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거나 부수거나, 김은숙의 ‘더 글로리’ 집의 의미 [TV와치]
[뉴스엔 이해정 기자]
※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는 서사만큼이나 매력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특히 '더 글로리' 속 집은 여느 작품처럼 적절한 편집점 역할이나 협찬받은 고급 가구를 전시하는 공간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작품의 메시지를 관통하고 주인공의 내면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핵심 요소로 기능한다.
집의 중요성을 드러낸 첫 번째 장치는 바둑이다. 학교 폭력 가해자들을 복수하기 위해 살아온 문동은(송혜교 분)은 주여정(이도현 분), 하도영(정성일 분)과 바둑으로 관계를 맺는다. 가해자 박연진(임지연 분)의 남편 하도영에게 접근하기 위해 그가 좋아하는 바둑을 배워야 했고, 이를 가르쳐줄 주여정을 선배처럼 따르며 가까워진 것.
여기에서 문동은의 복수 프로젝트가 '바둑'이라는 포석으로 시작한 이유가 나온다. 주여정은 문동은에게 바둑을 가르치면서 “바둑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집이 더 많은 사람이 이기는 싸움”이라며 “자기 집을 잘 지으면서 남의 집을 부수면서 서서히 조여 들어와야 한다. 침묵 속에서 맹렬하게”라고 설명했다. 건축가를 꿈꾸었으나 박연진으로 인해 꿈을 잃은 문동은은 “마음에 든다”며 미소를 짓는다.
건축가를 꿈꿨던 문동은, 자신의 집에 신발을 신고 들어오던 가해자들에게 아무 저항도 할 수 없던 문동은, 다 커서도 집에는 매트리스 한 장과 가해자 사진만 채워놓은 문동은이 바둑에 끌린 이유를 주여정의 대사로 단번에 납득하게 된다. 한번도 자신의 집을 꿈꿀 수 없던 문동은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야말로 가해자들의 집을 부수면서 조여 들어가는 것이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성인 문동은의 집에는 앞서 말했듯 침대 매트리스 한 장 외에는 가해자들의 사진으로 빼곡하다. 문동은에게 집이 휴식처가 아닌 거대한 바둑판에 불과하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동은은 집 옥상에서 박연진의 집을 감시하고, 다음 돌을 놓을 자리를 고민한다.
남들의 집이 비무장지대라면 문동은의 집은 더욱 철저하게 무장하고 전열을 갖추는 지휘 본부에 가깝다. 훗날 박연진이 신발을 벗지 않고 문동은의 집에 쳐들어오는 장면에서는 문동은이 집에 대해 갖는 트라우마가 더욱 선명히 드러난다. 문동은의 집이 전쟁터일 수밖에 없던 이유, 문동은이 박연진의 집을 부수고 조여 들어가고 싶어 하는 이유. 문동은의 집에는 예나 지금이나 신발을 신고 들어와 담배를 피우는 박연진의 행동이 설명해준다.
문동은의 삭막한 집을 더욱 극적으로 보여주는 데엔 박연진의 집 사랑도 한몫한다. 박연진은 남편 하도영에게 "이 집은 정원이 특히 좋아. 낮에 되게 비싸 보이고 밤엔 겁나 비싸 보여"라고 만족감을 드러낸다. 박연진에게 집은 허영과 사치를 가감 없이 전시하는 공간이다. "아무도 모르는 부자가 되고 싶다"는 소시민들의 바람을 이해할 수 없는 삶을 살아왔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그 과시욕 덕에 건너편 사는 문동은의 감시는 더욱 수월해졌지만 말이다.
반면 문동은을 위해 '칼춤 추는 망나니'가 된 주여정의 집은 문동은이나 박연진의 집과는 결이 또 다르다. 주여정의 집은 문동은 몸의 흉터가 최초로 공개되는 공간이고, 주여정이 문동은을 위해 복수를 결심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주여정의 사랑을 보여주기도 두 사람의 핏빛 동맹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를 더욱 강조하기 위한 장치로는 다시 바둑이 쓰였다. 주여정의 집 한편에 바둑판을 두고 두 사람이 번갈아가며 바둑을 두기로 한 것. 초반에는 주여정이 아무 이유도 모르고 문동은에게 바둑을 가르쳤다면 이제부턴 주여정과 문동은이 전략을 함께 고민하는 동지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함께 박연진의 집을 부수고 조여 들어가기로.
튼튼하게 지은 집처럼 '더 글로리'의 연출에는 빈틈이 없다. 바둑을 두듯이 한 문장, 한 장면을 신중하게 쌓아 올렸다는 느낌이다. 주여정의 말처럼 '더 글로리'가 시청자의 선입견과 불신을 서서히 부수면서 조여 들어오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뉴스엔 이해정 hae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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