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에서 함께 하는 ‘2개의 이강철호’···목표는 봄과 가을, 두번 크게 웃는 것

안승호 기자 2023. 1. 11.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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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철 WBC 야구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3월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라면 대부분은 선수들의 페이스에 주목한다. 그들의 소속팀 관계자 또는 해당팀 팬이라면 참가선수들의 대회 이후의 컨디션에도 시선을 떼지 못하게 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신경 쓸 것이 많아지는 사람들은 대회 준비 기간부터 대표팀에 감독을 내준 공백을 메워야 하는 해당팀 관계자들일 수 있다. 여러모로 결정할 것이 많은 2월과 3월의 감독 공백은 경우에 따라 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도 나름의 배려 원칙을 갖고 있다. 이번 대표팀의 경우 전지훈련 장소가 이강철 대표팀 감독의 소속팀 KT의 훈련지와 똑같다.

KT는 1월을 지나면 미국 애리조나 키노 스포츠콤플렉스에 스프링캠프를 차릴 예정인데, 오는 2월14일에는 같은 공간에 대표선수들이 들어와 전지훈련을 시작한다. 이강철 KT 감독이자 대표팀 감독은 여러 면의 야구장이 있는 같은 공간에서 ‘두 집 살림’을 이끌게 된다. 이 감독으로서는 대표팀 차출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다만 3월초, 대표팀은 국내로 들어와 2~3일간 머문 뒤 대회 1라운드가 열리는 일본 도쿄로 날아갈 예정이다. 프로야구 각 팀의 실전 모드가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KT는 감독 공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KT 2군 김기태 감독도 대표팀 코칭스태프로 합류한 상태여서 KT는 1군은 김태균 수석코치, 2군은 서용빈 수석코치가 3월 한 달간 팀을 이끌게 된다.

WBC 감독 차출 공백의 크기를 일반화하기는 쉽지 않다. 예컨대 제1회 WBC가 열린 2006년과 제2회 대회가 열린 2009년에는 두 대회 모두 김인식 당시 한화 감독이 사령탑을 맡았는데, 2006년에는 결과적으로 큰 지장이 없었던 것과 달리 2009년 2회 대회서는 일정 부분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평가할 만했다.

2006년 1회 대회에선 대표팀 전지훈련지까지 한화 캠프(하와이)가 아닌 일본 후쿠오카에 차려져 감독 공백 기간이 더 길었지만, 한화는 정규시즌 3위로 포스트시즌에 올라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해를 마감하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하와이 캠프에서 한화와 대표팀이 동시에 워밍업을 시작한 2009년에는, 대표팀은 최고의 성적을 냈지만 한화는 전년도 5위에서 최하위로 떨어지며 고전했다. 김인식 감독은 대표팀을 통해 한국야구에 큰 선물을 하고도 팀성적 부진의 책임으로 팀을 떠났다.

2006년 한화와 2009년 한화의 차이라면 우선은 팀 구성에서 구분점이 있었다. 2006년에는 한화 특유의 베테랑들이 기둥으로 있던 때여 알아서 관리하는 선수가 많았다. 그해에는 신인왕 MVP를 동시에 따낸 ‘괴물’ 류현진이 입단해 팀 전체에 새 동력을 제공한 것도 있었다. 2009년에는 베테랑들의 퇴장으로 선수층이 엷어진 데다 김태균과 이범호 등 주축선수들의 줄부상이 이어지는 등 악재가 속출됐다. 감독 입장에선 시즌 준비 단계에서 ‘플랜B’를 마련할 수 있는 여력이 없었던 게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으로 남을 만했다.

이강철 감독은 애리조나에서 일단 ‘두 마리 토끼’ 사냥을 시작한다. 목표는 봄과 가을, 크게 두 번 웃는 것이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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