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태전략 원년' 외교부 "남북관계 매몰 벗어나 가치공유 연대"
"북한의 선의에 의존하는 대북정책은 실패"…'원칙 있는 대북접근'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정부가 급변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독자적 '인도·태평양 전략' 실행 원년인 올해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연대를 더욱 강력하게 추진하기로 했다.
외교부는 11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관으로 열린 2023년 외교부 연두 업무보고에서 이런 내용 등을 골자로 하는 업무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보고에서 "올해는 우리의 국력에 부합하는 최초의 포괄적 지역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 실행의 원년"이라며 "이는 한국이 한반도·동북아라는 지정학적 틀에만 매여 있지 않겠다는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은 전날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에서 "남북관계에 매몰된 외교에서 벗어나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파트너들과의 연대를 심화해 우리 외교의 동력을 강화하고 지평을 확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첫 인도·태평양(인태) 전략을 분기점으로 한국 외교의 중심축을 한반도 문제에서 인태라는 공간으로 옮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역대 많은 정부는 북핵 등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일·러의 동북아 냉전구도를 극복하기 위한 외교정책을 폈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중 간 전략경쟁 고조,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강대국 경쟁이 전면에 부상하고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진영 대립, 보호주의가 강화되는 등 국제질서가 거대한 변화를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도 더는 한반도 문제 해결에만 주력하지 않고 인도태평양 지역을 무대로 가치를 함께하는 국가들과의 연대에 적극 뛰어들겠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규범 기반 국제질서에 대한 복합적 도전'이 심화하고 있다며 자유·민주·인권·법치 등 보편적 가치와 질서 수호 중요성이 부각되고, 민주주의 국가들이 우리에게 가치 기반 외교를 요청하고 있다고 외교 여건을 설명하기도 했다.
조현동 차관은 "미중 간의 전략경쟁,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정세의 여러 가지 변화 등을 감안할 때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연대가 굉장히 우리 외교전략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역 외교에서는 올해 인태전략 실행이 본격화된다.
특히 인태전략 일환인 한-아세안 연대구상(KASI) 이행 과정에서 규칙 기반 질서 증진을 위한 외교·국방 전략대화 활성화, 해양안보·방위산업·사이버안보 협력 확대, 역내 안보 사안 공조 등을 추진하겠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또 AP4(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푸른 태평양 동반자(Partners in the Blue Pacific) 협력 등을 통한 유사입장국들과의 연대를 공고화한다는 방침이다.
다자 무대에서도 올해 3월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미국과 공동 주최하고, 민주주의 확산을 위한 기여를 확대하며 미국·유럽연합(EU) 등과 인권 현안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겠다고 했다.
경제안보에서는 한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간 경제안보대화, 한미일 경제안보 대화체, 한·캐나다 외교·산업 2+2 고위급 경제안보대화 등 유사입장국들과 새로운 협의체를 가동한다.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반도체 공급망 회복력 작업반(Fab4) 등 새로운 협력틀을 통한 능동적 국익 추구도 거론했다. 예비회담 단계인 'Fab4'를 정부가 업무보고에서 언급한 만큼 본회담 참여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유럽 등과 과학기술 외교 양자 협력채널을 신설해 신흥·첨단기술 관련 가치·안보 정책을 공조하고 협력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는 '원칙 있는 대북접근'을 제시했다.
정부는 최근 북한이 핵·미사일 위협을 지속적으로 고조하는 것은 "북한의 선의에 의존하는 대북정책은 실패했고, 일방적 대북 유화정책은 우리의 안보를 위태롭게 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보공유·공동기획·공동실행 등 미국의 확장억제 실효성을 높이고 북한의 핵 개발을 단념시키기 위해 제재 실효성을 제고하는 방안 등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국제사회의 압도적 규탄 여론을 조성하고 신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을 추진하며, 다양한 분야의 우방국 독자제재 연대를 확대하겠다고 재확인했다.
또 그간 등한시했던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더 크고 분명한 목소리로 국제사회와 연대해 대응하겠다며 미국, EU와의 관련 양자 협의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조 차관은 "북한 지도부가 현명한 선택을 해서 담대한 구상을 바탕으로 한 비핵화 대화가 이뤄질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더 좋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가치공유국과의 연대로 한반도 문제에 대한 관리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는 "중국과의 협력은 두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설사 공유하는 가치가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이는 계속 추구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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