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공세전략' 보고…"北미사일 발사전 파괴·北전역 파괴 능력"
北 핵사용 시나리오 적용한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 내달 美서 실시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국방부가 11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올해 업무계획의 '키 워드'는 대북 공세적 억제력 확보로 압축된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이날 연두 업무보고 자리에서 북한 위협에 대한 압도적 대응을 위한 전력 보강 계획을 제시했다.
특히 이 장관의 보고에 나오는 '북한 미사일 발사 전 교란·파괴 개념 발전', '북한 전 지역에 대한 파괴능력 확보' 등의 표현은 이전 정부에서는 공개적으로 거론하길 꺼렸다.
국방부는 이런 공세적인 개념을 '한국형 3축 체계'에 반영해 올해 더욱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한국형 3축 체계는 유사시 북한을 선제 타격하는 킬 체인(Kill Chain), 핵·미사일을 방어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공격받은 이후 압도적 전력으로 대규모 보복에 나서는 대량응징보복(KMPR)으로 이뤄진다.
군은 킬체인 역량 강화를 위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 이를 교란·파괴하는 개념을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이 개념은 사실상 '선제타격'과 유사하다.
미사일 발사 전 교란·파괴는 흔히 '레프트 오브 론치'(Left of Launch)라 불리는 개념으로, 미사일 발사 버튼을 누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순서대로 도식화했을 때 '발사'보다 왼쪽에 있는 '발사 전' 단계에서 이를 저지하는 작업을 뜻한다.
미국은 사이버 공격과 통신망 교란 등의 방법을 활용해 미사일이 발사 직후 폭파되도록 하는 방안도 적용하고 있다. 군은 앞으로 사이버·전자전 역량을 대폭 강화해 나갈 계획이어서 한국군의 이런 방식 적용도 멀지 않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물리적·비물리적 수단으로 북한의 핵·미사일과 인프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는가 하는 부분을 기술적·개념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국방부가 한미 연합연습과 연계해 연합·합동 미사일 타격 훈련을 강화하겠다고 보고한 것도 '발사 전 타격' 개념을 구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극초음속 비행체 핵심 기술을 조기에 확보하려는 것도 북한의 요격망을 회피해 발사 전 단계에서 미사일을 신속하게 파괴하려는 계획의 일환으로 보인다.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도 북한 전 지역의 미사일 발사 탐지 및 연동 능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사일 요격 자산을 확충하는 방식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북한이 다종·다양한 미사일을 혼합해 동시에 공격하는 상황에 대비해 장사정포 요격체계 핵심기술은 물론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과 중거리 지대공미사일(M-SAM)을 통합 운용하는 체계를 발전시킬 계획이다. 하층·상층·중층 방어체계를 통합 운용하겠다는 것이다.
L-SAM은 '한국형 사드(THAAD)'로 불리며 고도 50∼60㎞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이 목표다. 천궁-Ⅱ를 일컫는 M-SAM은 15∼40㎞의 하층부를 담당한다.
북한이 고도를 달리하는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초대형 방사포(KN-25) 등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은 물론 이보다 고도가 낮은 구형 장사정포를 총동원해 발사해도 동시다발 다층 요격으로 막아내겠다는 취지다.
군은 특히 대량응징보복을 위해 "북한 전 지역의 전쟁 지도부와 핵심 시설 등에 대한 파괴 능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군이 북한의 '모든 지역을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해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공개된 "세계 최대 탄두 중량을 자랑하는 고위력 현무 탄도미사일"이 대량응징보복에 보복에 동원되는 대표적인 무기다. 탄두 중량이 최대 9t으로 추정되는 이 미사일은 핵이 아닌 재래식 미사일 중에서는 최강의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방부는 '핵보유국'을 자처하며 시도 때도 없이 핵 위협 엄포를 놓는 북한이 핵을 실제 사용하는 상황을 가상해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DSC TTX)도 본격화하기로 했다.
내달 하순 미국에서 실시하는 이 연습은 북한의 핵 위협, 핵 사용 임박, 핵 사용 등 단계를 가정해서 각 상황에 대한 한미의 군사적 대응 방안을 강구하는 훈련이다.
지난해 11월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당시 한미가 정례화에 합의했고, 마지막으로 열린 것은 2021년 9월이었다.
과거 열린 DSC TTX가 한반도 위기관리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는 북한의 핵 사용 상황을 중점적으로 다룬다는 데 의미가 있다. 개최 장소도 미국인 만큼 교리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미국 합동전력사령부(USJFCOM) 등의 전문 인력도 참여해 논의의 폭과 깊이를 심화할 전망이다.
한국에서는 국방부 실장급을 필두로 해 정책 분야 인원들과 최근 확대 개편된 합동참모본부 핵·WMD대응본부 등의 인원이 참여할 예정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이 스스로 핵 사용을 공언하고 있는 만큼 이제는 확장억제 논의에서 상황 상정의 폭이 넓어졌다"며 "정책·전략·핵운용 등 전문가들이 모여서 어떤 상황에 대한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면서 어떤 것이 타당한지 확인해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확장억제는 정보공유, 협의체계, 공동기획, 공동실행 등 4가지 뼈대로 구성된다. 국방부는 이 가운데 북한 핵·미사일과 역내 미국의 핵전력 배치·운용 현황 등 핵 관련 정보 공유 범위를 확대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아울러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올해 최소 3차례 개최해 구체적 이행 방안을 협의하고, 미국의 핵수단 사용 의사결정 과정에 우리 입장이 반영되도록 위기관리 협의체계를 활성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유엔군사령부 역할 강화와 재정립 추진은 대북 억제력을 국제적 차원에서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국방부는 올해 하반기 서울에서 있을 SCM과 이즈음 개최될 서울안보대화와 병행해 한국과 유엔사 회원국 국방부 장관이 참여하는 회의를 최초로 열기로 했다.
유엔군사령관은 주한미군사령관이 겸임하는 만큼 미국이 이런 논의를 주도할 수도 있지만, 주둔국인 한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좋겠다는 한미 공감대가 있었다고 전해졌다.
이에 이번 회의는 1953년 정전협정 이후 70년간 이어진 현행 유엔사 시스템과 인적 구성 등에 대한 논의를 새롭게 함으로써 북한 도발에 대한 억제와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국제사회 지지를 확보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70년 전 만들어진 유엔사 체계가 최신화될 필요가 있겠다는 한미 공감대가 있었다"며 "유엔사 인원 확충, 유엔사의 성격 등 여러 현안을 망라하는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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