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18분 급속충전’…K배터리 위상 높였다

원성열 기자 2023. 1. 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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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업계 첫 ‘CES 최고 혁신상’ 수상
SF배터리, 수명까지 두 토끼 잡아
“끊임없는 혁신으로 한계 넘을 것”
CES2023에서 ‘최고혁신상’을 수상한 SK온의 SF배터리를 방문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SK온
전기차 대중화의 열쇠는 충전에 걸리는 시간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와 1회 충전 주행 가능거리를 얼마나 늘릴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회사의 영원한 숙제다.

SK온은 많은 경쟁사들의 급속 충전 기술이 30분∼50분에 머물 때인 2018년, 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기술 개발 요청을 흔쾌히 수락하고 18분 급속충전 기술 개발에 나섰다. 전례가 없는 새로운 목표이자 어려운 도전이었다. 당시 완성차 업체들이 요청하는 급속충전 기준은 30분 수준이었고, 양산된 셀로는 급속충전이 50분이나 걸리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SK온은 이미 2년 전(2016년) 자체적으로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급속충전 기술을 개발하고 있었고 과감하게 혁신 기술 개발에 도전했다.

●첨단 소재 개발로 새로운 도약

박기수 SK온 Cell개발2 담당은 5일(현지시간) CES2023 현장에서 SF배터리를 개발한 과정에 대해 “전기차의 완성은 얼마나 더 멀리, 더 빨리 가느냐, 얼마나 더 빨리 충전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SK온은 그런 미래를 내다보고 선제적으로 기술 개발에 이미 착수한 상황이었고, 완성차 업체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고 밝혔다.

급속충전 기술의 핵심은 충전시 리튬이 삽입될 때 음극의 저항을 얼마나 낮추느냐에 있다. SK온은 저항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특수 코팅 공법과 함께 충전 속도를 올려줄 수 있는 새로운 소재를 개발했다. 또한 코팅에서 셀 저항을 발생시키는 접착제(SBR) 사용을 최소화하는 공정도 새롭게 적용했다.

이런 기술 개발에 힘입어 SK온은 18분 충전 기술을 요청한 완성차 업체와 협의체를 가동했다. 배터리를 차량에 탑재했을 때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점이 발생하는지 살펴보는 성능 및 안전성 검증을 위해서였다. SK온 관계자는 “협의체 간 긴밀한 업무 협업을 통해 주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며 “공동 연구의 원동력은 서로에 대한 신뢰였다”고 말했다.

SF배터리는 SK온의 특수 코팅 기술로 18분 만에 80%까지 충전이 가능해 현재 상용화된 배터리 중 가장 빠른 충전 속도를 갖췄다. 사진제공|SK온
●급속충전 태생적 한계 극복

SF배터리는 급속충전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했다는 점이 가장 큰 기술적인 성과다. 보통 급속충전을 하게 되면 배터리 수명이 단축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전기차의 품질보증 기준이 1000사이클이라면 일반적으로 급속충전에 대한 보증은 300사이클(일반충전 700사이클, 급속충전 300사이클)에 그친다. 하지만 SF배터리를 쓰면 급속충전만 해도 1000사이클을 모두 운행할 수 있어 ‘급속충전’과 ‘배터리 수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됐다.

이는 평소의 3배 수준으로 숱하게 실시한 기초테스트 끝에 거둔 성과였다. SK온이 자체적으로 TF를 꾸린 지는 약 3년, SF배터리 개발을 요청한 완성체 업체와 공동 연구를 시작한 지는 1년 여 만의 일이다.

2021년 SF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인 현대차 아이오닉5가 출시되자 시장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사전계약 첫날 하루 만에 1년 목표 판매량을 거의 달성했다. 또한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2022 월드카 어워즈 세계 올해의 차’에 선정되는 등 주요 상을 휩쓸며 상품성을 인정받았다.

●CES 2023 최고 혁신상 수상 SF배터리는 독자적인 기록으로 다시 한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인 CES 2023에서 국내 업계 최초로 ‘최고 혁신상’(내장기술 분야)을 받으면서다. 5∼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관람객들은 SF배터리에 큰 관심을 보이며 SK온의 기술력에 대해 찬사를 보냈다.

미국 자동차부품 회사에 근무한다는 무타즈 시쿠카니씨는 “18분 만에 80퍼센트까지 충전된다는 점이 매우 놀랍다”라며 “SK온이 대단한 기술을 개발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에 거주하는 아리엘 와그너씨는 “배터리 디자인도 매끄럽고 충전속도도 대단하다. 전기차를 사게 된다면 이처럼 급속충전 배터리가 장착된 차를 사고 싶다”라고 말했다.

SK온은 이제 ‘10분 급속충전’을 목표로 또 다른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SK온 관계자는 “업계 최초 CES 최고혁신상 수상은 기쁜 일이지만, 그보다 더 성능이 좋은 배터리 개발에 대한 부담감도 커졌다”라며 “끊임없는 혁신으로 K배터리의 위상을 높이겠다”라고 말했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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