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성공” 빠르게 삼창한 나경원…왜?
나경원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의 표명과 관련해 11일 “아직 (대통령실에서) 공식적인 통보는 못 받았고, 어떤 자리에도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표 출마 의사 역시 명확히 하지 않았다. 나 전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연달아 세 번 말했다. 친윤(석열)계 의원들이 유승민 전 의원·이준석 전 대표를 거론하며 나 전 의원을 비윤으로 몰아가자 맞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지역구인 서울 동작구 동작구청에서 열리는 신년인사회장에 입장하던 중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답했다.
나 전 의원은 ‘출마 결심은 굳혔나’라는 기자들 질문에 “아직 출마, 불출마에 대해 고심 중”이라며 확답하지 않았다. 다만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빠른 시간에 세 번 반복해 말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윤석열 정부의 성공”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무엇이 중요한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또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 그리고 국민의힘의 정당민주주의, 윤석열 정부의 성공 이런 것들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친윤석열계 의원의 비판에 맞서 자신의 친윤 이미지를 지키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전당대회가 당원투표 100% 방식으로 치러지는 만큼, 비윤 이미지가 굳어지면 당선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계산 때문으로 추측된다. 반윤 메시지를 내는 유 전 의원, 이 전 대표와 차별화하는 전략으로도 보인다. 친윤을 표방하면서도 탄압받는 모양새가 된다면 친윤과 비윤에서 모두 표를 받을 수도 있다
한길리서치가 이날 발표한 정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차기 국민의힘 대표 지지도에서 나 전 의원은 30.7%로 집계돼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한참 대통령실의 집중 포화를 받던 지난 7~9일 전국 성인 102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조사 결과이다. 같은 기관의 3주 전 조사보다 8.4%포인트 상승했다.
앞서 나 전 의원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맡고 있던 지난 5일 ‘출산 시 부채 탕감’ 정책을 제안했다가 이후 대통령실의 공격을 받았다. 대통령실 수석비서관이 나서 “정부 정책 기조와 차이가 있다”며 나 전 의원을 공개 비판했다.
당 의원들도 나 전 의원을 연달아 비판했다. 당내 최대 친윤석 의원 모임인 ‘국민공감’ 소속 김정재 의원은 전날 SBS ‘주영진의 뉴스 브리핑’에서 “이런 식으로 정부(정책)와 반해 본인 정치를 하겠다는 것은 예전의 ‘유승민의 길’ 아니냐” “정부 정책에 엇박자를 내면서 자기주장을 한다는 건 이준석 전 대표 사례 때도 봤었다”고 말했다. 김영선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부위원장직) 3년 임기 중 3개월도 못 돼 다른 자리를 탐한다면 국민이 윤 대통령에 준 열망을 배신하고 영달의 자리만 탐할 뿐”이라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은 전날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대통령님께 심려를 끼쳐드렸으므로 사의를 표명합니다”라며 부위원장직 사의를 밝혔다.
앞서 언급된 한길리서치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 3.1%포인트다. 지난해 12월 정기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 3.1%포인트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한길리서치 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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