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급매물 거뒀어요" 노원, 규제완화로 집주인·수요자 '온도 차'

송재민 2023. 1. 1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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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개업소 "희망 매수·매도 가격 사이 간극 커"
"초소형·4억원대 급급매 매물만 드물게 거래"
상계주공 1·2·6단지 안전진단 통과에도 '잠잠'

"매도자는 부동산 시장 상승기의 가격을, 매수자는 아파트값 상승 전 가격을 '적정 가격'이라고 생각하는데 거래가 될 리 있나요?" - 노원구 상계동 인근 A 중개업소 대표

"규제 완화 이후로 집주인들이 가격 조정을 하지 않거나 급매물을 거둬가서 매물도 없어요." - 노원구 상계동 인근 B 중개업소 대표

지난9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 인근 A 중개업소 대표는 "주말엔 가끔 임장 오는 손님이라도 있지만, 평일 매수 문의는 손에 꼽을 정도"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에 이어 상계주공 아파트 단지들의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 소식이 전해졌지만, 중개업소 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했다.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집주인들이 급매물을 거둬가거나 가격 조정을 하지 않으면서다. 

노원구 상계벽산아파트./사진= 송재민 기자 makmin@

'2030 영끌성지'의 몰락…"4억원대 급매물만 거래"

이날 노원구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들은 "규제 완화 발표 이후 매수 문의도 거의 없지만, 손님들이 찾는 가격대의 매물도 없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평일 오후 5시경 중개업소 문을 닫은 채 퇴근한 가게도 여러 곳이었다. 

최근 정부가 서울 강남3구와 용산을 제외한 모든 지역을 규제 지역에서 해제하는 등 부동산 규제를 대폭 완화했지만 노원에선 전혀 약발이 들지 않는 분위기다.▷관련기사: 5일부터 강남3구·용산 외 규제지역 다 풀린다(1월3일)

특히 집주인과 수요자들이 생각하는 희망 매도·매수 가격의 간극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규제 완화로 아파트 가격 상승을 기대한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두거나 가격 조정을 거부하고 있다. 반면 수요자들은 추가 가격 조정을 기대하며 관망하고 있다. 

상계동 상계주공 인근 B 중개업소 대표는 "규제 완화 발표 전에는 4억원 내외의 소형평수 단지들 위주로 간간이 거래가 이뤄졌다"며 "규제 완화 방안이 발표된 이후 집주인들이 더 이상 가격을 조정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노원구 상계벽산아파트/ 사진= 송재민 기자 makmin@

KB부동산에 따르면 2021년 노원구는 재건축 기대감과 2030세대의 영끌 매수세로 서울 자치구 중 아파트값 상승률 1위(21.7%)를 기록했다. 하지만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등으로 매수 심리가 위축되면서 2022년 집값이 가파르게 하락(7.45%)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상계주공 13단지 전용 49㎡는 지난달 3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단지의 같은 평형 매물은 지난 2021년 5월 6억350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1년 반 사이 반절 가까이 가격이 하락한 셈이다. 

아울러 지난해 1월 최고가 5억8500만원에 거래된 상계주공11단지 전용 41㎡는 지난달 3억9500만원에 손바뀜했다. 마찬가지로 일년 사이 2억원 가까이 가격이 하락했다. 

상계동 인근 A 중개업소 대표는 "매도자는 부동산 시장 상승기의 가격을, 매수자는 침체기 가격을 '적정 가격'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매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안전진단 통과 호재에도 "잠잠"

최근 노원구 상계주공아파트 단지들이 잇따라 재건축 안전진단 단계를 통과했지만 시장은 요지부동이다. 

정부는 지난달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을 통해 '재건축 3대 대못'으로 꼽히는 안전진단 규제를 완화했다. 특히 안전진단 평가항목 중 구조안전성 가중치를 기존 50%에서 30%로 하향 조정하고 2차 정밀안전진단 의무를 폐지하기로 했다.▷관련기사: 재건축 첫 관문 통과 쉬워진다…안전진단 '구조안전성' 30%로(12월8일)

이에 따라 최근 노원구 상계주공1·2·6단지가 재건축 안전진단 단계를 통과했으며, 상계주공 3단지는 1차 안전진단업체를 선정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상계동 상계주공 인근 C 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상계주공 재건축과 관련해 안전진단 단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재건축 기대감은 이미 부동산 시장 상승기 가격에 모두 반영된 부분"이라며 "소식이 발표된 후에도 매수세의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상계동 상계주공 인근 D 중개업소 대표도 "주말에는 가끔 전·월세 등 임대차 거래를 위해 찾는 손님들이 있다"면서도 "안전진단 통과를 호재로 여겨 매수 의사를 표하는 손님은 없었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나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 등보다도 '금리'의 영향이 시장에서 더욱 크게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상계동 상계주공 E 중개업소 대표는 "아무리 규제를 완화해도 금리가 높아 아파트를 구매하려는 사람이 없다"며 "금리를 인하하기 전까지 손님이 돌아온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송재민 (makmi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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