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사색] 국민스포츠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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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란 거품과도 같다.
뜨겁게 달아오를 때는 무엇도 견줄 수 없는 절대지지가 따라오지만 대체재가 생기거나 인기의 주체가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범하기라도 하면 대중의 사랑은 언제 그랬냐는 듯 식어버리게 마련이다.
그래서 많은 연예계 스타나 스포츠 스타들이 '인기'에 취해 있다가 좌절하기도 하고, '인기'에 연연하지 않으며 오랜 기간 사랑받기도 한다.
대한민국의 인기 스포츠도 그런 시대변화에 따라 인기순위가 오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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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란 거품과도 같다. 뜨겁게 달아오를 때는 무엇도 견줄 수 없는 절대지지가 따라오지만 대체재가 생기거나 인기의 주체가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범하기라도 하면 대중의 사랑은 언제 그랬냐는 듯 식어버리게 마련이다.
그래서 많은 연예계 스타나 스포츠 스타들이 ‘인기’에 취해 있다가 좌절하기도 하고, ‘인기’에 연연하지 않으며 오랜 기간 사랑받기도 한다.
대중의 관심은 시대의 변화와도 관련이 깊다. 휴대전화가 없던 30~40년 전 고무줄놀이, 오징어게임, 말뚝박기 같은 놀이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이들의 자녀는 초등학교 때부터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벗 삼아 지냈다.
대한민국의 인기 스포츠도 그런 시대변화에 따라 인기순위가 오르내렸다. 해방 이전엔 축구나 육상 정도가 인기를 끌었다. 북한과 축구로 자웅을 겨뤘던 경평축구가 있고, 보스턴마라톤에서 우승하며 한국의 기상을 떨쳤던 서윤복 옹 같은 육상스타도 사랑을 받았다.
60~70년대엔 고교야구와 프로레슬링이 인기 스포츠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애향심, 고향이라는 뿌리에 대한 짙은 애착, 모교에 대한 애정 등은 프랜차이즈라는 개념이 생기기도 훨씬 전에 고교야구의 전성기를 형성케 했다. 장소도, 장비도 구하기 만만치 않았던 때였지만 70년대에 친구들과 아파트 주차장(당시에는 차가 별로 없었다)이나 한강둔치에서 야구를 하는 학생들을 보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군산상고, 경북고, 선린상고, 광주일고 등 당시 야구강팀 선수들은 현재 어지간한 프로선수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80년대엔 ‘국민스포츠’였던 씨름과 프로야구가 사랑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명절이면 TV에서 씨름대회 중계가 빠지지 않았고, 대회가 열리는 체육관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한국의 전통적인 종목이기도 했지만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씨름경기에 빠져들었다. 천하장사를 놓고 다투던 이만기·이준희·이봉걸 ‘트로이카’는 물론 작은 선수가 뒤집기로 거한을 넘어뜨리는 기술씨름도 팬들을 사로잡았다. 또 당시 군사정권의 정치적 이해가 반영된 프로야구가 출범한 것도 결과만 놓고 보면 성공적이었다. 고교야구 스타들이 프로라는 무대로 진출하면서 지역 연고팀들은 해당 지역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았다. 극적이었던 개막전과 한국시리즈로 인해 출범 첫해부터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90년대에는 농구대잔치와 NBA가 젊은 층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농구를 소재로 한 드라마 ‘마지막 승부’가 최고시청률을 구가했고, 애니메이션으로 최근 개봉해 30·40대의 발길을 모으는 일본 만화 ‘슬램덩크’도 90년대에 국내 팬의 큰 사랑을 받았다.
이런 스포츠들의 공통점은 관전하기도 하지만 일반인들이 취미로 인기를 모았다는 점이다. 야구가 인기였을 때는 동네마다 야구를 했고, 농구가 인기였을 때는 코트에 빈 자리가 없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게임과 휴대전화 등이 널리 보급되면서 친구들과 게임하는 모습이 더 흔해졌다. 국가대표 축구와 프로야구 등이 인기를 이어가고 있지만 지금은 대체재가 너무 많다.
이런 상황에서 10일 MG 새마을금고가 씨름단을 창단했다는 소식은 신선하면서도 놀랍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도 전통씨름 체험 기회를 늘리고, 팀과 대회도 만들어나가겠다며 지원사격을 했다. 전성기였던 80년대의 씨름 인기를 회복하기란 쉽지 않겠지만 이를 시도한 기업의 용기는 박수를 받을 만하다. 씨름의 부활에 무엇보다 필요한 지상과제는 새로운 팬층의 유입을 늘리는 것이다. ‘K-씨름’이라는 명칭은 낯설지만 수백년간 명맥을 이어왔던 강한 생명력이 다시 힘을 발휘하길 기대해본다.
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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