼 틈새만 있으면 올라와서 당원과 국민들을 이간질하는 못된 버릇은 새해가 되었으니 모두 버리고 아직 시간이 있을 때 개과천선하라”고 했다.
한편 유 전 의원은 당대표 선거 출마 여부 결정 시기에 대해 “설 전이 될지 설 후가 될지는 저도 지금 이 자리에서 자신 있게 말씀을 못 드리겠다”며 “고민이 끝날 시점까지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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