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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사 2023. 1. 1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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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뒤 라인을 따라 이야기를 모았다. 라인에도 여러 이야기가 들어 있다.

Volvo S90

요즘 자동차가 비슷하게 생겼다는 생각이 든다면 반은 맞다. 그렇게 된 이유는 자동차의 목표가 비슷해졌기 때문이다. 더 편안한 주행 질감. 더 넓은 공간. 더 좋아지는 연료 효율. 더 조용한 실내. 이 모든 요구사항에 연관된 지표가 있다. 공기저항계수다. 움직이는 물체가 공기의 저항을 받는 정도를 숫자로 표현한 것이다. 공기저항계수가 낮을수록 연비가 좋아지고 차내에 흘러드는 소음이 줄어든다. 이 숫자를 줄이는 게 요즘 모든 자동차 회사의 목표다. 고효율과 높은 연비와 주행 편의성은 어디서나 중요하니까.

볼보의 세단 S90이 날렵한 뒷모습을 갖게 된 것도 시대의 흐름 때문이다. 공기저항계수는 Cd를 붙여 표기하는데, 보통 세단의 공기저항계수가 Cd 0.30 이하면 낮다고 한다. S90의 공기저항계수는 Cd 0.27. 공기저항계수를 0.01만 줄여도 차 무게 40kg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하니 이 수치는 작은 게 아니다. 이만큼 공기저항계수가 낮으니, 볼보 S90의 뒷부분 곡선은 공기저항계수 감소에 신경 쓴 흔적이다. 트렁크 리드 윗부분을 만두 끝처럼 살짝 접어 올린 것도 공기저항과 관련이 있다. 리어 스포일러 같은 역할을 해 주행 안정성에 도움을 준다.

Audi e-tron GT

전기차 시대가 오며 글로벌 자동차 회사에서 만드는 차들의 실루엣이 갈수록 비슷해지고 있다. 전기차 시대에는 공기저항계수가 더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지금 전기차의 큰 고민 중 하나는 항속거리다. 배터리와 충전 기술이 혁명적으로 발전하기 전까지는 어떻게든 현재 공학 기술 안에서 항속거리 관련 효율을 높여야 한다. 그래서 전기차 업계들이 더 날렵한 차체를 만들고 사이드미러를 없애는 등의 노력을 하는 것이다. 아우디의 신형 전기자동차 e-트론 GT 역시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는 전기차 중 하나다.

아우디 e-트론 GT의 공기저항계수는 Cd 0.24에 불과하다. 양산차 중에서도 상당히 낮은 편에 속한다. 낮은 공기저항계수를 증명하듯 지붕 뒤편에서부터 차의 실루엣이 기울어지며 비스듬한 유리와 일자로 이어지는 모습을 이룬다. e-트론 GT는 고성능 차이므로 여기서 한 번 더 머리를 써야 한다. 자동차의 움직임이 빨라지면 리어 스포일러를 잘 써서 공기의 힘을 이용해 차체 뒤를 눌러줘야 할 때도 있다. 그래서 아우디 e-트론 GT는 가변식 스포일러를 도입했다. 트렁크 쪽 아우디 로고 위에 있는 스포일러는 속도가 높아지면 자동으로 솟아올라 차량 거동 안정성을 높인다.

BMW M240i

머리카락 상태로 건강 상태를 예측하고 미감을 가늠하듯 자동차의 뒷부분 반만 봐도 그 자동차가 가진 여러 특징을 유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저 차는 생김새만 봐도 성능이 높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휠에 빈틈이 많고 브레이크패드가 크기 때문이다. 브레이크패드가 크다는 건 브레이크 성능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휠에 빈틈이 많다는 건 브레이크가 발생시키는 높은 열을 식히기 쉽다는 뜻이다. 저렇게 성능 좋은 브레이크를 탑재한 차라면 달리기 성능도 보통 좋은 게 아닐 것이다. 사실이다. 저 차는 BMW M240i. 이제는 점점 보기 힘들어질 내연기관 시대의 고성능 모델이다.

M240i의 뒷모습과 옆모습은 이 차가 공기를 어떻게든 흘려보내며 좋은 성능을 내려 노력하는 차임을 보여주는 증거다. 오늘의 다른 차들처럼 M240i의 트렁크 위쪽 끝도 하늘을 위해 조금 솟아 있다. 꺾여 올라간 리어 스포일러가 공기의 힘을 받아 뒷바퀴를 눌러주는 역할을 한다. 뒷문이 없는 쿠페이니 문이 많은 차들에 비해 더 강성이 높을 테고, 그만큼 운전자가 더 안심하고 코너에 차를 던지듯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형태가 기능을 반영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고, M240i도 마찬가지다.

McLaren GT

지금까지 말했듯 요즘은 보통 사람이 타는 세단의 공기저항계수도 Cd 0.30 이하가 많다. 반면 오히려 아주 성능이 높은 차들은 공기저항계수가 높지 않은 경우가 있다. 이런 차들은 출력이 높아서 오히려 공기를 이용해 차의 뒤를 눌러줘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맥라렌 GT 역시 땅 위에서 미끄러질 듯한 뒷모습을 가졌음에도 공기저항계수는 0.30을 넘는다. 높은 공기저항계수가 오히려 이 차의 폭발적인 성능을 증명한다. 맥라렌 GT의 최고속도는 326km에 달하며 시속 200km로 달릴 때도 127m를 더 가야 제동할 수 있다. 누구든 도로에서 이렇게 달리지 않길 바라게 되는 성능이다.

맥라렌 GT 의 뒷모습에서도 여러 지표가 보인다. 모두 고성능 차량의 성능 지표다. 우선 배기구 지름이 엄청나게 크다. 어른 주먹이 들어갈 정도다. 620마력 출력을 내는 V8 4.0 터보 엔진의 출력을 빼내다 보니 배기구가 커졌다. ‘그랜드 투어러’의 약자인 GT카의 성격답게 이 차는 고성능 스포츠카의 모습을 갖췄는데도 트렁크가 크다. 185cm 스키와 부츠, 골프백도 실린다. 이 성능과 화려한 뒷모습, 고작 2인용 차에 골프백까지 실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이 차의 대단한 가격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된다. 어차피 이 차 가격을 대단치 않게 여길 사람들이 이런 차를 살 것이다.

Editor : 박찬용 | Photography : 박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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