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민주주의’는 썩었다…국민께 선거제 개편 권한 드리자”

김종일·변문우 기자 2023. 1. 1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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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 “국민 75% 민심, 대표되지 못해”
“국회의원에게 선거법 맡기자?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격”
“尹, 운동장 넓게 써야 국정 성공…지금 민주당은 ‘기득권 정당’”

(시사저널=김종일·변문우 기자)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가 1월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최준필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는 1월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고 싶어 했다. 새로운 정치의 방향과 방법론은 국민 입장에서 생각하고 바라보려고 했다. 조 대표는 "새로운 시대는 '패거리 정치'와 '이념 정치' 대신 '소신 정치'와 '실용 정치'가 이끌어야 한다"면서 "국가를 위해 국민이 희생하는 나라가 아닌 개인 한 명 한 명이 존중받고 인정받는 정치를 만들고 싶다. 새해에는 이 의제에 집중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조 대표는 최근 정치권에서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는 선거법 개정도 기득권 세력인 국회의원이 아닌 국민이 직접 '게임의 룰'을 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원들이 선거구제 개편을 논의하는 일은 노골적인 이해관계 충돌"이라면서 국민들이 선거법 개정 논의에 직접 참여하고 숙의해 스스로 안을 만들고 이를 국회에 넘기자는 제안도 했다. 

2023년 새해 어떤 의제에 집중할 예정인가. 

"'새 정치'를 해보려고 한다. 이제 우리 정치는 'not A but B(A가 아니라 B다)' 구조로 가야 한다. 저는 구시대 정치에 대한 대안을 국민께 보여드리고 싶다. 구시대 정치는 패거리 정치, 이념정치 같은 것들이다. 새로운 시대는 패거리 정치 대신 소신 정치, 이념 정치 대신 실용 정치가 이끌어야 한다. 아울러 국가를 위한 국민의 희생보다는, 개인 한 명 한 명이 존중받고 인정받을 수 있는 정치를 만들어 보려고 한다. 저는 스스로를 '따뜻한 개인주의자'라고 생각한다."

'따뜻한 개인주의자'가 의미하는 바는.

"정치권의 적잖은 선배들은 '개인주의자'라는 표현을 이기적이고 나쁘게 보시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공동체의 중요성은 오히려 개인이 더 잘 알 수 있다. 저의 소신 정치를 도와주시겠다는 분들이 많다. 거대양당에 가지 말고 새로운 길을 가라는 주문이다. 정치는 원래 길을 만드는 것이다. 새로운 길을 내보려고 한다."

차기 총선을 앞두고 거대양당이 끌어당기는 힘이 한층 더 강해질 텐데.

"저는 지금의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거대양당이 이끄는 체제로 선거가 치러질 것 같지 않다. 양당 모두 흔들릴 것이고, 지금 구도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올 가을쯤 어떤 정국이 펼쳐질지, 어떤 에너지가 모여질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최근 정치권의 활발한 선거법 개정 움직임이 새 길을 여는 활로가 될 수도 있다. 어떤 입장인가.

"정치권 논의에는 솔직히 별 기대는 안 한다. 역사가 증명한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 이뤄진 성과가 지난 십 수 년간 특별히 없다. 이해당사자가 게임의 규칙(룰)을 만들기 때문이다.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 격이다. 권력은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나.

"물론이다. 국민들께 선거 제도 개편을 정할 권한을 넘겨 드려야 한다. 국회의원들한테는 직이 걸린 문제다. 의원들이 선거구제 개편을 논의하는 일은 노골적인 이해관계 충돌이다. 의원들에게 이 문제를 맡기면 새해 예산안을 처리했던 식의 반복이 될 게 뻔하다. 거대양당의 기득권이 제일 우선시 되는 괴물 같은 결과물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구체적으로 고려하는 안이 있나.

"국민에게 맡기는 것이다. 가칭 '국민선거제도개편위원회' 같은 것을 띄우자. 일정 기간의 숙의 과정을 통해 국민이 일정한 안을 도출하게 하자. 정개특위가 아니라 국민이 안을 도출하는 셈이다. 그렇게 국민이 정한 구체적인 안을 국회에 보내 의원들이 투표하게 하는 것이다. 국민이 제안한 안의 무게감이 어떻겠나. 상당할 것이다. 이걸 의원들이 뭉갠다? 국회는 박살 날 것이다.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가 1월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최준필

국회가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지 못할 것이란 지적인가.

"그렇다. 현재의 간접 민주주의는 썩을 만큼 썩었다. 지금 국회에서 결정되는 것들을 봐라. 거대양당의 유불리 밖에 없지 않나. 게임의 룰을 기득권이 정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국민의 75%는 '나를 대표하는 사람'이 없다. '웃픈(웃기고 슬픈)' 현실이다. 거대양당이 정치개혁안을 국민 입장에서 고려해 결정할까. 이미 언론들도 어느 정당에 유리할지 정치공학적 계산을 주로 내놓고 있다. 이러면 안 된다." 

국민 75%가 대표되지 않고 있다는 뜻은. 

"지금 지역구 선거의 투표율은 50%를 조금 넘는데, 과반을 차지하면 당선된다. 즉 지역구민의 25% 표만 얻으면 의원이 된다. 뒤집어서 보면 국민 75%는 대표되지 못하고 있다. 국민 대다수의 의사가 사표(死票)가 되는 것이다. 대표성의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 그래서 정치개혁은 필요하다. 국민 입장에서 보고, 대안도 찾아야 한다. 정치개혁의 문제의식을 국민 입장에서 보다 뾰족하게, 정확하게 해야 한다."

그래서일까. 최근 무당층이 빠르게 늘고 있다.

"무당층 급증의 의미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제3지대를 원하는 중도층이라고 해석하기 보다는 정치에 무관심해지는 유권자가 그만큼 많아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즉 정치가 국민과 그만큼 멀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들은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냉소적이거나 둘 중 하나다. 이분들은 계몽의 대상도 아니다. 시민의식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지금 정치의 잘못이다. 그래서 제도를 바꿔야 한다. 제가 이 의제를 차기 총선의 승부수로 띄워보려고 한다. 필요한 관련 플랫폼도 만들어 보려 한다. 국민에게 게임의 룰을 만드는 권리와 권한을 돌려드리겠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들이 호응하는 의제가 될 것이라고 보나.

"그렇다. 정치는 결국 방향성을 담은 깃발과 그 목표점을 보여주는 업(業)이다. 지금의 패거리 정치, 이념 정치를 끝낼 수 있는 새로운 정치적 종(種)이 탄생해야 한다. 정치의 신인류가 필요하다. 지역주의와 권위주의를 각각 타파하려 했던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지금은 이 흐름을 만들라는 게 국민의 새로운 명령이자 합의한 공감대라고 본다."

현재의 정치를 지배하고 있는 양 세력에 대한 이야기도 해보자. 윤석열 정부가 출범 7개월이 지났다. 가장 잘한 점과 부족한 점을 각각 꼽는다면.

"윤석열 정부는 작지만 강한 정부, 미국의 '레이건 정부'를 모델로 삼은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강한 법치'를 내세운다. 법치가 정치 위에 있다. 법치는 당연히 유연하면 안 된다. 예외도 있어선 안 된다. '법치가 유연하다'는 말은 '뜨거운 얼음물' 같은 형용모순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법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너무 많다. 법치의 영역을 굳건히 세우는 건 좋지만, 그것만으로는 지금 우리가 닥친 문제들을 다 해결할 수 없다. 특히 약자들에게 법치보다는 정치가 우선돼야 한다."

잘한 점은 무엇인가.

"연금·노동·교육 3대 개혁을 하겠다고 한 점이다. 공약한 3개 중에 2개만 해도 역사적 정부로 기록될 것이다. 그런데 구체적 방법론과 의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지금은 3대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하니 여론도 좋고 지지율도 올라가고 있지만, 구체적 안을 갖고 각계각층의 양보와 타결을 이끌어 내는 일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다. 3대 개혁은 거시적으로 볼 때는 멋져 보인다. 미시의 차원에서 구체적 성과를 내야 할 때는 시한폭탄이다. 다음 총선 전에 구체적 안을 내놓고 정치적 대타협의 산물을 만들어낸다면 박수를 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조언을 하나만 한다면.

"운동장을 넓게 쓰라는 것이다.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이라는 말처럼 윤석열 정부의 입지를 좁히는 것도 없다. 대통령은 물론 핵심 측근들부터 이 말을 내세우고, 쓰면 안 된다. 지금 정부에 윤 대통령과 일면식이 없는 사람은 거의 없다. 윤 대통령의 특징처럼 보이는데, 그러면 안 된다."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가 1월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준필

제1야당인 민주당은 어떻게 평가하나.

"지금의 민주당은 '기득권당'이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민주당은 달랐다. 서슬 퍼런 군부독재에 맞섰다. 철옹성 같은 지역주의 구도를 넘기 위해 싸웠다. 기득권과 싸웠다. 문재인 정부도 촛불정부를 자임했다. 촛불정부는 민주당이 아닌 국민이 만들었다. 그런데 권력은 민주당이 다 가져갔다. 그때 심상정 노동부 장관, 유승민 경제부총리를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정반대로 자기들만 권력을 독점했다. 여기에 '내로남불'이 겹쳐지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어떤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보나.

"지향하는 가치가 없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군사정권의 독재를 건너와 제도적 민주주의는 이뤄냈지만, 이후 대한민국을 어느 방향으로 이끌 것인지에 대한 지향점이 없다. 시장, 개인에 대한 고민이 너무 부족하다. 미래세대가 묻는 질문들에 대해 답을 못한다. 이들에게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차이가 있을까. 지금 이런 수준이라면 민주당은 앞으로 더 큰 문제에 봉착할 것이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어떻게 보나.

"좀 더 큰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노웅래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 저는 정치를 시작하기 전부터 체포동의안 특권에 대해 강한 반대 의견을 표시해왔다. 체포동의안은 군사독재에 맞서기 위해 생긴 것인데, 지금이 그런 상황인가. 무슨 근거와 이유로 국민은 누리지 못하는 특권을 국회의원들은 누리는 것인가. 차라리 이 제도를 이참에 없앴으면 좋겠다. 같은 맥락에서 대통령의 특별사면권 행사도 문제다. 이번 윤 대통령의 특별사면은 어땠나. 제왕적 대통령제의 전형을 보여줬다. 개헌을 한다면 이 두 가지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경제에 대한 이야기도 해보자. 올해 어려운 경제상황이 예상되는데, 이것만큼은 꼭 해야 한다는 것이나 정반대로 이것만큼은 절대 하면 안 된다 싶은 건 무엇인가.

"경제를 이념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 자본은 절대악이고 노동은 절대선인 시대는 이미 지났다. 우리 국회에서 노동 이슈에 천착하는 정치인들은 스스로를 굉장히 선한 정치인처럼 포지셔닝하는데, 이는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다. 민주노총은 더 이상 약자가 아니다. 공기업과 대기업 노조 대신, 노동자인지도 잘 드러나지 않는 플랫폼 노동자들을 더 중요하게 대해야 한다. 동시에 국회에 상정된 논쟁적 법안들도 이념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시장을 국회가 관리할 수 있다는 무식한 소리를 더 이상 해서는 안 된다. 시장은 국회보다 더 세밀하고 정밀한 시스템이다. 무식한 시장관리 정책은 해선 안 된다. 시장 관리는 시장에게 맡기고 정치는 소외된 약자, 실패한 약자들을 돌보는데 한마음이 돼야 한다."

어떤 경제 기조가 필요하다 보나.

"정부의 감세정책에 대해선 아쉬움이 있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지금 정말 필요한 것은 법인세율 1%포인트를 낮춰주는 게 아니라 규제를 푸는 것이라고 본다.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이들은 세금은 내겠다고 한다. 대신 '사업을 사업답게 좀 하게 해 달라'고 입을 모은다. 본사만큼은 한국에 있고 싶고, 공장을 지역에 추가로 세우려고 하는데 너무나 많은 규제에 부딪친다는 설명이다. 저는 감세보다 규제개혁을 통한 혁신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혁신을 위한 노동개혁도 필요하다.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고, 여기에 뒤처지고 낙오하는 이들을 국가가 '지금보다 나빠지지 않게' 보호하는 게 필요하다."

자세히 설명해 달라.

"혁신은 어떨 때는 춥고 매섭다. 혁신의 속도에 낙오된 분들을 '루저'라고 부르고 여기면 안 된다. 국가가 나서 확실히 보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분명한 것은 감세로는 혁신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금 좀 감면해준다고 기업이 혁신을 정말 할까. 오히려 지금 같은 경제 빙하기에 보수적으로 대응하기 쉽다. 혁신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사람 죽이고, 한강 오염시키는 것 외에는 다 열어주자. 정부와 정치가 혁신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오래된 프레임을 깰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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