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한 올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이 가능하다고?

서애리 2023. 1. 1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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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발표한 자폐 스펙트럼 장애 유병률은 54명당 1명이다.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닌 만큼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더 이상 낯선 질환이 아닌 흔한 질환이 됐다. 국내 유병률은 약 2% 내외지만 매년 증가 추세를 나타낼 정도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조기에 그 신호를 발견한다면, 빠른 치료로 사회성을 발달시킬 수 있다. 그렇기에 조기진단이 중요하다. 최근 임상 저널(Journal of Clinical Medicine)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머리카락 한 올로 조기진단이 가능한 검사법이 고안됐다.

머리카락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이 가능한 검사법이 고안됐다ㅣ출처: 게티 이미지뱅크

◆자폐 스펙트럼 장애◆
자폐 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 ASD)는 사회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에 지속해 결함을 보이면서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 흥미, 활동을 보이는 발달 장애를 말한다. 변화를 극도로 싫어하고 시각·청각·촉각과 같은 감각 정보에 대해 과잉·과소 반응을 하는 행동 특징이 있다. 물론 이러한 특징은 모든 사람에게 조금씩 나타날 수 있으나,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는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심하고 사회적 의사소통과 상호작용 결함이 함께 나타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 조기 진단이 중요한 이유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는 출생 당시 유전적 결함이나 뇌 기능 손상과 같은 신경생물학적 소인을 가진 신경 발달장애이기 때문에 생후 이른 시기에 선별할 수 있으며, 최근에는 생후 1년에도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기 진단은 조기 개입으로 이어지며, 개입이 빠를수록 아동의 이후 언어, 정서, 행동 및 학업 발달까지도 예후가 더 좋다고 보고됐다. 이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아동의 적응 발달뿐 아니라 가족의 복지에도 영향을 미쳐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의사 정광모 원장(서울탑정신건강의학과의원)은 "발달 전반에 문제를 지닌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은 포괄적이고, 다각적이며 다학적인 접근 방법으로 다가가야 하며, 가능한 빨리 발견해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조기 진단은 쉽지 않다. 2017년 국립특수교육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부모 등이 자폐증 증상을 인지한 지 3년이 지난 뒤에야 의사의 진단을 받는 경우가 전체의 3분의 1이 넘을 만큼 조치가 늦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 내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의 평균 연령은 4세 4개월이라고 밝혔다. 아무리 빨리 진단해야 4~5세, 평균 6세 무렵에야 진단받는다. 이론적으로는 생후 14개월 이후 자폐 진단이 가능하다고 알려졌지만, 전문의가 사회성, 언어, 반복 행동 등을 진단해야 하므로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후로 자폐 확정을 받을 확률이 높다.

명확하지 않은 원인과 다양한 증상으로 조기 진단 어려워
자폐 스펙트럼 장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진단평가 도구인 ADOS-2(Autism Diagnostic Observation Schedule-2)와 ADI-R(Autism Diagnostic Interview-Revised)을 활용해 진단한다.
ADOS-2는 아이와 직접 놀아주며 여러 가지 상황에서 아이의 상호작용과 의사소통 방식을 관찰해 자폐 성향을 얼마나 보이는지 평가하는 도구이며, ADI-R은 부모와 심층적인 면담을 통해 아이의 현재 모습뿐 아니라 어렸을 때 모습부터 자폐 성향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있는지 평가하는 검사다. 최종 진단은 두 검사를 상호 보완적으로 사용해 내린다.

그러나 이와 같은 진단은 언어 발달 지연과 지적 장애, ADHD 등 다른 발달 장애와 같이 나타나거나, 증상이 겹치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진단이 쉽지 않다. 또한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없어 아동의 발달 이력과 행동에 의존하여 진단하는 등의 어려움이 있었다. 그렇기에 평생의 증상을 완화하는 데 매우 중요한 조기 진단 역시 쉽지 않았다. 이에 명확한 원인 파악과 조기진단을 위한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머리카락 한 가닥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 가능
미국 마운트 시나이 의대(Mount Sinai School of Medicine) 크리스틴 오스틴(Christine Austin) 교수 연구팀이 최근 머리카락 한 가닥을 스캔해 조기에 자폐 스펙트럼 위험 지표를 확인할 방법을 제시했다. 정확도가 무려 81%에 다다른다.
연구팀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 환자 머리카락에 납, 카드뮴, 비소, 아연, 구리 등 금속 원소가 높은 수치로 발견된다는 이전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미국, 스웨덴 등에서 수백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머리카락을 수집해 레이저로 금속 원소 수 데이터를 모아 패턴을 분석했다. 이후 연구팀은 생후 1개월 된 일본 어린이 220명의 머리카락을 채취해 수집한 데이터와 패턴으로 검사를 진행했다. 이후 어린이들이 만 4세가 되었을 때, 임상 진단과 머리카락을 분석해 얻은 결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어린이를 식별한 확률은 96.4%에 달했으며,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지지 않은 어린이를 식별한 확률은 75.4%를 나타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 식별 정확도가 81%에 이른 것이다.

이번 연구를 통해 약 1cm 머리카락으로도 자폐 스펙트럼 장애 유무를 식별할 방법이 생긴 것이며, 이를 통해 조기 진단 및 조기 치료의 가능성이 열렸다. 지금까지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생물학적 검사 방법은 없었다는 점에서도 본 연구에 대한 기대는 상당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도 이번에 고안된 연구를 '획기적인 장치'라고 명명하며 임상에서 빠르게 이용할 수 있도록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완치는 어렵지만 조기 치료로 문제 증상 호전 가능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을 받으면 부모는 실망하고 걱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다양한 양상(반복적 행위, 언어장애, 충동적 행위, 지적장애 등)을 빠르게 이해하고 조기 치료를 시작하면 호전의 여지는 분명 있다.
한국자폐학회가 2022년 게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치료 개입 시기가 빠를수록 치료 효과가 크고, 치료도 장기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 3세 이후에 진단되어 중재 받은 아동들은 대체로 뇌 발달에 이득을 얻지 못했고, 아동의 부모도 자녀에 대한 염려로 스트레스가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므로 언어나 지적 능력과 상관없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반복적인 행동을 보일 때 병원을 방문해 진단해보는 것이 좋다.

한편,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완치할 치료법은 없으나 문제 행동을 치료하고 사회적 기술을 훈련하는 방법으로 나아질 수는 있다. 좋아하는 물건을 이용해 문제 행동을 하지 않도록 가르친 다음, 어느 정도 호전이 되면 배려하는 법‧규칙을 지키는 법 등 사회적 반응을 하는 훈련을 한다. 상황에 따라 약물 치료를 병행할 수도 있다.
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의사 정광모 원장(서울탑정신건강의학과의원)은 "진단을 바탕으로 언어발달 촉진을 위한 언어치료, 상호작용 증진을 위한 놀이 치료나 치료 놀이, 감각적 불균형 해소를 위한 감각통합치료, 응용 행동 분석(ABA) 등을 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정광모 원장 (서울탑정신건강의학과의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애리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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