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 선물세트, 포장도 내용도 ‘친환경’ 바람이 분다
저탄소 한우·오가닉 와인·유기농 차 등 선봬
올해 유통 업계의 설 선물 트렌드는 ‘친환경’이다. 포장재를 친환경 소재로 바꾸는데서 한발 더 나아가, 친환경 방식으로 재배·사육한 과일과 정육 제품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명절 때마다 불거졌던 선물세트 ‘과대포장’ 논란은 온데간데 없다. 코로나19 대유행 사태를 겪으며 먹거리 안전과 환경보호에 관심이 높아진 추세를 반영한 결과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미 많은 고객이 상품을 소비하는데 있어 환경에 대한 책임감을 중시하고 있고, 이에 발맞춰 제조·유통 기업들도 고객의 요구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도안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포장’으로 승부를 걸었던 백화점 설 선물세트의 변화가 가장 눈에 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설 선물 포장재를 종이로 바꾼 ‘친환경 페이퍼 패키지’ 과일 선물세트를 선보였다. 친환경 포장재 사용 물량은 2만5천개로, 올해 설 선물용으로 준비한 전체 과일 선물세트 물량의 절반에 이른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친환경 페이퍼 패키지는 그동안 플라스틱 소재였던 완충캡을 종이로 교체했다”며 “대신 선물상자 크기를 5~10% 늘려 과일 간 거리를 넓히는 방식으로 과일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올해 설 선물세트의 85%를 친환경 포장으로 구성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100% 사탕수수로 만든 ‘햄퍼박스’다. 고객이 식품관에서 햄퍼박스를 구매한 뒤 원하는 상품을 직접 골라담는 식으로 선물세트를 만들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햄퍼박스는 100% 자연 생분해되고, 내부 충전재는 재사용 용지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친환경 보냉백을 축산·수산 선물세트 전체로 확대했다. 친환경 보냉백은 재활용한 폐페트병, 폐의류, 종이 보드 등으로 제작했다. 종이로 만든 과일 바구니도 전 점포로 확대했다.
대형마트들도 친환경 흐름에 가세했다. 이마트는 축·수산물 선물세트에 ‘스티로폼 제로’ 전략을 도입했다. 냉장 축산 선물세트 중 약 40%인 15개 품목, 수산 선물세트 중 약 20%인 7개 품목 포장재를 스티로폼이 아닌 종이 재질로 바꿨다. 보냉 기능을 위해 포장 종이 두께를 늘리고, 외부 충격에 잘 견디도록 골격을 세밀하게 짰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번 설 선물세트 판매 기간 축·수산 선물세트 스티로폼 제로 전략을 통해 약 1.5톤의 스티로폼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아이스팩 소재 역시 환경파괴가 심했던 고분자폴리머에서 물·전분으로 바꿨다. 아이스팩 포장지도 단일 재질에 분리수거가 가능한 저밀도 폴리에틸렌으로 변경했다.
포장 뿐만 아니라 내용물의 친환경을 강조하고 나섰다. 롯데백화점은 사육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을 65% 줄인 ‘저탄소 한우 선물세트’ 3종을 내놨다. 친환경 제품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재활용 소재로 만든 보냉 가방에 넣어 판매한다.
신세계백화점은 사육 과정에서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은 소고기로 만든 ‘신세계 감탄 한우 만복’을 내놨다. 소가 배출하는 메탄가스를 15% 줄일 수 있는 저메탄 사료로 키운 한우를 사용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무항생제 인증’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클린 이팅(Clean Eating) 와인’ 선물세트를 내놨다. 포도 재배는 물론 양조 과정에서도 친환경 노력을 한 제품들로 구성됐다고 강조한다. 탄소배출 0%, 동물성 재료 미사용, 오가닉 인증을 받은 와인 등으로 구성했다. 필립 부즈로, 파비아, 라포스톨, 알리 같은 브랜드 와인을 담았다.
홈쇼핑들도 설 특집전을 마련해, 프리미엄 친환경 상품을 판매한다. 롯데홈쇼핑은 ‘최유라쇼’ 설 특집전에서 ‘티바론 티세트’를 판다. 천연향료만을 사용한 독창적인 블렌딩 티와 100% 생분해성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티백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당일 수확한 유기농 민들레만 착즙해 만든 독일 ‘쉐넨베르거 민들레 착즙주스’, 무항생제·무첨가물 한우 사골을 20시간 이상 우려낸 ‘설성목장 한우곰탕’, 국내산 강원도 약콩만 사용해 전통방식 그대로 담은 된장·간장·고추장으로 구성된 ‘동트는 농가 장세트’ 등도 판매한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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