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의 작전판] “공식 제안 못 받았다” 이강인 EPL 이적설의 내막
[포포투=한준]
2022-23시즌 스페인 라리가에서 마침내 자신의 잠재력을 현실로 만든 이강인(22, RCD 마요르카)이 유럽 리그 랭킹 1위이자, 상업적으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팀들과 연결되고 있다.
스페인 미디어 '렐레보'에 속한 이탈리아 출신 이적 시장 전문가 마테오 모레토의 트위터 멘션을 통해 촉발된 ‘이강인 프리미어리그 이적설’은 최근 스페인 전문 스포츠 신문 중 최대 판매부수를 자랑하는 '마르카'가 구체적으로 4개 팀을 언급하며 확산되고 있다.
이강인을 원하는 팀들의 리스트는 발렌시아를 떠나 마요르카로 이적하던 당시부터 관심을 보여온 네덜란드 클럽 페예노르트를 포함해 2022-23시즌 초반 활약을 통해 영입 경쟁에 가세한 잉글랜드 챔피언십 클럽 번리와 뉴캐슬 유나이티드다.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이름이 아스톤 빌라다.
아스톤 빌라가 이강인을 원하는 이유
마테오 모레토는 이강인이 1월 이적 시장에 마요르카를 떠날 가능성을 무려 90%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아스톤 빌라의 관심에 대해서도 보도했다. 아스톤 빌라는 지난해 11월 성적 부진으로 스티븐 제라드 감독이 경질된 후 스페인 출신 우나이 에메리 감독이 부임하면서 이강인 영입전에 나섰다.
에메리 감독은 이강인이 발렌시아에서 입지 논란을 겪던 시기에 비야레알 감독으로 이강인 영입에 첫 관심을 보인 바 있다. 당시 비야레알은 다니 파레호, 프랑시스 코클랭 등 발렌시아가 연봉 부담으로 정리한 선수들을 영입했다. 발렌시아 인근 소도시 비야레알은 과거 발렌시아 회장이던 페르난도 로이츠가 회장으로 부임한 뒤 발렌시아의 최대 라이벌로 발전시킨 클럽이다.
당시 비야레알은 에메리 감독의 직접 요청으로 이강인과 유사성이 있는 일본 미드필더 구보 다케후사도 임대로 영입했다. 구보는 반 시즌 만에 임대를 조기 종료했지만 에메리 감독이 왼발을 잘 쓰는 기술적인 2선 선수를 선호하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빌라 감독으로 부임한 뒤 빠르게 팀 성적을 끌어올리고 있는 에메리 감독은 비야레알 시절 전술 기조은 날개 없는 4-4-2, 4-2-2-2 포메이션으로 두 명의 측면 미드필더 중 한 명을 플레이메이커 성향으로 기용하거나, 두 명의 공격수 중 한 명을 측면 공격수 성향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강인은 마요르카에서 베다트 무리키를 지원하든 세컨드톱의 역할로 올리 왓킨스나 대이 잉스와 합을 맞출 수 있다.
또, 마요르카에서 최근 왼쪽 측면 내지 중앙 2선을 넘나들며 공격을 지원하는 미드필더로 뛰는데, 빌라의 포메이션에서 제이콥 램지, 필리페 쿠티뉴 등이 부진해 이 자리도 볼 수 있다. 에미 부엔디아의 백업이자 존 맥긴의 파트너로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의 보호를 받으며 공격을 풀어가는 역할이다.
전형적인 10번형 플레이메이커 이강인은 라리가에 최적화된 선수라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전방 압방 능력이 향상됐고, 피지컬적으로도 성장했다. 공을 소유하고, 기술적인 경기를 추구하는 에메리 감독과 함께라면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이강인이 장점을 발휘하며 중용될 수 있다.
에메리 감독이 1월 이적 시장에 스페인 라리가 선수들로 전력을 보강하려는 경향은 사실이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레알 베티스의 레프트백 알렉스 모레노의 빌라 이적 협상이 1500만 유로(약 200억 원)선에서 합의 단계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그런 가운데 스페인 이적 뉴스 전문 매체 '피차헤스'는 빌라가 마요르카 측에 1,350만 유로(약 180억 원) 조건으로 이강인에 대한 첫 번째 제안을 했다고 보도했다.
스페인발 이강인 루머, 어디까지 사실인가?
하지만 취재를 통해 확인한 결과 마요르카 구단 측은 빌라로부터 공식적으로 제안 받은 것이 없다고 밝혔다. 1,700만 유로(약 227억 원) 바이아웃 조항이 있는 마요르카는 이 조건을 충족하는 제안이 올 경우 이강인 이적을 막을 수 없다. 올 시즌 10위 돌풍의 중심에 이강인의 지분이 큰 가운데 마요르카는 시즌 중 이강인 이적에 단호히 ‘불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바이아웃 발동이 아니라면 이적 협의 대상 선수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마요르카는 지난해 여름 이강인의 매각을 검토했지만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이 강하게 잔류를 요청해 철회했다. 1,700만 유로 바이아웃 조건은 프리미어리그 클럽이 충분히 지불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이강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도 중요하다. 이강인은 마요르카 이적을 결정하던 당시 더 높은 수준의 팀을 택할 수도 있었으나 자신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전술을 쓰는 팀, 주전으로 뛸 수 있는 팀, 감독이 자신을 원하는 팀을 기준으로 결정을 내렸다.
현재 이강인과 연결된 4개팀 중 감독이 이강인을 원하는 경우는 에메리의 빌라, 뱅상 콤파니의 번리다. 뉴캐슬은 구단 차원, 페예노르트는 디렉터 차원에서 선호하는 영입으로 알려졌다. 뉴캐슬은 1월이 아닌 여름 이적 시장 검토 대상이며,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할 경우 영입 대상 선수를 변경할 수 있다. 현재 가장 유력한 팀은 애스턴 빌라다. 하지만 빌라 역시 이강인이 현재 최우선 영입 대상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인 1월 이적 90%? 여름 이적이 더 유리하다
이강인 본인도 시즌 중 빌라 이적에 크게 끌리지 않는 모습이다. 빌라는 이강인을 당장 1옵션이 아닌 1선과 2선의 전천후 로테이션 자원이자, 차기 시즌을 위한 자원으로 보고 있다. 이강인에게 2023년은 지난해만큼이나 중요하다. 9월에 열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최상의 컨디션으로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거는 미션이 장기적으로 유럽 무대에서 활동하는 데 필요하다. 마요르카에서 안정적으로 활약하고 있는 상황에 시즌 중 이적은 이 부분에 있어서도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
라리가에서 활약은 물론 2022 카타르 월드컵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검증한 이강인은 이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 올 시즌이 끝나면 라리가의 상위권 팀들도 이강인 영입을 위해 움직일 의지를 가지고 있다. 안정적인 성장 및 리그 적응 문제 등을 고려하면 이강인에게 최고의 옵션은 라리가 내 이동이다.
챔피언스리그 및 유로파리그 진출권에 있는 레알 소시에다드, 레알 베티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비야레알 등도 1,700만 유로에 불과한 이강인의 바이아웃 금액은 부담이 크지 않다. 특히 다비드 실바의 은퇴가 임박한 레알 소시에다드는 구보와 이강인의 한일 듀오 재결합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올 여름에 되면 이강인은 더 안정적으로 차기 행선지를 택할 수 있다.
미국 매체 '스포츠 일러스트 레이티드'는 이강인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장기적 대체자로 노려야 하는 선수라고 추천하기도 했다. 시간은 이강인의 편이다. 모레토 기자의 말대로 이강인이 마요르카를 떠날 가능성은 90%다. 단, 1월이 아니라 여름일 가능성이 더 크다.
글=한준 (풋볼아시안 발행인, founder@football-a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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