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할 결심이냐, 불출마냐…나경원 결단에 쏠리는 눈
당권주자들 '주판알'…출마시 김기현-안철수-나경원 3파전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내려놓기로 한 나경원 전 의원이 정치적 명운을 가를 갈림길에 섰다. 대통령실·친윤석열계가 전당대회 출마를 만류하는 가운데 결단을 앞두고 있어서다.
타의에 의해 당권 도전을 접는다면 정치인으로서 미래는 불투명해진다. 반대로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 의중)에 반하면서 출마를 강행한다면 비윤의 길을 걸어야 한다. 대통령실과 친윤계의 불출마 압박 속 정치적 퇴로도 좁아지고 있다. 이를 각오하고 당대표로 선출되면 집권여당 일인자에 오른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나 부위원장은 몸을 낮춘 채 친윤과 비윤의 길 사이에서 장고에 들어갔다. 전날 전대 출마 관련 의견 표명을 유보한 그는 이날도 가타부타 대답하지 않았다.
나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시 동작구청에서 열린 신년인사회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대 출마와 관련해 "많은 고민을 더 해보겠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의 미래에 무엇이 좋은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윤석열 정부의 성공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나 부위원장이 "대통령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사의를 표명했다"고 재차 몸을 낮추자 대통령실과의 갈등은 점차 잦아드는 분위기다. 대통령실은 전날 진실 공방이 벌어졌던 나 부위원장의 사의 표명을 하루 만에 인정했다.
다만 재가 여부는 미지수다. 윤 대통령이 나 부위원장의 사의를 반려하거나 보류할 경우 이는 사실상 전대에 나가지 말라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 반면 사표를 수리하면 나 부위원장에게 사실상 당권 도전의 길을 열어줬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나 부위원장은 사표 수리 여부에 관해 "아직 공식적 통보는 못 받았다"면서 "저는 어떤 자리에도 연연해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정책적인 논의가 대통령실과 갈등과 충돌로 비춰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는 대통령실과 갈등 구도를 형성한 이후 몸을 최대한 낮추며 로키(low key)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자칫 '비윤' '반윤'으로 낙인 찍힐 경우 정치적으로 고사하는 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친윤계에선 나 부위원장을 향해 '나경원-이준석 연대' '나경원-유승민 연대'를 거론하며 '반윤의 길'을 걸을 것이냐고 경고한다.
나 부위원장의 출마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질 수 있는 당권주자들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나 부위원장이 당대표 선거에 나서면 친윤(親尹) 후보인 김기현 의원, 안철수 의원과 함께 최소 3파전이 불가피하다. 친윤 대 비윤 간의 단일 구도가 깨지게 된다.
게다가 나 부위원장은 '국민의힘 지지층이 선호하는 당대표 후보 1위'다. 그는 지난 6일 대통령실과 갈등 구도를 형성한 이후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30.7%로 1위를 기록했다. 여론조사회사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7~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20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당대표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나 부위원장이 전격 출마를 선언할 경우 당심 1위 나 부위원장과 윤심을 앞세운 김기현 의원의 접전이 불가피하다. 김 의원은 같은 조사에서 18.8%로 2위를 기록했다. 김 의원의 지지율은 직전 조사(지난해 12월20일 발표, 8.9%) 대비 10%포인트 가까이 오르며 당권주자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에 '김장(김기현-장제원)연대'로 대세론을 구축 중인 김기현 의원의 상승세도 나 부위원장이 고려해야 할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성 친윤과 강성 비윤 사이에서 고민하는 당심이 안철수 의원에게 쏠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안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다양한 분들이 참여해 경쟁을 해서 누가 당선될지 알 수 없게 되면 많은 국민들의 관심을 모을 것"이라며 나 부위원장을 향해 "출마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나 부위원장의 결심이 유승민 전 의원의 출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친윤계 표가 분산하면서 유 전 의원으로 일부 표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유 전 의원이 전날부터 1박2일 일정으로 대구를 찾은 것도 당권 도전의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영남권 중진 의원은 "나 부위원장이 전대에 나오면 김 의원과 안 의원 표를 다 가져갈 것"이라며 "기존의 친윤 표와 함께 비주류 색깔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에 안 의원이나 비윤표도 조금 가져올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있다"라고 했다.
충청을 지역구로 둔 한 의원도 "현재로선 김기현 의원으로 친윤 주자가 압축되는 그림이지만, 나 부위원장이 출마하면 당원들이 수도권 총선 승리 등을 고려할 수 있기 때문에 결과 예측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나 부위원장이 당권 도전을 접을 경우 장기적 관점에서 정치 행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나 부위원장이 여기에서 물러나게 되면 권력 의지에 대한 의문이 확산할수 있고, 정치력 부재 논란도 일 수 있다"면서 "정치는 미래에 주안점을 두고 선택해야 한다. 부담스럽더라도 전대에 출마해서 승부수를 거는게 정치인 나경원으로선 좀더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가 전당대회 후보 등록을 다음 달 2~3일 진행하기로 한 만큼 나 부위원장도 설 연휴(21~24일) 즈음 결단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무직을 내려놓으면서 당대표 출마 선언 시기도 더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angela0204@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전처, 김병만 명의로 사망보험 20개 가입…수익자도 그녀와 양녀 딸" 충격
- 괌 원정출산 산모, 20시간 방치 홀로 사망…알선업체 "개인 질병, 우린 책임 없다"
- 격투기 선수 폰에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 수십개…경찰, 알고도 수사 안했다
- 토니안 "상상초월 돈 번 뒤 우울증…베란다 밑 보며 멋있게 죽는 방법 생각"
- 절도·폭행에 세탁실 소변 테러…곳곳 누비며 공포감 '고시원 무법자'
- 김태희, ♥비·두 딸과 성당서 포착…"꿈꾸던 화목한 가정 이뤄"
- 14만 유튜버 "군인들 밥값 대신 결제" 말하자…사장님이 내린 결정 '흐뭇'
- 박나래 "만취해 상의탈의…이시언이 이단옆차기 날려 막아"
- 최현욱, SNS '전라 노출' 사진 게시 사고…'빛삭'에도 구설
- 12억 핑크 롤스로이스에 트럭 '쾅'…범퍼 나갔는데 "그냥 가세요"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