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혼돈의 이변"…박찬욱 '헤어질 결심', 골든글로브 불발→이제 美오스카에 총력전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혼돈의 이변이다. 골든글로브가 수상이 유력했던 후보작을 제치고 이변의 수상 결과로 전 세계 영화 팬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박찬욱 감독의 서스펜스 멜로 영화 '헤어질 결심'(모호필름 제작)으로는 아쉬운 결과지만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은 한국 영화의 저력, 이제 아카데미 시상식에 총력전을 기울일 차례다.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ollywood Foreign Press Association, HFPA)에서 주최하는 미국 대표 시상식 중 하나인 제8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10일(현지 시각)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 힐튼 호텔에서 개최됐다.
매년 영화와 드라마에서 최고의 작품, 배우를 선정해 시상하는 권위의 시상식으로 미국의 또 다른 대표 영화 시상식인 아카데미 시상식보다 한 달 앞서 개최돼 '아카데미 전초전'이라 불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 올해엔 지난해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영화 '취화선'(02, 임권택 감독) 이후 20년 만에 감독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의 저력을 과시한 박찬욱 감독의 웰메이드 작품인 '헤어질 결심'이 비영어권 작품상 후보로 선정돼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최종적으로 수상에 실패해 아쉬움을 남겼다.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가 사망자의 아내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탕웨이, 박해일이 출연했고 '아가씨' '스토커' '박쥐' '친절한 금자씨'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지난해 10월 14일 북미 개봉 이후 뉴욕타임스, LA타임스, 인디와이어, 롤링 스톤지 등의 외신으로부터 '심장을 붕괴시키는 작품' '은은한 감성과 풍성한 쾌감을 선사하는 밀도 높은 누아르' '올해 가장 로맨틱한 영화' '박찬욱 감독의 탁월한 도약과 미학이 가득 담긴 작품' 등의 호평을 받았다.
올해 비영어권 작품상은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을 비롯해 독일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에드워드 버거 감독), 아르헨티나 영화 '아르헨티나, 1985'(산티아고 미트레 감독), 네덜란드·프랑스·벨기에 영화 '클로즈'(루카스 돈트 감독), 인도 영화 'RRR: 라이즈 로어 리볼트'(SS 라자몰리 감독) 등이 후보로 올랐고 외신들로부터 수상이 유력한 후보로 '서부 전선 이상 없다'와 'RRR'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아르헨티나 출신의 산티아고 미트레 감독의 '아르헨티나, 1985'에 영예를 안겨 반전을 일으켰다.
'아르헨티나, 1985'는 1980년대 아르헨티나의 군사 독재 정권 주역들의 범죄를 선고하기 위해 재판을 진행하려는 두 검사의 이야기를 다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아르헨티나, 1985'는 아르헨티나 역사상 최악의 군사 독재자를 기소하고 군사 지도자의 희생자들에게 정의를 되찾아 주는 과정을 그린 법정 드라마다. '아르헨티나, 1985'가 비영어권 작품상의 주인공으로 선정되는 데는 '독재에 맞선 정의'라는 시대상을 반영한 굵직한 메시지가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 영화계는 지난 2020년 열린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現 비영어권 작품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19)에 이어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에 두 번째 수상을 기대했지만 아쉽게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그동안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한국 영화계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이어 2021년 열린 제78회 시상식에서는 한국계 미국 감독인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가 외국어영화상을 받으며 한국 영화계 낭보를 전했다. 물론 '미나리'는 미국의 자본으로 제작된 미국의 독립영화임에도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해 할리우드 내에서 많은 공분이 일어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열린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K-콘텐츠'의 르네상스를 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황동혁 극본·연출)이 TV 드라마 부문에서 눈부신 존재감을 드러내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골든글로브 시상식 TV 드라마 부문 작품상 후보에 '오징어 게임'이, TV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에 '오징어 게임'의 이정재가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또 TV 부문 남우조연상에 '오징어 게임'의 오영수 또한 후보에 이름을 올린 것은 물론 기적의 수상까지 거머쥐며 전 세계의 한국 콘텐츠 앓이를 입증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에는 쉽지 않았다. '헤어질 결심'은 분명 전 세계를 사로잡은 웰메이드 작품임이 확실했지만 장르적 한계와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의 공격적이고 압도적인 마케팅 경쟁으로 인해 후반부 힘을 잃게 된 것. 그럼에도 포기하기엔 너무 이르다. '아카데미 전초전'이라 불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아쉽게 놓쳤지만 진짜 무대인 오는 3월 12일 열리는 제95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남았기 때문.
박찬욱 감독은 당분간 미국에 머물며 HBO Max 드라마 '동조자'를 촬영함과 동시에 3월 개최되는 오스카 레이스에 총력전을 기울일 예정이다.
특히 이번 오스카 레이스에는 '기생충'의 아카데미 신화를 이끈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이 좀 더 적극적으로 가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경 부회장은 2020년부터 아카데미 영화박물관 이사회 부의장으로 활동하고 있고 또 지난해 10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아카데미 영화박물관 1주년 기념 갈라에서 영화 발전에 기여한 제작자에게 주어지는 필러상(Pillar Award)을 수상하며 할리우드에서 영향력을 보여왔다.
CJ ENM이 투자·배급한 '헤어질 결심'을 위해 이미경 부회장이 두 팔을 걷고 나서면 '헤어질 결심'의 오스카 레이스도 좀 더 힘을 받으며 아카데미 시상식의 유력 후보로 등극, 수상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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