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4점 뿐인 16세기 나전함, 日에서 돌아왔다(종합)

조재현 기자 2023. 1. 11.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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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나전함이 일본에서 국내로 돌아왔다.

'나전'(螺鈿)은 옻칠을 한 목공예품 위에 조개나 전복껍데기 등을 박는 기법이다.

다만, 나전함이 일본으로 넘어간 구체적인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다.

신 위원장은 "나전함이 1991년 크리스티 경매에 나온 뒤 한 일본인 소장가가 30년 넘게 가지고 있었는데, 소장가가 사망한 후 경매 시장에 나온 것을 구매하게 된 것"이라고 입수 경로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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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음질' '타찰법' 등 고려·조선 후기와는 다른 제작 기법 사용"
日 오우치 가문 등 거쳐 경매 시장 나와…YFM 구매 후 기증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젊은친구들(YFM) 측으로부터 기증 받은 조선시대 중엽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나전함이 공개되고 있다. 2023.1.11/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16세기 나전함이 일본에서 국내로 돌아왔다. '나전'(螺鈿)은 옻칠을 한 목공예품 위에 조개나 전복껍데기 등을 박는 기법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1일 '국립중앙박물관회 젊은친구들'(YFM·Young Friends of the Museum)이 구입한 '나전 칠 연꽃넝쿨무늬 상자'를 기증받았다고 밝혔다. 국립중앙박물관회 젊은친구들은 젊은 경영인들이 중심이 돼 만들어진 문화 후원 모임이다.

이날 국립중앙박물관 교육관에서 열린 기증식에서 공개된 나전함은 조선 중기인 16세기 나전 공예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수작이다.

나무 진액을 칠하기 전 함을 직물로 싸, 습기에 의해 나무가 변형되는 것을 막는 등 고급 칠기 제작기법이 쓰였다. 또한 상자 전체에 여러 모양의 나전 연꽃과 꽃을 감싸듯 배치된 넝쿨 줄기가 배열돼 있고, 띄엄띄엄 화려한 칠보문이 들어가 있다.

자개를 짧게 끊은 후 배열해 무늬를 만드는 '끊음질', 둥근 자개를 펴기 위해 망치 등으로 때려 자연스럽게 금이 가게 만드는 '타찰법' 등이 사용됐다.

이용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여백 없이 빼곡하게 채우던 고려 시대와 달리 여백이 있고, 조선 중기에 널리 퍼진 '끊음질'과 '타찰법' 등이 사용됐다"며 "획일화·규칙화된 조선 후기의 제작 기법과도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젊은친구들(YFM) 측으로부터 기증 받은 조선시대 중엽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나전함이 공개되고 있다. 2023.1.11/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신성수 국립중앙박물관회 컬렉션위원회 위원장은 "고려 문양과는 완전히 다른 조선 특유의 대담함을 보여주는 유물"이라고 부연했다.

이 시기 제작된 나전칠기는 전해지는 수량이 많지 않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과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 소장된 1점씩을 포함, 국내외 통틀어 4점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공개된 나전함의 크기는 46㎝(가로)×31㎝(세로)×13.4㎝(높이)다. 관복 보관 용도였던 국립중앙박물관의 나전함(68.5㎝×44.5㎝×12.7㎝)보다는 작아, 귀중품이나 문방구 등을 보관하는 용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나전함은 일본 서부 야마구치(山口)현을 중심으로 큰 세력을 이뤘던 오우치(大內) 가문에 전해지던 유물로 파악된다. 오우치 가문은 조선과 활발한 교역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나전함이 일본으로 넘어간 구체적인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다.

신 위원장은 "나전함이 1991년 크리스티 경매에 나온 뒤 한 일본인 소장가가 30년 넘게 가지고 있었는데, 소장가가 사망한 후 경매 시장에 나온 것을 구매하게 된 것"이라고 입수 경로를 설명했다.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과 조현상 젊은친구들 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젊은친구들(YFM) 조선시대 나전함 기증식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3.1.11/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조현상 YFM 위원장(효성그룹 부회장)은 "나전에 조예가 없는 문외한의 눈에도 아름다운 유물"이라며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전통문화 계승에 일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YFM은 지난 2018년 고려시대 불감(佛龕)과 관음보살상을 기증한 바 있다.

cho8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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