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의 날개 달고 과감해진 퓨전 사극…"판타지야? 사극이야?"

오명언 2023. 1. 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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핍박받던 조선 시대 과부가 시댁과 연을 끊고 여의로 거듭나고, 왕에게 술을 강권하는 당돌한 지밀나인이 왕의 마음을 녹인다.

최근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댄 퓨전 사극들이 줄줄이 시청자들을 찾고 있다.

11일 처음 방송되는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 시즌2도 조선 시대에 정신과 의사가 존재한다는 허구의 설정을 가미한 퓨전 사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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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혼령'·'유세풍2' 등 줄줄이 방송…역사 새로 쓰는 방식으로 진화
퓨전 사극 '슈룹'·'금혼령'·'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2' [각 방송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김우진 인턴기자 = 핍박받던 조선 시대 과부가 시댁과 연을 끊고 여의로 거듭나고, 왕에게 술을 강권하는 당돌한 지밀나인이 왕의 마음을 녹인다.

최근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댄 퓨전 사극들이 줄줄이 시청자들을 찾고 있다.

지난달 9일부터 방송 중인 MBC 드라마 '금혼령'은 장르를 따지자면 오히려 판타지에 가깝다.

시작부터 평행우주 세계관을 펼쳐내며, 이 드라마는 우리가 아는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고 강조한다.

멀티버스(다중우주론) 설정을 입혀 고증의 부담을 덜어낸 '금혼령'은 자유롭게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왕 앞에 끌려간 사기꾼 소랑(박주현 분)은 빙의된 척하면서 유명한 팝송 '헤이마마' 춤을 추고, 궁녀(경리)는 서슴없이 왕에게 다가가 의복을 벗긴다.

대사도 사극에서 흔히 쓰이는 하오체로 제한하지 않고, 현대적인 느낌을 더했다. 소랑은 "그거 다 마시면 우리 사귀는 거다?", "당신의 목에 쥐어지는 합격 목걸이" 등의 대사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친근하고 유쾌한 이미지로 다가간다.

MBC '금혼령' [MBC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1일 처음 방송되는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 시즌2도 조선 시대에 정신과 의사가 존재한다는 허구의 설정을 가미한 퓨전 사극이다.

연출을 맡은 박원국 PD는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조선 시대에도 마음이 아픈 사람은 분명 있었을 것이고, 마음 아픈 환자들을 치료해줄 의사도 있었을 것이라는 상상력에서 출발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천재 의원 유세풍(김민재)이 여의로 거듭난 과부 서은우(김향기)와 함께 아픈 자들에겐 따뜻한 처방을, 나쁜 놈들에겐 통쾌한 한 방을 날리는 이야기를 그린다.

시즌1은 마음의 병을 앓았던 조선시대 사람들이 각자의 상처를 극복하고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며 따뜻한 감성을 전했다는 평을 받는다.

'남편을 잡아먹었다'며 시댁에서 지속해서 괴롭힘을 당해 삶의 의지를 잃은 서은우가 남편 제사상에 절하고 시댁과 연을 끊는 대목처럼, 드라마는 퓨전 사극이라는 '장르적 허용'을 통해 통쾌함을 전한다.

tvN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 [tvN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퓨전 사극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나타나 흥행하며 오랜 기간 동안 명목을 이어온 드라마 장르다.

2000년대 초반부터 드라마 '대장금', '이산', '동이' 등이 역사적 사실보다는 캐릭터성에 기반한 시나리오로 퓨전 사극의 전성기를 이끌었다면, 최근 퓨전 사극들은 이상적인 역사를 아예 새로 쓰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KBS 드라마 '연모'가 여아라는 이유만으로 버려진 주인공 이휘(박은빈)를 내세워 여자, 빈민 등 약자들을 돌아보고, tvN 드라마 '슈룹'이 성 소수자인 아들을 존중하고 포용하는 중전(김혜수)의 모성을 그리며 감동을 전하는 식이다.

tvN '슈룹' [tvN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같이 현대적인 감각을 바탕으로 한 퓨전사극은 과거에 현실 세계를 투영해볼 수 있는 재미를 준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퓨전 사극은 한복을 입고 나올 뿐이지 배경이 되는 시공간조차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사실상 사극이라고 분류하기 애매한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역사적인 배경을 단순 시선 끄는 용도로 가져다 쓰는 작품보다는 과거에 대한 비판의식을 갖고 고루한 통념을 깨는 작품들이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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