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방역보복’에 악화되는 국민감정, 한중관계 험로

2023. 1. 1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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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설명에도 이튿날 ‘단기비자 중단’
입국규제 16개 국가 중 한일에 본보기
국민감정 악화, 양국관계에 마이너스
중국이 한국 국민에게 당분간 중국행 단기비자 발급을 중단한다고 밝힌 가운데 11일 오전 서울 중구 중국비자신청서비스센터 개인고객 전용창구가 업무를 중단한 채 불이 꺼져 있다. 임세준 기자

중국이 한국 국민에 대한 단기비자 발급을 전격 중단하면서 한중 관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우리 정부가 ‘한시적인 조치’라고 설명했음에도 중국이 예고한 대로 “상응하는 조치”를 단행해 보복성 성격임을 감추지 않았다. 중국발(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반발한 중국이 ‘본보기’로 한국을 가장 먼저 지목한 후 일본에도 같은 조치를 취하면서 ‘한미일 3각 공조’에 대한 견제 성격도 내포했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지난 9일 박진 외교부 장관과 친강(秦剛) 신임 중국 외교부장이 전화통화에서 “성숙한 한중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자”고 의견을 모은 지 하루 만에 전격 단행됐다.

11일 외교부에 따르면, 친 부장은 최근 자국 내 코로나19 상황을 소개하며 “한국이 최근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 임시 제한 조치를 취한 데 대해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과학적 근거에 입각해 한시적으로 꼭 필요한 방역 조치”라고 설명하고 “우리 정부의 방역 강화 조치 이후에도 중국발 입국자 확진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조치를 완화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도 짚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한 직후인 지난해 11월 중국에서는 20·30대를 중심으로 SNS를 통해 자국 내 코로나19 봉쇄정책에 항의하는 이른바 ‘백색시위’ 운동이 확산되면서 반(反)정부시위로 이어졌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초 국내 방역 규제를 완화하기 시작했고, 1월 8일부로 3년간 걸어 잠근 국경을 재개했다. 하지만 방역 규제 완화로 중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했고, 불투명한 확진자 수에 중국발 코로나19 유입을 우려한 국제사회가 저마다 방역 규제에 나섰다. 각국이 자국 내 상황을 고려해 고유의 방역정책을 결정한 것이다.

그럼에도 주한중국대사관은 10일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위챗 계정을 통해 “중국 국내 지시에 따라 오늘부터 주한중국대사관 및 총영사관은 방문, 상업무역, 관광, 의료 및 일반 개인사정을 포함한 한국 국민의 중국 방문 단기비자 발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우리 외교부는 ‘한국의 중국에 대한 차별적인 조치’라는 중국의 주장에 대해 “중국발 입국자를 대상으로 한 방역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에 입각해서 내린 조치”라며 “이러한 입장을 외교 채널을 통해 중국 측에도 계속 전달하고 소통해왔다”고 반박했다. 중국 외교부는 “소수 국가는 과학적 사실과 자국의 감염병 발생 상황을 외면하고 여전히 중국을 겨냥해 차별적 입국 제한 조치를 고집하고 있다”며 “중국은 이에 대해 결연히 반대하고 대등한 조치를 했다”고 주장했다.

한중 양국은 수교 30주년이었던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정상회담이 개최된 이후 관계 재정립을 모색해왔지만 곳곳에서 긴장감이 역력했다. ‘가치외교’를 표방한 윤석열 정부는 한미일 3각 공조를 강화하는 한편 지난해 자체적인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고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문제 등 현안에 선명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서울 한복판에서 중국이 이른바 ‘해외 비밀경찰서’를 운영하고 있다는 의혹이 파장을 일으켰고, 중국은 지난달 우리 국회의원들의 대만 방문을 두고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발 입국 규제 조치를 단행한 16개 국가 중 한국에 이어 일본에 보복 조치를 단행한 것은 상징적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앞으로도 한중 관계가 쉽지 않을 것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메시지”라며 “더는 미국 쪽으로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계속 발표할 것이고 우리나라 의원들의 대만 방문 등 문제에 대해서도 강경한 반응을 보이겠다는 일종의 시그널”이라고 밝혔다.

한중 관계에서 가장 우려의 지점으로 꼽는 양국 국민감정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방역은 생명과 직결된 문제로 국민감정이 가장 민감한 영역이다. 우리나라의 방역 강화 조치에 중국에서는 SNS를 통해 ‘사지도, 가지도 않겠다’는 이른바 ‘노(NO) 한국’ 운동이 일어나며 반한(反韓)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었다. 반대로 인천공항 입국 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격리를 거부하고 도주한 40대 중국인이 도주 이틀 만에 검거되면서 국내 여론도 민감한 상황이다.

강 교수는 “한중 정상회담 후 좋은 흐름을 잡을 수 있는 상황에서 방역 제한 조치를 내리니 국민감정이 악화될 수 있고, 이는 한중 관계 회복에 마이너스 영향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중국 코로나 상황이 안정돼야 해소가 된다”고 조언했다. 최은지·박상현 기자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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