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번의 나이듦…내 나잇값은 얼마일까요 [1분 심리학]

손성원 2023. 1. 11.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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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에릭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 8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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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묘년(癸卯年) 새해 첫 날인 1일 서울 영등포구 선유도공원 선유교와 양화선착장에서 시민들이 새해 첫 일출을 보면 하트를 만들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해가 바뀌고, 세월의 흐름을 다시 생각합니다. 나이듦과 나잇값이 별개임을 이젠 아는 나이가 됐으니까요. 나잇값엔 나이를 먹을수록 응당 지혜로워져야한다는 전제 혹은 요구가 깔려있죠. 스무살의 나잇값보다 서른에 치를 나잇값이 더 비싸다는 사실, 나아가 마흔에 갖고 있어야할 지혜의 무게 값이 더 클 것이라는 사실도 우린 알고 있습니다.

나는 그리고 여러분은 겹겹이 쌓이는 시간 속에서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는지요.

근래 독일 출생의 미국 정신분석학자인 에릭 에릭슨의 이론을 보면서 성장을 가늠해볼 도움말을 얻었습니다. 에릭슨은 "인간은 영아기부터 노년기까지 총 8단계를 통해 발달한다"는 심리사회적 발달 이론을 만들어냈습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 청소년기까지 설명하고 성인기 이후에 주목하지 않았던 것에 반해, 에릭슨의 이론은 가족 외의 사회적 환경에서의 상호작용도 자아의 발달에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각 단계마다 극복해야 할 사회적 갈등과 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면 건강한 개인으로 성장할 수 있지만, 특정 단계에서 실패하면 그 단계와 관련된 정서적 혹은 성격적 결함이 있을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뼈대입니다.

에릭슨의 성격 발달 8단계 중 첫 번째 단계는 유아기(출생~만 1세)입니다. 유아기 발달 성격의 핵심은 '기본적 신뢰'를 갖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 시기에 아기의 욕구가 일관되게 충족돼야 '이 세상은 안전한 곳으로, 살 만한 곳'으로 믿게 됩니다.

에릭슨에 따르면 두 번째 단계는 초기아동기(만 1세~3세) 입니다. 2단계의 과제는 '자율성의 성취'인데요. 걸음마를 시작하고 세상을 탐색해 나가면서 성취감을 느끼면 자율성이 생깁니다. 하지만 이때 부모의 통제가 지나치면 아이들은 자율성이 아닌 수치심이나 의심을 갖는다고 합니다.

세 번째 단계는 후기아동기(만 3세~5세)인데요. 이 때의 과제는 '주도성의 성취'라고 합니다. 이 시기에 아이들은 또래와 놀이를 통해 자연스레 교제합니다. 친구들과 경쟁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면서 아이들은 주도성과 야심을 기르게 됩니다. 하지만 지나친 비난에 노출되면 주도성이 아닌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고 에릭슨은 주장했습니다.

네 번째 단계는 학령기(만 6세~12세). 이 때 과제는 '근면성을 갖는 것'이라고 에릭슨은 분석했습니다. 생산적 어린이는 기술 습득이나 과업 완수를 통해 성취의 즐거움과 자긍심을 얻습니다. 반면 노력한 결과를 얻지 못하거나 또래집단에 비해 뒤떨어진다고 느끼면 열등감이 생긴다고 합니다.

다섯 번째 단계는 청소년기(만 12세~20세)로, '정체성 확립'의 시기입니다. 내가 누구인지, 장래에 무엇을 할지에 대한 개념을 잘 형성하면 확고하고 건강한 정체성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 못하면 자기감(sense of self)이 결여되고 역할 혼동으로 괴로워한다고 합니다.

여섯 번째 단계는 청년기(만 20~40세)인데요. 에릭슨은 이 시기의 발달 과제로 '친밀감의 성취'를 꼽았습니다. 교제하면서 친밀감을 쌓고, 다시 여러 교제로 그 대상은 넓어집니다. 이는 직업적 혹은 정치적 사회활동으로 이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과 밀도 있는 친밀감을 쌓지 못할 경우 집단에서 외떨어져 고립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일곱 번째 단계는 성인기(만 40~65세)로, '생산성'이 화두입니다. 일에서 업적을 이루든 자녀를 양육하든 성인기에 사회적으로 생산성을 보여줄 수 없으면 자기 침체에 빠진다고 에릭슨은 분석했습니다.

마지막 단계는 노년기(만 65세 이상)로, '통합성'을 이뤄야 한다는군요. 여기서 통합성이란 삶의 단계별 성취를 돌아보며 성공과 실패, 행복했던 경험과 고통스러웠던 경험 모두를 받아들이는 걸 뜻합니다.

이처럼 우리 모두 아동기에서 청소년기로, 다시 청년기에서 성인 그리고 노인기라는 삶의 온 여정을 지납니다. 나잇값이 단순히 한살 두살 나이듦의 누적 숫자만은 아닌 것이지요. 성격 형성과 성장의 8단계 과정을 지나는 100년 가까운 그 시간 온통이 지혜로운 나잇값을 쌓는 성장통인듯도 합니다.

우린 모두 한살 한살 먹으면서 우리네 삶을 다시 돌아보고, 현실을 인지하며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더 이해하곤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이전 단계에서 극복하지 못한 갈등이 있다면 인간은 질병, 고통,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절망을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이런 걸 보면 인생은 스무고개와도 같네요. 여러 질문과 대답을 거듭해가며 고개를 넘어가면 비로소 정답에 가까워지는 것처럼 말이죠. 여러분은 현재 어느 고개를 넘어가고 계신가요.

혹시나 잘 넘어가지 못한 고개가 있다면 다시 한 번 뒤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시면 어떨까요. 그 때 우리는 비로소 삶의 답을 조금씩 알아갈지도 모릅니다.

※ 참고 문헌

-'유년기와 사회' · 에릭 에릭슨 · 연암서가

평범한 이웃들의 비범한 고민, 일상을 지키는 마음 돌봄 이야기를 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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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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