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하이픈, 한국사 폄하까지 경솔한 언행 ‘몹쓸’ 영향력 [뮤직와치]

황혜진 2023. 1. 1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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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황혜진 기자]

보이그룹 엔하이픈(ENHYPEN) 멤버 제이(본명 박종성)가 한국사 폄하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제이는 1월 10일 팬 소통 플랫폼 위버스를 통해 진행한 생방송에서 멤버 성훈과 역사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최근 한국사 공부에 빠졌다는 성훈에게 제이는 "난 세계사. 솔직히 한국사는 학교 공부로 어느 정도 배워서"라며 "내가 역사 공부를 좋아하다 보니까 한국사는 정보량이 그렇게 많지 않다고 해야 되나"라고 말했다.

한국사의 경우 하나하나 다 기록돼 있기에 정보량이 많다는 성훈의 설명에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제이는 "그런 건 많지. 근데 뭐라고 해야 하지. 그냥 좀 몇 주 공부하거나 훑어보면 너무 빨리 끝나버린다고 해야 하나. 단편 소설 같은 느낌이야"라고 밝혔다.

이어 "다른 나라들은 정말 끝도 없다. 내가 별의별 나라들을 다 봤는데 계속 끝이 없어. 다른 나라들은 쭉쭉쭉쭉 하는데 한국은 발해 전 것이 한 번 쑥 지나갔다가 삼국시대 되고 나서 조금 있는 거지 그전에는 훅 지나간다. 내가 공부했을 때는 '생각보다 왜 이렇게 빨리 끝났지'라는 느낌을 받긴 했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거세지자 제이는 11일 위버스를 통해 "내가 한국사라는 중요한 주제에 대해 개인적인 인상만으로 너무 부주의하게 말을 했다. 부족한 지식을 가지고 함부로 이야기할 내용이 아니었다"며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볍게 보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충분히 그렇게 느끼실 수 있는 말들이었다 생각하고 내 잘못이다.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유가 어찌됐건 엔진(엔하이픈 팬덤명) 여러분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등 사과문에 부적절한 표현은 아쉬움을 남겼다.

무엇보다 황당무계한 대목은 역사를 바라보는 인식이다. 제이는 대한민국과 미국 이중국적자이지만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데뷔 전 모든 학창 시절을 한국에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 한국 역사에 무지했다는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구석기시대부터 근현대사까지, 우리나라는 역사에 정통한 이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방대한 역사를 자랑하는 국가다. 25대 왕의 일거수일투족을 상세하게 다룬 조선왕조실록만 해도 800여 권에 달하는 편년체 사서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우리나라의 모든 서사를 다루는 만큼 현재진행형 학문이기도 하다. 현 정권의 통일정책과 외교, 최근 심화되고 있는 일본의 역사왜곡, 중국의 동북공정 문제 등 역시 한국사 일부다. 발해 다음 삼국시대가 된다는, 그래서 몇 주 공부하면 끝나버린다는 오류적 발상은 제이의 편협한 역사인식을 방증한다. 단편 소설은 쉽게 쓰인다는 편견에 기반한 비유 자체도 무례하다.

역사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것은 죄가 아니다. 그러나 사실 아닌 개인적 인상을 마치 사실인양 공공연하게 이야기하는 건 다른 문제다. 엔하이픈은 2020년 데뷔 전부터 Mnet 서바이벌 '아이랜드'를 통해 전 세계 K팝 팬들의 지지를 받아 온 자칭 '글로벌 팬 메이드 그룹'이자 K팝을 이끄는 대형 기획사 하이브 산하 레이블 빌리프랩 소속으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팀이다. 한국 출신 아이돌이 자국 역사를 폄하함으로써 숱한 해외 팬들에게 한국사에 대한 그릇된 편견을 직접 심어주는 모양새라니, 유해하고 씁쓸하기 짝이 없는 영향력이다.

엔하이픈이 경솔한 언행으로 비판 받은 건 처음이 아니다. 리더 정원은 2021년 11월 단체 라이브 방송에서 수험생 팬들에게 "여기(팬미팅) 오시는 거면 수능 잘 보시지 못하시지 않았을까요?"라며 웃었다.

팬미팅 관람 예정인 팬은 시험을 잘 보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의 발언은 즉각 이슈가 됐고, 정원은 다음날 "수험생 분들의 마음을 깊이 헤아리지 못한 말에 대해 사과드리고 싶다"고 사과했다.

멤버 제이크는 지난해 8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여성들에게 담뱃불을 빌리며 길거리 헌팅을 하는 듯한 모습이 포착됐다.

이에 한 팬은 엔하이픈 위버스를 통해 "제이크 이태원 헌팅 진짜야?"라고 물었고, 제이크는 "아니에요. 믿어주시면 좋겠어요"라고 해명했다.

뉴스엔 황혜진 blos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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