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만의 정규음반' 별 "20대의 저를 위로하고 싶어요"

이재훈 기자 2023. 1. 11. 08: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사내용 요약
오늘 정규 6집 '스타트레일' 발매…데뷔 20주년 기념
2002년 10월 '12월32일'로 데뷔…JYP서 '기상청 남매'로 주목

[서울=뉴시스] 별. 2023.01.11. (사진 = 콴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노래는 체험이다.

가수 별(40·김고은)이 11일 오후 6시 발매하는 정규 6집 '스타트레일(Startrail)'로 증명하는 사실이다. 열아홉 살이던 2002년 10월 '12월32일'로 데뷔한 별은 당시 JYP엔터테인먼트에서 비·노을과 함께 '기상청 남매'로 불리며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그런데 어느덧 세 아이의 엄마이자 불혹이 됐고 지난해 데뷔 20주년을 보냈다. 작년엔 막내딸 송이가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희소병 길랑-바레 증후군을 앓다가 완치 판정을 받는 등 우여곡절의 삶도 동시에 살아왔다.

타이틀곡 '오후'(브라운 아이드 소울 영준·전홍준 작사·작곡), 서브 타이틀곡 '유어(You're)'(박희수 작사·작곡) 등 1000곡 중 엄선한 10곡이 실린 이번 음반엔 이런 삶이 자연스럽게 녹아져 있다.

'별의 궤적'이라는 음반 제목의 뜻처럼 별이 그려온 지난 20년 궤적의 체험,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그려보는 미래가 풍성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수험생 때 공부한 거 생각나요", "남자친구랑 헤어지고 차에서 엉엉 울었던 거 생각나요" 등 그녀의 노래를 듣고 쏟아내는 대중의 추억과 인생이 결코 우연이 아닌 이유다.

최근 홍대에서 만난 별은 "지금도 고군분투하면서 살고 있지만 그래도 동생들과 후배들에게 메시지나 위로를 건넬 수 있는 연차와 연배가 됐으니, 도전이 되고 위로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녀와 나눈 일문일답.

-무려 14년 만의 정규 음반입니다.

"요즘 정규 낸다는 게 무모한 짓 아니냐는 얘기를 들을 정도인데요. 제 가수 활동 20년 중 앞의 10년인 20대 때엔 정말 많은 활동을 했고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30대부터 10년은 노래를 아주 안 한 게 아니지만 육아랑 가정에 충실한 상황 때문에 음악 활동이 저조했잖아요. 20주년 가수 명함을 내밀기에 면목이 안 서고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커요. 그래서 20주년을 기념한다고 했을 때 싱글은 성에 안 찼죠. 그래서 회사에 '조심스럽게 정규를 하고 싶다. (제작비는) 어떻게든 메워주겠다. 한번만 도와달라'고 이야기했어요. 하하. 오랜 시간 곡 수집부터 녹음하는 기간 동안 쉽지가 않있는데 끝내놓고 나니까 팬들에게 당당하게 '이런 앨범을 만들었습니다'라고 보여드릴 수 있게 돼 너무 뿌듯해요. 스스로에게 정말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고,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언제부터 준비한 음반입니까?

[서울=뉴시스] 별. 2023.01.11. (사진 = 콴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작년 10월 발매하는 것을 목표로 1년 반 정도 전부터 곡 수집을 했어요. 전 500~600곡 받았다고 기억하는데 1000곡이상이 됐다고 하더라고요. 그 중 엄선해서 리스트업을 한 만큼 자신 있는 앨범이 된 거 같아요."

-앨범 작업 종 막내딸 송이가 아파서 걱정도 많았을 거 같아요.

"녹음을 하던 중에 아이가 갑자기 아팠어요. 앓고 지나가는 병이면 그나마 괜찮았을 텐데 알려진대로 희귀한 병이었고, 앞날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었어요. 당연히 앨범 작업 자체가 올 스톱이 됐죠. 그래서 원래 발매를 예정했던 작년 10월은 못 맞추는 게 당연한 거고 올해 1월 발매도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이는 감사하게도 기적적으로 나았어요. 아팠던 게 꿈인지 나은 게 꿈인지 모를만큼 너무 감사했죠. 그래서 다시 앨범 작업을 시작하게 됐고 그 만큼 더 바쁘게 준비를 했습니다."

-이번 앨범을 만드실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긴 부분은 무엇입니까?

"(별하면 떠올릴 수 있는) 발라드로만 채워진 앨범은 아니에요. 가장 발라드 같은 곡이 '오후'이고 팝스럽거나 리드미컬하거나 그루브가 있는 곡도 있죠. 가사적인 부분에서도 제 나이와 깊게 말할 수 있는 것 등 다양해졌죠. 무엇보다 어느 트랙 하나 스킵하지 않고 듣고 싶은 10곡으로 채우고 싶었어요. 타이틀도 미리 정해 놓은 게 아니었어요. 마지막까지 치열했는데 '오후'가 '그렇지 이게 별이지'라는 반가움을 안겨드릴 수 있는 곡이었던 거 같아요. 남편(래퍼 겸 방송인 하하)의 원픽이기도 했어요. 대중가수는 항상 내가 하고 싶은 음악과 사람들이 좋아하고 기다리는 음악 사이에서 밸런스를 잘 맞추는 게 숙제죠."

-수록곡 중에 가장 안 해 본 장르가 무엇인가요?

"그게 제가 쓴 '이런 밤'이에요. 너무 좋아해 너무 불러보고 싶은 장르인데 아무도 안 주시길래 제가 썼어요. '별이 앨범 냅니다. 곡 좀 주세요'라고 부탁드리면 슬프거나 서정적인 발라드를 많아 주세요. 저 힙합도 좋아하고 발라드만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이런 밤'은 '이지 리스닝'의 곡이에요. 발라드는 빌드업이 있고 기승전결이 있고 드라마틱하잖아요. 그런 게 없어도 흥얼거릴 수 있고 듣기 편안하고 가사가 잘 들리는 노래를 오래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노래를 잘 부른다는 건 노래 안 이야기를 잘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높은 음이 잘 올라가고 잘 꺾는 건 노래를 전달하는 기술 중 하나일 뿐이지요. 이번에 녹음을 정말 쥐 잡듯이 했어요. 하루에 12시간씩 하니까 엔지니어 친구가 질릴 대로 질려했어요. 완벽한 전달를 하고 싶어서 디테일하게 녹음을 했습니다."

-그럼 앞으로는 어떤 장르를 불러보고 싶나요?

[서울=뉴시스] 별. 2023.01.11. (사진 = 콴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발라드 가수는 다른 장르보다 이미지적으로 더 굳어지는 게 있어요. 이번 앨범을 통해 다른 장르도 잘 할 수 있다는 설득력을 부여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갑자기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면 팬들이 서운해하고 속상하실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정규가 감사해요. 여러가지 형태로 기다리는 마음들을 다 채워줄 수 있으니까요. 어릴 때 고정된 이미지로 답답한 게 있었어요. 어리고 여리여리한 이미지요. 사실 전 여리여리하지 않거든요. (결혼한 가수들이 걸그룹 마마돌을 결성한 프로그램인) '엄마는 아이돌'은 저에 대해 환기를 시켜줄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도전했어요. 이후에 제가 떠들고 몸을 흔들어도 그러려니 하시는 거 같아요. 힙합을 좋아한다고 해도 이제는 이해해주시는 거 같고요. 하하. 나름 대로 큰 그림을 갖고 노력을 해왔어요."

-직접 가사를 붙인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 대해 노래한 '나이'(015B 정석원 작곡)는 예전이면 쓰지 못했을 노래 같아요.

"데뷔 20주년이 되고 결혼한 지 10년이 되면서 저를 돌아보게 됐어요. 지금이 아니면 표현할 수 없는 노래죠. '나는 어디에 있을까' '거울 속 저 여잔 누굴까'라는 생각도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내가 빛나고 아름다워 보일 수 있는 건 저를 보고 웃어주는 예쁜 제 아이와 지금 제 곁에 있는 사람, 남편 덕분이죠. '다시 태어나도 이 삶을 선택하겠어', '너를 만나는 것이 선물이었다는 걸'이라는 가사가 있는데 남편에게 보내는 러브레터처럼 됐어요. 남편은 수줍어하더라고요. 하하."

-'이 삶을 선택하겠어'라고 얘기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을 거 같아요.

"사실은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태어나서 겪은 수많은 일들 중에 가장 어려운 일 같아요. 열심히 하면 대부분 잘할 수 있게 되는데 아이를 키우는 일은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안 되는 영역이거든요. 엄마가 돼서 처음 맛보는 자괴감이 많이 있었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잘 자라줬고 노래 가사처럼 힘들어하는 순간에도 날 보고 웃어주고…. 제가 잘 하려고만 해서 더 힘들었던 것 같기도 해요."

-직접 작사·작곡하신 '그때의 난'은 힘든 시간을 홀로 견뎌온 20대의 별 씨에게 위로를 건네는 편지같은 곡이라고 하셨는데, 20대 때 중요했단 거랑 지금 중요한 거랑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제가 막 데뷔를 하고 난 뒤 아버지가 아프셔셔 20대가 힘들었어요. 비틀거리거나 방황하거나 주저앉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저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많이 했죠. 그래서 '그때의 난' 같은 곡을 썼어요. 20대엔 저 같은 상황이 아니더라도 질풍노도의 시기일 수 있죠. 저보다 인생을 먼저 산 선배들에게 위로를 받고 가르침도 받거나 할 수 있는 나이인데 그렇게 못했어요. 혼자 잘난 줄 알고, 어른인 줄 알고 버텼는데 나이가 이렇게 되고 나서 그 때 제가 가엾더라고요. 위로 받았어도 됐고 기대어도 됐고 힘든 거 이야기해도 괜찮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그 때의 제가 딱하기도 하고 스스로에게 미안하기도 했어요. 그 때의 저를 위로하고 싶어서 쓴 곡이에요. 견디는 것만 멋있고 어른스러운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지금의 저도 고군분투하면서 살고 있지만 그래도 동생들과 후배들에게 메시지나 위로를 건넬 수 있는 연차와 연배가 됐으니 도전이 되고 위로를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최근 '킬링보이스'에도 출연하셨는데 과거의 곡을 불러본 소감은 어땠나요?

[서울=뉴시스] 별. 2023.01.11. (사진 = 콴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다시 열심히 해봐야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앨범을 준비하면서 음원 사이트에 팬들이 달아주신 리뷰나 댓글을 봤거든요. 예전에 발매한 앨범에 최근 댓글이 달려 있는 걸 보고 '나를 잊지 않으신 분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험생 때 공부한 거 생각나요", "남자친구랑 헤어지고 차에서 엉엉 울었던 거 생각나요" 같은 글들이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제 노래가 누군가의 인생에 한 부분이 됐구나라는 생각에요. '킬링 보이스' 댓글에도 그런 댓글이 많아 감동을 받았어요."

-데뷔곡 12월32일은 어떤 의미가 있는 곡인가요?

"감사한 곡이죠. 이 곡을 만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도 들고, 도움도 많이 받았죠. 그런데 그 이상의 것들을 보여주고 확장시켜 나아가는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랐어요. 많은 분들이 제가 고등학교 때 데뷔한 지 아시는데 그 때 나이가 스무살이었어요. 어린 나이였지만 성인이었죠. 그런데 4집 때까지도 컴백할 때마다 '성숙한 여인이 돼서 돌아온 별'이라는 수식이 붙었어요. 어리고 소녀 이미지가 강하니까요. 제가 옷을 성숙하게 입거나 화장이 진하면 당시 소속사에 팬분들이 싫다고 전화를 걸기도 하셨어요. 근데 저는 나이를 먹잖아요. 그 때를 생각하면 수줍기도 해요."

-매년 별 씨에게만 12월32일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신가요?

"하루가 더 주어지면 정말 감사할 거 같아요. 제겐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누구보다 시간을 쪼개 아껴 쓰는 사람이라서요. 하루가 더 생기고 저를 위해 쓸 수 있다면 호캉스를 하고 싶어요. 남편에게도 이번 앨범 활동이 끝나면 호텔에서 하루만 1박 하겠다고 했어요. 침대에 누워서 제가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밥도 먹고 싶을 때 먹고요. 하하."

-이번 음반이 가수로서 제2의 도약이 될 거 같은데 앞으로 가수로서 어떤 커리어를 쌓아가고 싶으신가요?

"오래 오래 하고 싶어요. 동시대를 살아온 분들만 설득할 수 있는 가수가 아니라 어떤 연령대의 분들이 들어도 '목소리가 듣기 좋고 하는 이야기가 좋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나훈아 선배님, 인순이 선배님, 이문세 선배님처럼요. 특히 길을 닦아서 여가수의 생명력이 짧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정말 열심히 하고 싶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