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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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뜬금없는 얘기지만 살아가는 건 나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이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냐만은 사람은 결국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곳으로 떠나기 마련이다. 본능과도 같다. 그래서 나는 이끌리듯 여행을 떠난다. 낯선 곳에 나를 몰아넣고 나를 관찰한다. 이 익숙한 서울이라는 곳에선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보기 어렵다. 낯선 곳에 있을 때 비로소 낯선 내 모습을 발견한다. 살면서 해온 수많은 내 선택이 하나하나 실마리가 풀린다.
여행을 가면 혼자가 된다. 낯선 도시, 낯선 사람, 낯선 언어. 그 속에서 누구 하나 내게 반갑게 인사해주는 이 없다. 하지만 그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는 자유의 상태다. 서울에서 느끼기 어려운 그 느낌이 꽤나 좋다. 그 묘한 느낌이 좋아 여행을 떠나는 건지도 모른다.
여행을 가면 예상치 못한 상황과 마주하게 되는데,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새벽녘에 공항에 떨어져 숙소를 찾아가야 하는데 갑자기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을 때 혹은 누군가가 내게 이유 없이 과한 친절을 베풀 때, 끼니를 때우는 일도 모두 즉흥적이다. 그 과정에서 나는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대체로 찌질하고 미성숙한 내 모습을 발견한다.
그 과정을 통해 ‘주제 파악’이라는 걸 하게 됐다. 그런 내 모습과 마주할 때마다 자존감이 떨어지기도 했는데, 결국 나이를 먹으면서(그리고 요가를 시작하면서) 나를 받아들이게 됐다. 요가를 할 때면 비루하기 그지없는 내 몸뚱이와 마주하기를 하루에도 열댓 번이다. 결국 비루한 나를 받아들이게 된다. 주제 파악을 하면 삶이 조금 편안해진다. 대부분 인간은 자신이 가진 능력에 비해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면서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주제 파악을 하기 시작하면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된다. 이 얼마나 엄청난 일인가.
그렇게 인생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연예인이 누구랑 사귀고 헤어지고, 어디를 성형수술 했는지도 엄청나게 궁금하지만 그 못지않게 나는 내가 궁금하다. 세상을 좀 더 편하게 살고 싶어서다. 그래서 여행을 그리도 떠났었는지도 모른다.
원점으로 돌아가서, 새해 다짐은 이렇다. 찌질한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모습 그대를 사랑해주는 것이다. 돈? 다이어트? 영어 공부? 20·30대 때의 새해 소망은 늘 그러했다. 새해 소망이 영어 공부라니, 엄청나지 않나! 그런데 주제 파악을 해보니 언감생심 영어 공부보다 인생 공부가 절실했고, 다이어트보다 맛집에 눈먼 인간이 나라는 걸 알았다. 이런 찌질한 나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겠노라. 그렇게 찬란한 2023년이 시작됐다.
에디터 : 하은정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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