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머스크가 테슬라에서 쫓겨나면 누가 이득을 볼까?

김범주 기자 2023. 1. 1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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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잡스, 혹은 파파존스의 파파, 어느 쪽일까

머스크는 테슬라의 리스크인가


1. "일론 머스크를 테슬라에서 내보내야 한다." 최근 미국에서 이런 주장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의 창업주이고 알파이자 오메가죠. 테슬라는 대외홍보나 광고를 거의 하지 않는데, 머스크라는 인물 자체가 혼자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거기에다가 현재 전체 지분의 13.4%를 갖고 있는 최대 주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을 내보내자는 겁니다.

문제는 주가입니다. 테슬라 주가는 1년 사이에 66% 떨어졌습니다. 금액으로 치면 6,720억 달러, 우리 돈으로 860조 원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갑자기 54조 원을 들여서 트위터를 사서는 직원들을 대거 해고하고, 돈이 더 필요하다면서 테슬라 주식을 내다 팔았습니다. 정작 새 전기차 모델은 내놓지 못하고 시장을 지배하던 모습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CEO가 딴 짓을 하는 걸로 보이니까 불만이 나오기 시작한 겁니다.

처음엔 트위터 CEO는 그만두고 본업인 테슬라에 집중하라는 주문이 나오더니, 테슬라를 떠나라는 요구로 이어졌습니다. 우리 돈으로 4조 4천억 원어치 테슬라 주식을 갖고 있는 3대 개인 주주 리오 코구안이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여름까지도 머스크 때문에 테슬라를 샀다, 테슬라는 머스크에 살고 머스크에 죽는 회사라고 전폭적인 지지를 해왔던 투자자입니다. 그런데 12월 들어서 이렇게 돌변합니다.

"일론은 테슬라를 버렸고 테슬라는 현직 CEO가 없습니다.
테슬라는 풀타임으로 일하는 현직 CEO가 필요하고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테슬라 이사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일론은 이사회의 독립적인 감독하에 그 자신의 후계자를 찾게 될 것입니다."


한 번 말문이 터지고 나니까 걷잡을 수가 없습니다.
"나한테 왜 그러냐고 왜 묻습니까.
테슬라가 중요하니까요. 일론 머스크는 그저 일꾼일 뿐입니다.
우리의 종업원이에요.
일론은 자랑스러운 아버지였습니다. 하지만 테슬라는 성인이 됐어요.
일론이 아니라, 팀 쿡 같은, 사형집행인(단호한 경영인)이 필요합니다"

뒤이어 크고 작은 투자자들이 들고일어났습니다. 주가가 괜찮을 때는 머스크의 각종 기행도 용서가 됐지만, 이제는 아니란 겁니다. 결국 새해 들어 테슬라 이사회는 중국 사업 총책임자였던 중국계 뉴질랜드인, 톰 주를 회사 2인자로 올렸습니다. 미국 공장과 북미, 유럽, 아시아 지역의 판매 운영을 총책임지는 역할을 맡긴 겁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톰 주가 머스크의 CEO 자리까지 대체할 수 있다는 기사도 이어집니다.

자, 여기서 궁금해지죠. 과연 창업자이자 최대 주주가 남의 손으로 자기 회사에서 밀려나는 일이 가능할까요?

2. 먼저 답부터 말씀드리자면, 미국에서는 가능합니다. 실제로 그런 일들이 적잖게 벌어져 왔거든요.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스티브 잡스가 자신이 만든 애플에서 쫓겨났던 일입니다.

스티브 잡스는 1976년 21살 나이에 애플을 만들고 25살이었던 1980년 상장까지 시켰습니다. 본인이 직접 경영을 하고 싶었지만, 때를 조금 더 기다리기로 합니다. 그래서 1983년 당시 최연소 펩시콜라 사장 자리에 올라 있던 44살의 존 스컬리라는 인물을 데려옵니다. "펩시가 더 맛있다"면서 눈을 감고 맛을 비교하는 마케팅을 만들어 내서 코카콜라를 궁지로 몰아넣었던 사람입니다. "설탕물이나 팔면서 남은 인생을 보내고 싶습니까? 아니면 세상을 바꿀 기회를 붙잡고 싶습니까?"라는, 잡스다운 극단적인 자극까지 더해서 스카우트에 성공을 하죠. 그리고 스티브 잡스는 그 밑에, '총괄 제품 관리자'라는 자리로 내려갑니다.

그런데 2년 뒤에 이 존 스컬리가 스티브 잡스를 쫓아냅니다. 스컬리는 회사가 당장 수익을 유지하려면 기존 모델인 애플 2를 더 팔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잡스는 본인 주도로 개발한 초고가의 매킨토시(지금 맥의 원형이죠)를 밀 때라고 믿었습니다. "나는 돈을 벌려고 하는 게 아니라 혁명적인 제품을 내놓고 싶은 거다"라고 주장하면서 말이죠. 스컬리는 돈도 돈이지만, 잡스의 변덕스럽고 포악한 성격이 회사와 직원들을 망치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이사회를 소집해서 스티브 잡스를 해임시키고 업무를 기초적인 연구에만 묶어버립니다.

당시 잡스는 여전히 회사 주식의 11%를 갖고 있는 최대 주주였습니다. 그래서 반격을 준비합니다. 스컬리를 내쫓기로 말이죠. 한 달 뒤, 임원 회의에서 스컬리에게 나가라고 요구합니다. 하지만 모든 임원들이 스컬리 편을 듭니다. 얼굴에 대고 "잡스 당신은 아직 회사를 경영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아요"라고 이야기를 하면서요. 잡스는 결국 직접 사표를 내는 굴욕적인 방식으로 회사에서 쫓겨납니다. 그때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원할 때 주주총회에 참석할 수 있게 딱 1주만 남기고는, 모든 애플 주식을 팔아 버렸습니다. 빌 게이츠가 현재 세계 4대 갑부지만, 스티브 잡스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세계 100대 부자에 못 들어간 이유가 이때 결정 때문입니다.

자, 그런데 여기서 궁금해지죠. 어떻게 최대 주주이자 창업자가 쫓겨나지, 대체 누가 그런 짓을 할 수 있는 거지, 하고 말이죠.

3. 비밀은 회사 이사회에 숨어 있습니다. 미국 상장회사 이사회는 보통 대여섯 명의 이사들로 이뤄집니다. 이사회 의장은 CEO가 아닌 다른 사람이 맡는 게 또 상례입니다. 현재 테슬라 이사회 회장도 머스크가 아닙니다. 이사들은 또 주주들에게 법적 도덕적 책임을 집니다. 다른 사람의 투자금을 대신 관리하는 역할을 맡게 된 만큼, 최대 주주나 본인의 이익이 아니라 모든 주주들 이익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겁니다. 이 의무를 어긴 걸로 평가가 나면, 나중에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경영에 실패한 인사'라는 낙인이 찍혀서 커리어가 끝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창업자라도 회사가 성장하는 데 방해가 된다면 이사회가 내쫓을 수 있는 겁니다.

유튜브에는 스티브 잡스를 내쫓는 결정을 했던 존 스컬리 본인이, 당시 상황을 되짚어 보는 영상이 있습니다. 4분 30초부터 이렇게 말을 합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f8V4XhtQ4H8 ]
"전문 경영인으로서, 주주들은 어떻게 반응할지, 애널리스트들은 어떻게 반응할지 생각해야 했습니다… 이사회 잘못이 컸어요. 제가 오기 전에 애플을 이해하고 있었고, 스티브도 알았단 말이에요. 그러면 우리가 공존할 방법을 찾아줄 거라고 믿었습니다… 저는 스티브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헤이, 이 회사 당신 거잖아. 내 거 아니야. 당신이 다시 가져갈 수 있어. 하지만 나는 그러면 경영자로 여기 있지 않을 거야. 그리고 어떤 결정도 이사회 투표 없이는 이뤄질 수 없어."라고 말이죠."

설명을 듣고 나면, 아 이런 구조이기 때문에 잡스를 내보낼 수 있었고 잡스도 결국 수용할 수밖에 없었구나 알게 됩니다.

4. 그래서 미국에선 최대 주주가 회사에서 쫓겨 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벌어집니다. 파파존스라는 피자 회사 다들 아시죠? 이 회사의 창립자, '파파' 존 슈내터는 심지어 자기 이름이 붙은 회사에서 쫓겨났습니다. 피자 상자에 붙어있던 얼굴도 지워졌습니다. 파파 없는 파파존스가 된 셈이죠.

2017년 미국에선 한창 '블랙 라이브스 매터' 운동이 벌어졌습니다. 미식축구장에서도 미국 국가가 나올 때 선수들이 무릎을 꿇어서 항의 의사를 표현했었죠. 그런데 이때 슈내터가 내부 회의에서 이 흑인 선수들을 'n' 자로 시작하는 욕을 써가면서 비난한 사실이 공개됐습니다. "우리가 NFL 스폰서인데, 이 XX들 보기 싫어서 사람들이 경기를 보지 않고, 우리 광고도 안 본다, 그래서 매출이 떨어진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회사가 위기에 빠졌고, 이사회가 나섭니다. 창립자이자 당시 이사회 의장이고, 주식 30%를 갖고 있던 슈내터를 쫓아내 버린 겁니다. 슈내터는 소송을 걸고 별의별 짓을 다 해봤지만 결국 실패했고, 이제는 주식은 거의 다 팔고 이사회에 "나 없이 잘 되나 보자" 같은 악담을 퍼붓는 방식으로 속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5. 머스크도 만약 테슬라가 더 큰 회사가 되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결론이 난다면 쫓겨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이사회가 어떤 결론을 내린 건 아닙니다. 11월에는 "머스크는 대체 불가능한 CEO다"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앞에 3대 주주의 반란에서 본 것처럼, 점점 위험 수위가 올라가는 것도 사실입니다. 현재 테슬라 이사회는 일론 머스크 본인과 동생, 또 가까운 사람들 총 8명으로 구성돼 있기는 하지만, 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날 때도 본인과 다 친한 사람들이었던 것처럼, 어떤 결론으로 이어질지 섣불리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만에 하나 머스크가 물러날 경우에 테슬라 주가는 어떻게 될까요.

애플과 파파존스의 예를 살펴보는 걸로 답을 찾아보겠습니다. 1985년 스티브 잡스가 회사를 떠난다는 발표가 난 날, 애플 주가는 거의 7%가 올랐습니다. 2018년 파파존스가 회사를 떠났을 때는 11%가 올랐죠. 만약 시장에서 머스크 대신 다른 CEO가 들어서는 것이 주주에게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리게 된다면, 테슬라 주가도 똑같이 초기에는 오를 가능성이 꽤 있습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판단이 매우 어렵습니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가 나가던 1985년 주가가 1주에 7센트였는데, 잡스가 복귀하던 1997년에도 17센트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잡스 이후에 CEO들이 더 큰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고, 결국 돌아온 잡스가 지금의 애플을 재창조해냈습니다. 이후 주가는 보시는 대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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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주 기자news4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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