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글로브 불발됐지만…박찬욱 감독 할리우드 행보 계속된다
봉준호·윤제균·이정재 필두로 한국 콘텐츠 해외 진출 가속화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10일(현지시간) 열린 제8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영화 '헤어질 결심'의 수상은 불발됐지만 박찬욱 감독의 할리우드 행보는 계속될 예정이다.
우선 박 감독은 '헤어질 결심'으로 오는 15일(이하 현지시간) 열리는 크리틱스초이스어워즈(Critics Choice Awards)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에 도전한다.
3월 12일 열리는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예비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최종 후보는 오는 24일 발표되는데, 최종 후보 5편에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 감독의 후속작도 할리우드 작품이다. 그는 현재 미국 HBO 드라마 '동조자' 촬영을 위해 로스앤젤레스(LA)에 체류 중이다. 영국 BBC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2018)에 이은 두 번째 드라마 연출작이다.
'동조자'는 베트남 출생 미국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원작은 한 남자가 베트남전 이후 미국에서 이중 첩자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박 감독은 10일 제8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레드카펫에서 영화 전문매체 인디와이어와 인터뷰를 갖고 "퓰리처상을 받은 굉장히 훌륭한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며 "1975년 베트남 전쟁 직후 LA로 망명 온 난민 커뮤니티의 이야기다. 7개 에피소드로 이뤄진 시리즈"라고 후속작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다인종 캐스팅이 이뤄졌다. 당연히 베트남 배우들이 많고 샌드라 오 같은 한국계 캐나다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도 나온다"고 귀띔했다.
'아이언맨'으로 잘 알려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작품 출연과 함께 책임 프로듀서까지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콘텐츠가 올해 골든글로브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데는 실패했지만 4년 연속 골든글로브 후보에 오르면서 박 감독을 비롯한 국내 제작자와 배우의 해외 진출도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첫 골든글로브 수상의 주인공 봉준호 감독은 워너브라더스와 함께 SF 영화 '미키 17'를 만들어 내년 3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복제인간이 미지의 행성을 개척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잘 알려진 로버트 패틴슨, 할리우드 대표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 '헐크'의 마크 러팔로 등이 출연한다.
윤제균 감독은 '인터스텔라'(2014) 제작자 린다 옵스트와 손을 잡고 영화 'K팝: 로스트 인 아메리카'를, 드라마 '올인'을 연출한 유철용 PD는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나르코스'의 작가 폴 엑스타인과 자메이카 갱스터 영화를 제작 중이다.
한국 배우들에게도 할리우드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오징어 게임'의 주역 이정재는 '스타워즈'의 새 시리즈 '어콜라이트'에 주연으로 합류하며 월드스타로서의 위상을 입증했다.
'오징어 게임'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정호연은 지난해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첫 시리즈 작품인 애플 TV+ 오리지널 '디스클레이머'에 이어 조 탈보트 감독의 신작 영화 '더 가버니스'의 캐스팅 소식을 전한 바 있다.
박서준이 출연한 '캡틴 마블'(2018) 속편 '더 마블스'는 오는 7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외에도 배우 윤여정과 강동원, 드라마 '열혈사제'의 이명우 PD, '신과 함께' 시리즈를 연출한 김용화 감독 등 한국 배우와 창작자들은 할리우드 유명 에이전시와 계약하며 할리우드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제는 전 세계에서 한국 없이 콘텐츠를 얘기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할리우드에서 한국 콘텐츠의 위상은 더욱 공고해졌다"고 평가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한국 작품이 콘텐츠 시장에서의 국경이 사라지도록 하는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국내 감독이 외국에서 인정을 받으면서 한국 제작사나 배우의 해외 진출뿐 아니라 그 반대의 경우도 보편화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stop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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